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지금 나의 몸은 어디에 있나요?

신체를 감각하는 신체, 2026년 상반기 공예

2026.07.14 | 조회 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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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님, 2026년이 벌써 절반이 지났습니다. 오늘 당신의 스크린타임은 몇 시간 몇 분인가요? ([설정]에서 [디지털 웰빙](갤럭시) 또는 [스크린타임](아이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깨어있는 시간동안 얼마나 디지털 세계에 접속해 있었나요? 구독자 님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동안, 당신의 몸은 어디에 있나요? 정신이 디지털 세계를 유영하고 있을 때, 신체는 필연적으로 단단한 현실에 기대어 있습니다. 숏츠나 릴스에 깊이 빠져들다, 불편한 자세를 깨닫고 몸이 문득 귀찮아지는 순간에도, 접속에 불필요한 신체를 제거하거나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싶다는 불온한 상상을 할 때도 말이죠.

기술은 추종자의 세를 불리며 점점 신성해집니다. 디지털 신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몸이 필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시대, 우리의 몸은 어디에 있나요? 인공지능은 유체 이탈을 꿈꾸는 걸까요? 몸의 감각을 떠올려 봅니다. 스크린 너머,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은 여전히 신체에 기대어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아직은 신체 바깥으로 탈주할 수 없습니다. 몸은 오롯이 나의 몸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 말고 보이는 것, 잡히지 않는 것들 말고 잡히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여름의 열기, 초록의 녹음, 녹음 사이의 볕뉘, 흙, 공예 같은 것. 작업의 부분, 표면, 질감 같은 것. 물질을 응시하며 다시 몸을 현실로 불러와 봅니다. 


신체와 불화하는 감각

백재원 | <더 프리뷰 서울> 갤러리컬러비트, 2026.4.24-4.26
백재원 | <더 프리뷰 서울> 갤러리컬러비트, 2026.4.24-4.26

백재원의 'Veil' 연작은 체인과 금속으로 구성된 바디 오브제입니다. 이 장신구는 얼굴, 팔, 다리, 어깨 등 신체의 다양한 부위를 가릴 수 있습니다. 착용자는 금속제의 구조 속에서 의도적으로 시야가 차단되거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감각적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일례로 일시적으로 시야가 가려진다면, 우리는 즉시 그 부재를 체감함과 동시에 '시각'이라는 감각을 뚜렷하게 인식하게 될 겁니다. 또한 가려진 시야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청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이 더 뚜렷하게 활성화되는 것도요. "'Veil'은 보는 방식이 아니라 느끼는 방식으로 조형을 전환한다. 가림은 은폐가 아니라, 더디게 도달하는 인식의 방식이다." 

몸이 가장 선명해지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과 불편이 수반될 때입니다. 가령 갑작스러운 복통이 찾아올 때, 평소 인식하지 않았던 몸 속의 장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생생하게 감각하게 되죠. "장이 있다는 사실은 내 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고,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현영은 아무 일도 없는 쾌적함과 같은 상태는 허상이라고 말합니다. 물리적이고 실제적인 몸 혹은 물질은 모두 개별적인 개성을 가진 존재이며, 세계의 진실은 개체와 개체의 충돌과 폭발에서 태어납니다. 광물질과 산화물을 배합하고, 가마에 넣고 굽는 동안 물질은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변형되는 것처럼요.

김현영 | <껍질과 주름> 이스랏아트룸, 2026.2.20-3.7 
김현영 | <껍질과 주름> 이스랏아트룸, 2026.2.20-3.7 

신체를 반추하는 감각

신제영 | <Intermezzo>, 한향림 도자미술관, 2026.6.6-7.5
신제영 | <Intermezzo>, 한향림 도자미술관, 2026.6.6-7.5

반추는 게워내어 다시 씹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일어난 사건을, 인물을, 신체를 꼭꼭 씹고 되풀이하여, 기억하고, 음미하는 일입니다. 신제영이 조각하는 신체는 시선만으로도 만질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촉각적입니다. 트라우마처럼 특정 시간대에 갇힌 채 무한히 반복되는 사건-세계에서 동일한 소녀들은 여러 쌍으로 복제되고 나열됩니다. (영원히) 성장을 멈춘 유아적인 여성의 신체는 불안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듯 보이기도 하고, 불화하는 대상을 응징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물리적으로 지나치게 가까운 맞닿은 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형성하고, 애정과 증오를 오가며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오화진이 만드는 개인의 문화, 서사적 세계에서 몸을 다루는 방식은 (파편화 된) 신체와 인물간의 관계로 나타납니다. 개인이 디자인한 세상의 하나인 '뉴러나이제이션'은 신경계 단위인 'Neuron'과 어떤 일, 행위, 과정, 결과를 나타내는 접미사 'ization'을 바탕으로 작가가 만든 단어입니다. 신체 내부, 신경계의 모든 일이 신경세포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듯 세계의 모든 사건은 관계맺기에서 발생합니다. 본능적이고 운명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뉴런처럼 개인의 서사는 솔직한 욕망을 따라 질주합니다. 온전하고 순수한 개체간의 관계에서 파편화 된 신체는 명료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쾌하고 일방적인 개체의 관계에 대한 욕망은 계속해서 실패하고, 충돌하고, 침몰하여 그 흔적만 남기도 합니다.

오화진 | <뉴러나이제이션>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2025.12.8-2026.1.8
오화진 | <뉴러나이제이션>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2025.12.8-2026.1.8

신체가 살아있는 감각

심지선 | <나의 우주> 비욘드앤스튜디오, 2026.6.25-7.5
심지선 | <나의 우주> 비욘드앤스튜디오, 2026.6.25-7.5

다시, 나의 몸은 어디 있는지 떠올려봅니다. (수)공예의 밀도는 때때로 가장 단순하게 나의 신체와 감각을 일깨워주는 수단이 됩니다. 손으로 만든 물건과 기계로 만들어진 물건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잘 만들어진 물건을 쥐어보는 것만으로도 종종 삶의 밀도가 올라가는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가령 심지선의 세계는 희고, 연약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색채를 덜어내면 질감이 선명해집니다. 명주, 한지, 실 같은 재료의 물성이 주는 미묘한 차이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 매끄러운 명주 위에 원을 놓고, 시침질을 하고, 조심스럽게 자르고, 꿰매고 묶어서 하나의 둥근 구슬을 만들고 연결하는 과정을 떠올리다 보면 신체와 시간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 합니다.

김동인의 '결함' 연작은 도자의 제작과정에서 남게 되는 주입구의 흔적과 주물선과 같은 틀 자국을 자연스럽게 남겨둡니다. 나아가 기물의 두께를 일정하게 만드는 주입구를 제거한 틀을 사용해, 컵에서 입술이 닿는 구연부의 두께와 형태가 불규칙해지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같은 몰드로 제작한 기물이어도 저마다 다른 흔적을 지니며 개별성을 획득하게 된다." 낯선 컵을 손으로 쥐면 느껴지는 돌기, 분할된 표면의 질감, 입술에 닿는 낯선 감각을 상상해봅니다. 사용자가 공예품을 바라보는 순간, 손이 닿는 순간, 입에 닿는 순간 비로소 그 의미를 완성하는 주체가 된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김동인이 제안하는 '반려 사물'과 함께, 공예와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움직이는 몸, 살아있는 몸을 감각하는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김동인 | <공예트렌드페어>,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5.12.11-12.13
김동인 | <공예트렌드페어>,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5.12.1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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