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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잘 아는 고프로를 스타맨 옵티컬이라는 회사에서 인수했다고 합니다. 스타맨 옵티컬은 스타맨 홀딩이라는 회사가 소유한 신규 법인인데요. 왜 고프로를 인수했을까요?
- 인수 배경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광학/포토닉스 산업 확장을 위해 고프로를 인수했다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스타맨 옵티컬의 자회사로 스타맨 뉴 포토닉스라는 회사가 있는데 해당 업체는 광통신 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중입니다.
- 고프로가 광학/포토닉스 산업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요? 과거 고프로는 Karma 드론 출시 실패 등으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요. 과연 가능할 지 한 번 자세히 찾아보게 됐습니다.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온 고프로
최근에 엔비디아가 AI계의 깃허브로 알려진 허깅페이스를 17조원에 인수했습니다.
오픈소스 AI 생태계 유지 등의 목적으로 허깅페이스를 인수했는데요. 이런 사례처럼 많은 기업들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인수합병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 인수합병 방법 중 리버스 머저(Reverse Merger, 역인수합병)라고 해서 비상장회사가 상장한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제법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방법을 통해 고프로(GoPro)는 비상장회사 스타맨 옵티컬에게 인수합병됐습니다.
스타맨 옵티컬(Starman Optical)은 26년 8월에 만들어진 법인으로 고프로 인수를 위해 만들어진 신설 법인인데요. 이 회사는 고프로처럼 액션캠을 다루는 회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은 고속 광통신 부품을 만드는 미국 광전자(Photonic) 회사라고 하는데 이런 회사에서 왜 고프로를 인수한 걸까요?

스타맨 홀딩? 뭐하는 회사죠?
고프로는 액션캠을 중심으로 여러 카메라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촬영한 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구독과 영상 편집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고요.
여기서 더 설명하지 않아도 고프로가 어떤 회사인지 다들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고프로를 인수한 스타맨 옵티컬은 무슨 회사인지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찾으면서 알게 됐는데 스타맨 옵티컬은 스타맨 홀딩(Starman Holding)이 보유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홀딩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듯이 스타맨 홀딩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지주회사입니다. 연혁을 살펴보니 컴퓨터 유통에서 시작했다고 하네요. 소비자 전자제품 브랜드, 헬스케어, 기술 유통, 부동산 개발 그리고 투자사업까지 다루는 글로벌 지주회사로 확인되는데요.
그렇다면 스타맨 홀딩에서 만든 스타맨 옵티컬은 뭐하는 곳일까요?
스타맨 옵티컬은 스타맨 뉴 포토닉스(Starman New Photonics)라는 자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광 트랜시버 및 관련 광전자 기술의 개발 그리고 미국 내 제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인수합병과 관련된 내용에서도 스타맨의 미국산 광 트랜시버가 고프로의 포트폴리오에 추가됐다고 합니다. 이후 대규모 AI 인프라 광 트랜시버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광 트랜시버 들어보셨어요?
그렇다면 광 트랜시버는 도대체 뭘까요?
이번 고프로 인수합병 내용을 조사하면서 알게 됐는데 광 트랜시버는 데이터센터에 있어 매우매우 중요한 부품 중 하나라고 합니다.
NVIDIA에서도 광 트랜시버를 GPU·서버·스위치 사이의 고속 연결에 사용하는 핵심 부품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광 트랜시버를 Critical Backbone(중추 신경망)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틀린 말이 아니더라고요.
데이터센터는 여러 GPU와 서버 사이에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이동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AI 클러스트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역폭, 전송 거리, 신뢰성, 전력 효율 등과 같은 물리적인 조건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GPU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GPU가 연산을 마친 뒤 다음 데이터를 전달 받아야 하는데 늦게 도착하면 GPU는 자연스럽게 놀게 됩니다. 비싼 GPU를 수천개 갖춰놓고도 놀게 만드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죠.
GPU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GPU 사이의 데이터 이동 시 생기는 문제도 신경써야 합니다. 데이터를 빠르게 이동시키면서 사용 전력을 1W라도 줄여 비용을 절감시키는 것과 동시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광 트랜시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이고요. 그리고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천에서 수만 개의 고속 광학 모듈들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증가할 AI 데이터센터를 생각해보자면 나름 의미있는 산업이라고 봐도 좋겠죠?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스타맨 뉴 포토닉스는 뉴저지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고속 광 트랜시버를 생산하면서 250명을 고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뉴저지 주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10년간 최대 3,750만 달러 세액공제를 승인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걸 쭉 봤을 때 느낀 점은 아마 비슷할 거라 생각됩니다.
고프로랑 뭔 상관인데 도대체?
고프로가 많은 이미지, 카메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 광학/포토닉스 사업에 얼마나 도움될 지에 대해서는 가늠하기도 어려웠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 고프로가 인수되기 전에 있었던 일들과 인수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줄어든 고프로의 몸값
점유율도 뺏긴 고프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고프로의 몸값이 비쌌다면 인수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한때 고프로는 약 100억 ~ 120억 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6년에 진행된 거래를 보면 고작 2.85억 달러 현금 지급을 기준으로 거래됐습니다.
수치만 따져보면 고점 대비 -97.5%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근데 이 수치는 26년에 다다라서 떨어진 게 아니라 IPO를 진행한 14년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2018년에 시가총액 6.36억 달러까지 떨어졌으니 더 할 말이 없긴 하죠.
하지만 고프로에게도 분명 영광스러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액션캠 시장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었던 고프로는 2012년에 HERO3를 출시하면서 액션캠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25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성공적인 IPO를 이끌었으니까요.
이후 출시한 HERO4, HERO5가 연속으로 성공하면서 고프로가 액션캠 시장을 정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당시 고프로는 액션캠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했으니까요.
그랬던 고프로가 DJI와 Insta360에게 점유율을 뺏기고 판매량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일본 시장만 보더라도 25년에 돼서야 DJI가 액션캠 시장 점유율 40%를 달성했고요. 26년 상반기 판매량을 보더라도 46만 대 정도인데 전년도에는 79만 대 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41%나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고프로는 프리미엄 액션캠을 하나 출시했습니다.
바로, 고프로 미션 1인데요.
8K60, 1인치 센서, MFT 렌즈 시스템 등으로 무장한 작은 시네마 카메라라고 홍보된 미션 1는 액션캠으로는 좋지 않다는 평가가 다수 등장했습니다. 미션은 기존 고프로에서 제공하던 방수 기능이 약해졌고 수동 초점 조절이 어렵다는 리뷰가 있었거든요.
이런 시장 평가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는데요.
인수합병이 발표되기 전 고프로의 주가는 1달러 미만이었습니다.

보유한 기술만 2,500개
기업이 인수합병을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경쟁사 제거 목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쟁사를 인수하게 되면 시장에서 고객도 쉽게 확보할 수 있고 적대적 인수를 방어할 수도 있고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타맨 홀딩이 보유한 사업과 그 배경을 비추어 봤을 때 카메라 시장에 참여할 목적으로 고프로를 인수합병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고프로를 인수했을까요? 도대체 뭐가 매력적이었을까요?
인수합병과 관련된 증권 자료나 고프로의 보도자료를 보면 공통적으로 언급된 내용이 있었습니다. 고프로가 24년 간 카메라를 개발하면서 광학 설계, 이미지 처리, 영상 안정화, 센서 운용, 전자기기 소형화, 카메라 모듈, 영상 소프트웨어 등을 계속 개발하면서 축적된 기술에 그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만든 특허 기술만 하더라도 2,500개 이상이나 된다고 하네요.
대표적인 기술을 꼽자면 아무래도 전자식 영상 안정화 기술일 거라 생각되는데요.
이 기술은 카메라의 회전과 위치 정보를 측정해서 흔들림이 보정된 화면을 만들어 줍니다. 기술적인 설명을 더 보태자면 여러 시점의 가속도 정보를 취합한 다음 시각 콘텐츠로 이동하는 속도를 임의적으로 조정하면서 흔들림이나 잔상을 최대한 보정해주는 걸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이것말고도 또 대표적인 기술로는 모듈형 카메라 기술도 있습니다.
카메라 모듈 자체를 다른 장치와 결합하는 기술인데요. 드론, 항공기, 액세사리, 핸드헬드 장치 등에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부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죠.
고프로가 보유한 카메라 기술이 많고 액션캠에 있어 중요하다는 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그게 스타맨 홀딩이 포토닉스 사업에 있어 필요한 기술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이 남긴 합니다.
스타맨 홀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광 트랜시버와 고프로가 보유한 이미지, 영상 처리 기술은 조금 다른 분야거든요.
그나마 겹치는 분야가 있다면 광학(optics) 분야에 제한된다고 해야 할까요?

광학/포토닉스 산업??
빛을 이용한 산업, 포토닉스
고프로와 스타맨 옵티컬 그리고 스타맨 뉴 포토닉스.
이 세 기업을 나열했을 때 생기는 공통점은 광학/포토닉스 산업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포토닉스라는 단어가 저한테는 낯설게 다가왔는데요.
찾아보니 포토닉스(Photonics) 산업은 빛을 이용해 정보를 생성, 변환, 전송, 검출, 처리하는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산업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산업에도 실리콘 포토닉스라는 기술이 있는데요.
실리콘 반도체 위에 빛을 이용한 광학 기술을 결합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전기 신호 대신 빛을 활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이걸 고속 네트워크 기술로 주목하고 있고요.
빛을 이용한 광통신은 높은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고 장거리 전송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괜히 해저 케이블에 광통신을 사용하는 게 아니죠.
스타맨 옵티컬이 현재 주력으로 생각하는 분야로는 광 트랜시버가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스타맨이 가진 현재의 목표는 미국에서의 자체 생산 및 공급망 형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찾아보니 현재 광 트랜시버 공급망은 아시아(특히, 동남아시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의 기조는 자국 내 AI, 반도체, 첨단제조 공급망 자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광 트랜시버 상품을 런칭했으며 1.5억 달러 규모의 제조시절 투자까지 진행했습니다.
이걸 고프로에 비추어 봤을 때 고프로의 미래가 액션캠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연결됐는데 이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항공우주에 이미 진출한 고프로?
고프로가 이번 인수와 함께 발표한 내용 중 앞으로 본인들이 희망하는 방향에 대해서 로봇과 방산 그리고 항공우주를 언급했습니다. 이런 호기 넘치는 선언은 모든 기업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고프로는 나름의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계셨을지 모르겠지만 고프로는 이미 항공우주에 발을 걸치고 있었거든요.
유인 달 궤도 임무를 위해 발사된 NASA의 아르테미스 II(Artemis II)에 고프로 카메라가 장착됐습니다. 승무원들의 생활과 우주선 내부 모습을 담기 위한 기록 장치로서 고프로를 활용한 거죠.
하지만 이건 아르테미스Ⅰ에서 이미 시작했던 내용인데요.
아르테미스Ⅰ의 기술문서를 보면 고프로의 카메라 시스템이 탑재되었다고 합니다. 태양전지판과 Orion 내부에 설치했는데 단순히 카메라만 설치한 것이 아니라 펌웨어, 하드웨어, 렌즈 등 모든 것을 우주환경에 맞게 개조한 다음 *NASA 우주선 시스템에 통합했다고 합니다.
로봇 산업에서도 고프로 카메라를 이용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엄연히 따지면 로봇 연구에 가깝긴 하지만 고프로 카메라를 GPS 등과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시각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에서 활용한다고 볼 수 없지만 다른 실험용 카메라에 비해 작고, 싸고, 고화질에 가공된 영상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카메라로 보는 거죠.
광학/포토닉스 산업은 광통신부터 시작해서 광센서, 레이저, 디스플레이, 광학 이미징에 이르기까지 빛을 활용하는 다양한 기술 영역을 포괄합니다.
그런데 그 중 큰 분야인 광통신과 광학 이미징을 *스타맨 홀딩이 스타맨 옵티컬을 통해 가지게 됐다는 건 제법 눈여겨 볼만한 일이라고 보였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고프로의 활약이 우리가 전혀 생각치도 못 한 곳에서 등장할 것 같고요.
*정확히는 레드와이어(Redwire)라고 해서 항공우주 제조업체이자 우주 및 방위 기술 인프라 기업에서 시스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스타맨 옵티컬은 스타맨 뉴 포토닉스, 고프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둘 다 광학 산업으로 묶어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고프로의 흑역사 톺아보기
비행 중 꺼지는 Karma 드론
고프로의 변화는 앞으로 무궁무진할 겁니다.
하지만 액션캠 관련 영역에서는 큰 변화를 만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프로의 매출이 급감한 건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24년 이후부터 감소했다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가가 많았는데요. 그리고 공통적인 평가로 고프로가 DJI나 Insta360에 비해 카테고리 확장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DJI는 드론 회사에서 시작했고 Insta360은 이름 그대로 360도 카메라를 주력으로 시작했습니다. 액션캠을 주력으로 다루지 않던 회사들에게 추격을 허용한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고프로가 손 놓고 있었냐?
이들이 액션캠 시장을 잡아먹기 전에 고프로가 카테고리 확장을 시도한 이력이 있었습니다.
아주 처절한 실패였지만 말입니다.
2014년 IPO 이후 고프로는 여러 카테고리 확장을 선포했습니다. VR, 360도 영상, 드론,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미디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확장의 시작이 될 Karma 드론이 2016년에 출시됐습니다.
하지만 출시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리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비행 중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문제였는데요. 고프로는 배터리를 고정하는 래치 매커니즘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촬영 중 오류가 발생했다면 해결할 방법이 있겠지만 드론 비행 중에 갑자기 전원이 꺼지면 어떻게 될까요?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기체도 파손되고, 카메라도 망가지고, 사람도 다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잘못해서 집이나 자동차 위로 떨어지면 재산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고요.
이런 문제가 첫 번째 확장에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당연히 치명적일 수밖에 없겠죠.

약간은 오만했을 고프로
그런데 여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는데요.
고프로는 알다시피 액션캠 회사지 드론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경우 잘하는 회사를 찾아 협력하는 게 보통이긴 합니다. 그리고 그 협력 대상자가 생각보다 의외인 기업이었는데요.
바로, DJI였습니다.
2013년 당시 고프로와 DJI 사이에서 드론과 액션캠 결합에 따른 협력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프로가 더 많은 수익과 브랜드 통제권을 원한 까닭에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협력 당시의 고프로 태도를 밝힌 DJI 대표의 말에 따르면 고프로는 DJI를 OEM 업체처럼 대우했고 제품의 전후 책임을 DJI한테 묻는 반면 수익은 2(고프로) : 1(DJI) 정도로 차이를 줬다고 합니다.
협상 결렬 이후 고프로는 자체 개발에 자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600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채용했을 정도로 나름의 진심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2016년 11월 Karma 리콜 사태 이후 고프로는 전체 인력의 약 15%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드론 관련 포지션을 없애고 2018년에는 드론 부서를 폐쇄함과 동시에 드론 사업에서의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세션이라 불리는 큐브형 소형 카메라의 판매 부진도 구조조정에 한몫 거들었고요.
모든 도전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도전은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고프로의 드론 실패는 IPO 이후 확장 시작의 첫걸음이었습니다.
고프로는 2013년 DJI와 협의한 시점부터 시작해서 2018년까지 약 5년이라는 시간을 드론 사업에 사용했습니다. 고프로의 도전이 무너짐과 동시에 드론을 위해 투자한 시간을 날리게 됐는데요.
이 시간은 DJI와 Insta360에게 있어 따라잡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고려해봤을 때 단순한 실패가 아닌 고프로의 미래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고프로가 인수합병됐다고 해서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늘린다기 보다는 B2B나 B2G 기반의 사업을 고려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귀결됐고요.

원고를 갈아 엎었던 슬픔
사족이긴 하지만 원고의 시작은 매출이 줄어든 고프로에 대한 탐구였습니다.
저는 HERO Black 7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 정리하다가 문득 발견한 고프로를 발견하니 최근의 액션캠 시장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거든요. 찾아보니 액션캠 시장은 DJI와 Insta360이 지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고프로의 몰락에 대한 내용을 전부 작성한 다음날 스타맨 옵티컬의 인수합병 소식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작성한 내용은 아깝지만 인수합병 기반으로 다시 작성하게 됐다는 슬픈 비하인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수합병과는 별개로 고프로 액션캠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걸 구매했던 초기에는 분명히 액션캠이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편리한 건 다른 액션캠이 아니라 스마트폰이었다는 것을요.
액션캠 시장 전망은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고프로의 인수합병이 고프로의 다른 미래를 향한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며 오늘의 이야기도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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