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2024년이 된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설날이 되었네요.
이번 뉴스레터에서 다뤄볼 내용은 동남아시아의 설입니다.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지형 훑어보기를 먼저 완료하고 싶었지만, 설이 와버려서 어쩔 수 없이 동남아시아의 설날을 잠깐 다뤄볼까 합니다. 지금 다루지 않으면 1년 뒤에 다뤄야 하니까요!
설 연휴가 시작하는 날 아침에 뉴스레터를 발행하면 얼마나 읽을까 궁금하네요!
그럼 들어가기에 앞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설날에 쉴까?
동남아시아의 설날이라고는 해도, 음력설은 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이냐 아니냐로 크게 나뉩니다. 또 그 나라의 주요 세력에 따라서도 다르죠.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경우 중국계 인구의 비율이 3~3.5%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음력설이 공휴일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보면 영국이 식민 지배를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화교계가 권력을 쥐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인도네시아에서는 화교계의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다지 이상한 모습은 아니죠.
생각해 보면 국교가 기독교가 아닌 한국의 크리스마스 공휴일 지정이 더 이해할 수 없긴 합니다. 물론 좋지만요.
아무튼, 동남아시아 중 음력설을 쇠는 나라는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놀랍게도 베트남, 싱가포르처럼 익히 중국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고 있는 국가부터, 왜 쉴까 궁금한 필리핀까지 음력 설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안 궁금하신가요? 전 궁금합니다. 태국을 제외한다면 원래도 크게 다룰 생각 없었던 라오스와 미얀마, 그리고 캄보디아만 깔끔하게 쉬지 않는군요. 좋습니다.
그럼, 국가별로 알아보겠습니다.
설에 미친나라, 베트남 🇻🇳
베트남은 놀랍게도 설 연휴가 주말 포함 7일이나 됩니다. 아직 놀라시면 안 되는 게, 사실상 설 연휴가 끼어있는 주는 모두 그냥 쉰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베트남의 설은 Tet(뗏, Tết)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2024년도 설 연휴의 시작은 2월 8일(목)입니다. 하지만 8일부터 쉬기 시작하면 섭섭하죠. 사실상 5일부터 이미 쉬고 있습니다. 출근을 안 할 수도, 출근해서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베트남이니까요.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은 2월 14일(수)이지만, 16일까지는 업무 마비 기간입니다. 설이란 것이 그런 거니까요. 이해하려고 하시면 안 되고, 그냥 그렇구나 하시면 됩니다. 간혹 그다음 주까지 쉬는 경우도 있습니다. 베트남도 한국, 혹은 중국과 동일하게 이 기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일가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많은 경우 베트남 회사와 일을 하게 될 때 음력 설이 애매하게 끼면, 설이 오기 전에 끝내버리거나, 설이 가고 나서 일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설 전에 무리해서 일을 시작하더라도, 설이 지나면 일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산하기관과 일하게 되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외국계 기업과 IT업체들, 그리고 귀국한 재외 베트남인들이 많이 생기면서 아주 조금씩은 변하는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큰 차이가 생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20년 전만 해도 설 연휴 때 거의 모든 가게가 닫아 설 전에 장을 넉넉하게 봐두지 않으면 큰일이었는데, 지금은 꽤 많은 가게가 설 당일을 제외하고는 영업하는 모습을 보면 10년 뒤의 베트남에서는 설 연휴 기간과 상관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네요.
음력설에는 미쳐있지 않은 태국 🇹🇭
태국은 설 당일을 포함해 1~3일 동안 쉽니다. 태국에서는 설을 Wan Trut Chin(완 뜨룻 찐, วันตรุษจีน)이라고 합니다. 다만, 공휴일은 아니며, 기업이나 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라 쉴 수도, 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짧게 설명한 인도네시아처럼 태국 역시 상류층을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계의 영향으로 음력 설을 기리긴 하지만, 이러한 배경 때문에 태국의 대부분 사람에게 설날은 대단히 의미 있는 날은 아닙니다. 보통 화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원을 방문하고, 사자 탈춤을 구경하고, 용돈이 들어있는 붉은 봉투(홍바오)를 주고받는 등 중국식 설을 즐기며 연휴를 보냅니다.
물론, 관광의 나라 태국에서 이런 날을 놓칠 수는 없죠. 방콕의 유명 백화점 아이콘 시암(Icon Siam)에서는 매년 설을 기념하는 장식을 하며, 차이나타운(Yawarat district)은 설 연휴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아마 이런 모습은 중국계 인구가 적은 태국의 지방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태국은 음력설 대신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태국의 전통 설,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Songkran(송크란)을 즐깁니다. 송크란은 불교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행사로, 서로에게, 그리고 부처상에 물을 뿌리며 운과 축복을 기원합니다.
그냥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는 화교 비율이 약 25% 정도로, 적은 편은 아닙니다. 영향력도 큰 편이라 그런지, 설 당일을 포함해 이틀이 공휴일이며, 2024년의 경우 슬프게도 설날과 설 연휴가 모두 주말이라 하루의 대체공휴일이 주어져 원래 쉬는 이틀을 포함해 총 3일을 쉬게 됩니다.
이런저런 행사를 합니다만 대체로 생각하는 중국의 음력 설을 생각하면 딱 그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화교의 국가라 당연히 쉬는 싱가포르 🇸🇬
싱가포르는 국민 대부분이 화교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만큼 음력 설이 중요한 휴일입니다.
이 기간동안에는 싱가포르를 방문하게 된다면 차이나타운(Outram, 혹은 Chinatown)을 방문하시는 것도 좋겠네요.
말레이시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싱가포르도 중국의 음력 설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그 그림입니다.
최근 틱톡샵의 기강을 잡은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의 화교 인구는 3% 정도에 불과하지만, 화교의 영향력이 꽤 강해서 그런지 2002년 공식 휴일로 지정되어 그 이후로는 음력 설 당일과 그다음 날, 총 이틀 쉽니다. 물론 음력 설 공휴일 지정의 공식 사유는 “다양한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함”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최소 300여 개가 넘는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저는 공식 사유를 존중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Imlek(임렉)이라고 부릅니다.
사원 방문하고 사자 탈춤 구경하고 홍바오 나누고 기타 등등 합니다.
아 인도네시아가 틱톡샵 기강잡은 내용이 궁금하시다고요? 그럼 인도네시아의 틱톡샵 밴을 다뤘던 뉴스레터와 지난번 뉴스레터(지옥에서 돌아온 틱톡샵)를 참고해 주세요 :)
필리핀🇵🇭..은 왜 쉬지?
필리핀은 설 당일과 그다음 날, 총 이틀간 쉽니다.
2015년 당시 필리핀의 대통령이었던 Benigno S. Aquino III가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시아 부자 순위 상위 10명 중 7명이 중국계 필리핀인이라고 하니, 모르긴 몰라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만, 글쎄요. 중요한 것은 아니니, 디테일한 체크는 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위에서 언급된 Jollibee도 정말 대단한 회사인데, 나중에 한번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아무튼 필리핀의 최대 규모 차이나타운인 Binondo(비논도)에서 열리는 설 축제는 해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공휴일과는 상관없이 앞뒤로 더 오랜 기간동안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2023년엔 60만명이 방문했고, 2024년 올해엔 약 백만명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음력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 사람과 연결되다 보면 각각의 배경이 다르다보니, 언제 안부 인사를 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Happy Lunar New Year! 라고 인사했는데, Happy Chinese New Year!라는 답변을 받으면 꽤 당황스러운데요. 특히 한국인의 경우 워낙 김치나 한복처럼 이슈가 있으니 Chinese New Year라고 부르는 데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냥 Lunar New Year라고 지칭하시면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만약 상대가 중국계 싱가포르인이거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라면 그냥 Chinese New Year라고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이 쇠는 게 춘절이지 설은 아니니까요. 다만 한국에서도 Chinese New Year를 기념하니? 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동일한 날을 설날이라고 부르며, 다른 방식으로 기념한다고 하시면 가장 깔끔한 답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주에는 정말 드디어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지형 훑어보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위 내용 중 틀린 내용에 대한 조언이나, 추가적인 의견 공유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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