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주 다녀온 휴가가 무색해질 만큼, 유난히 속 시끄러운 한 주를 보냈습니다. 안팎으로 얽힌 여러 일들이 내내 신경을 짓누르는 기분이었습니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된다는 건, 이렇게 마음을 어지럽히는 괴로운 일들을 뒤로한 채 아무렇지 않게 할 일을 해내고 일상을 살아내는 것일까요.
사실 요즘은 일상을 '살아낸다'기보다 그저 '버티고 있다', '견디고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앞으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날들이 계속될 것 같다는 막막함과,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이 마음 한편에 오래 머무르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를 온종일 괴롭히는 그 일들은, 사실 제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외부의 요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괴롭히며 마음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최근 읽은 <내면근력>에서는 우리를 가장 크게 가로막는 것은 환경이나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현실보다 먼저 '나는 안 될 거야'라는 믿음이 행동의 범위를 좁히고, 그 생각이 결국 우리의 한계가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를 괴롭히던 일들도 분명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지만, 정작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건 거기에 갇혀 있던 제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평온하고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크고 작은 고민을 안은 채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을 때면 산책을 합니다. 지나온 길 위에 제 고민들을 하나씩 두고 온다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죠. 그러고 나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여러분은 괴로움이 찾아올 때, 그 마음을 어디에 두고 오시나요?
🎙️ 부기장의 한마디
기장님, 걱정거리는 항상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작거나 크거나.
왜 나이가 들수록 걱정거리가 많아지는지 생각해 봤는데요. 아마 내가 감당해야 하는 세상은 점점 커지는데, 그 일을 대신해 주거나 도와주는 사람은 줄어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도 갈수록 홀로 서라고, 스스로를 지키라고 재촉하고요. 아무튼 걱정거리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하더라도, 그 걱정에 매몰되지는 않기를 바라봅니다.
얼마 전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DVD로 구매해 봤습니다. 그의 다큐멘터리에는 인터뷰도, 내레이션도 없습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설명하거나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습니다.
카메라는 그저 도서관을 오가는 사람들과 책장, 회의실, 강연과 공연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뉴욕과 도서관 안을 천천히 거니는 기분이 듭니다. 지금의 내가 있는 방에서 잠시 빠져나와,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집니다.
걱정을 해결하는 방법이 언제나 답을 찾는 일일 필요는 없겠죠. 때로는 나를 붙잡고 있는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일상과 다른 공간의 속도로 옮겨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주에 함께 보시죠. 기장님!

🔭 보란더의 시선
부기장님이 다큐멘터리를 추천해주시니 저도 문득 <저궤도인간>이라는 웹툰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시간강사이자 무명 작가인 주인공은 가난과 불운 속에서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작품은 그를 단순한 악인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다 무너진 한 사람의 흔들림을 따라가다 보면, ‘나 같아도 저 상황이면 흔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 작품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스토너>도 함께 생각났습니다. 스토너 역시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살아가지만, 타인을 원망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를 묵묵히 지켜냅니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삶에는 내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닮아 있습니다. 바꿀 수 없는 현실까지 억지로 끌어안기보다, 산책을 마치고 길 위에 고민을 하나씩 두고 오듯 잠시 내려놓고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해결 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고 해서, 오늘 하루까지 무거울 필요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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