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매년 9월이면 서울이 미술로 가득하죠. 아트위크 덕분입니다. 아트위크는 프리즈 서울의 연계 이벤트에요. 프리즈 서울이 뭐길래 온도시가 미술로 들썩일까요? 이미 컬렉터라면 익숙하지만 이제 컬렉팅을 시작해볼까? 아트페어가 무엇인지 모르겠는 분들을 위한 프리즈 서울 가이드를 준비했어요. 최근 미술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을 체감하거든요. 비지터씨 101호는 프리즈 서울 특집입니다. VIP 프리뷰를 다녀오고 보내드리는 발빠른 리포트를 확인하시죠.
프리즈 서울은 왜 유명하죠?

국제적으로 유명한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건 미술애호가에게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죠. 그 전까지 아시아에서 미술의 중심지는 싱가포르, 홍콩, 도쿄였습니다.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아트페어의 본사는 주로 싱가포르에 있었어요. 아트바젤은 홍콩에서만 열렸죠. 그래서 한국 컬렉터들은 좋은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서 3월이면 홍콩에 갔어요. 미술품 경매사들도 아트바젤 일정에 맞추어 홍콩 프리뷰를 개최했습니다. 서울은요? 미술의 불모지였어요. 한국 컬렉터들은 홍콩, 도쿄, 싱가포르를 다니며 국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어깨 너머로 보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건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서울이 주목받는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런던, 뉴욕, LA 그 다음이 서울이었으니까요. 싱가포르는 금융의 중심지였지만 충분한 수요를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홍콩은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점차 글로벌 갤러리들이 들어오기를 꺼리기 시작했죠. 도쿄는 세금과 보수적인 성향이 문제였어요.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 서울은 젊은 컬렉터들이 떠오르는 도시였고 중국과 일본의 컬렉터들이 찾아오기도 좋은 중간지점이었습니다.
서울이 글로벌 미술씬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2022년 처음 열렸던 프리즈 서울은 전 세계, 비싸고 유명한 작가들로 가득한 블록버스터 아트페어였습니다. 그리고 5년째인 올해는 아트바젤 홍콩처럼 한국 작가들을 전 세계 컬렉터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페어가 되었습니다.
처음 가는 아트페어 가이드
아트페어가 처음이라면 미리 “보고 싶은 갤러리”나 “작가”를 정하지 말고 가보세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걷기 좋은 신발을 신고서요. 프리즈 서울 뿐만 아니라 아트페어에는 여러 갤러리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팔러 나와요. 그렇기 때문에 목적형 쇼핑을 위한 관람보다는 발견형 쇼핑을 준비하는 편이 좋아요. 마음을 열고 작가의 이름 보다는 이미지를 보세요.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나타날 겁니다. 그 다음에 갤러리 부스에 걸려있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세요. 마음에 들었나요? 그렇다면 그 갤러리의 전속 작가, 컬렉팅 방향성이 구독자의 취향과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에요.
프리즈 서울에서 꼭 봐야하는 작가, 들러야하는 갤러리에 너무 얽매이지 마세요. 전시가 아니잖아요. 루브르에서는 최단 관람 루트가 있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도 하루에 다 보기에는 너무 많은 작품과 유물이 있어요. 하지만 아트페어는 마켓이에요. 편집샵에 갈 때 어느 브랜드를 취급하는지 확인할 수는 있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요. 우연히 발견하는 쇼핑의 재미가 있잖아요. 그걸 즐기세요.
물론 이미 베테랑 컬렉터라면 이미 대기를 걸어놓은 작품, 이번 아트페어에서 노리는 작품이 있겠죠.
에디터가 발견한 작가와 갤러리 3
파운드리 서울 l F03

프리즈 포커스 섹션에 있는 파운드리 서울은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파운드리 서울은 프리즈 서울에 오묘초(OMOYO CHO) 작가 단독 부스를 선보입니다. 이번 솔로 프레젠테이션 제목은 <시스카티아(Siskatia)>*입니다. 오묘초 작가는 생물학의 탐구를 바탕으로 조각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생물학적 탐구가 작업에 고스란히 나타나는데요. <별나고 사소한 제스처>(2026)은 벽에 기대고 서있는 듯한데, 열매를 맺은 나무처럼 보여요. 그리고 투명한 유리로 만든 열매 안에는 무엇인가 존재하죠. 정체를 명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요. 식물지능의 시대에 오묘초 작가의 작업으로 꾸민 초원같은 공간은 관람객을 새로운 생태계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근미래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대의 숲같기도 해요. 현재의 시간 바깥으로 이동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묘초 작가의 작품은 매력적입니다.
*시스카티아는 페루 아마존의 야과(Yagua) 부족의 언어로 생명력을 지닌 존재라는 뜻이다.
파운드리 서울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3
띠오 THEO l C30

자카르타와 서울 두 도시에 거점을 둔 띠오에서는 한국 작가들과 인도네시아 작가를 같이 선보입니다. 다섯명의 작가(김은진, 함성주, 안도현, 재진, 파니 앙가 사푸트라)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업은 김은진 작가의 회화였습니다. 김은진 작가는 버려진 자개장을 활용해 회화 작업을 합니다. 특히 이번 띠오 부스에서 본 <신의 자리, 인산인해>는 빛나는 자개로 지옥도를 그려 기묘한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무속적인 상징, 종교적 기호, 요괴의 모습, 현대인의 일상이 한데 섞인 화면을 보고 있으면 현대인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동양화적 도상을 빌려오는 한편 자개로 작업을 해 멀리서 보기에는 화려해보이기만 해요. 화려한 색에 홀려 가까이 다가가면 다양한 인간 군상이 펼쳐지죠. 화면 구성 역시 6폭 병풍과 백납도를 합친듯해 동양화의 구성을 충실히 따라갑니다. 김은진 작가가 표현한 우리의 삶은 찬란한 지옥입니다.
띠오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68길 55 3 B1F
마테리아 Matèria ㅣ F12

이탈리아 로마 기반의 갤러리 마테리아는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 작가, 베흐바타르 엔흐투르(Bekhbaatar Enkhtur, b.1994)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특히 이번에 마테리아 부스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프리즈 서울을 위해 구상한 미공개 신작들이에요. 멀리서 보면 이 작업들은 마치 작은 게나 전갈같아 보이고 귀여운 조각들로 가득해보여요. 가까이 가서 보면 식물같기도 하죠. 가까이서 보면 손으로 직접 빚듯이 만든 “밀랍 연꽃(beeswax lotus)”입니다. 이 연꽃들은 작가가 밀랍은 손으로 빚어서 만들었어요. 벽면에는 고대 동굴 벽화를 연상시키는 조각들이 붙어있습니다. 작가가 어려서 들었던 바르도 토돌(Bardo Thodol, 티베트 사자의 서)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조각들은 두려움을 시각화하는 작업이에요. 이 주석 조각들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 계속 산화됩니다. 두려움은 낡는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같기도 합니다. 모든 작업은 작가가 직접 손으로 빚습니다. 인간을 흙으로 빚어내듯이 작가는 새로운 생명체를 철과 밀랍으로 빚어내는 것 같죠.
마테리아
Via dei Latini, 27, 00185 Roma RM, Italy
프리즈Frieze는?
프리즈는 1991년 아만다 샤프, 매튜 슬로토버, 톰 기들리가 런던에서 창간한 동시대 미술잡지입니다. 기성 미술비평 매체와 달리 YBA(Young British Artist)같은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을 빠르게 조명했죠. 그러던 중 2003년 매거진 인프라를 이용해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을 처음 개최했어요. 전통적인 아트페어에서 벗어나 비영리인 프리즈 프로젝트, 커미션 프로그램을 결합시켰죠. 관성을 벗어난 아트페어로 단숨에 국제 아트페어로 성장했어요.
이후 고전 작품만 다루는 프리즈 마스터스를 신설하고 프리즈 뉴욕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전 세계적으로 개최되는 아트페어가 됐습니다. 이후 WWE를 주관하는 엔데버에게 매각되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프리즈 아트페어는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정례적 아트페어를 개최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프리즈 서울은 키아프와 공동 주최하는 형태로 2022년부터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구독자, 프리즈와 키아프에 다녀올 예정인가요? 그렇다면 당신이 발견한 최애 작가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는 위에 소개한 작가와 유명한 작가 외에도 차승언, 재진, 예예, 윤협, 안토니오 생틴, LILYJON, 알리슨 프렌드, 이쿠타 니요코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의리파 구독자인 구독자분들도 발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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