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건넨 건 아닌지 내심 마음이 쓰였습니다. 다행히 다정한 위로를 보내주신 덕분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 한 주였습니다. 인생이 아무리 복잡하고 힘든 일투성이라도, 결국은 이런 작은 온기들이 하루를 조금은 다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뜬뜬의 <풍향중>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검색하지도 않고, 네비게이션도 켜지 않은 채 지도와 도로 표지판만 믿고 길을 떠나는 유투브 프로그램입니다. 길을 헤매면 헤매는 대로, 우연히 발견한 휴게소에 들러 쉬고, 계획하지 않았던 풍경을 만나는 여정이 참 무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영상의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른들의 여름방학 같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영상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여름방학에는 대단한 계획이 없었습니다. 방학 계획표를 동그랗게 그리던 기억은 있지만, 그대로 지켜본 적은 거의 없었죠. 하루 동안 무엇을 할지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괜찮았고, 온종일 동네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들어와도 마음은 이미 충분히 충만했습니다. 어디론가 꼭 도착해야 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가만히 흘려보내는 일 자체가 방학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모든 여정에 계획과 정답이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된 걸까요.
길을 찾을 때는 네비게이션을 켜고, 식당 하나를 가더라도 평점과 후기를 확인합니다. 여행도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찾습니다. 삶 역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조금 더 과감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어쩌면 지금 우리를 가장 지치게 만드는 건, 선택의 결과 자체보다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정답이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믿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네비 없이 들어선 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만나듯, 삶의 선택 역시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길을 잃은 것 같아 불안했지만, 돌아보면 바로 그 길이었기에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셈이니까요.

저 역시 가끔 지나온 선택들을 돌아봅니다. 그때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오래 머무르기보다 결국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합니다. 지나온 길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길 위에서 어떤 장면을 남길지는 아직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찾아오는 나이는 아니지만, 하루쯤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물론 저부터요.)
정답을 찾느라 애썼던 마음을 잠시 쉬게 하고, 지나온 선택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며, 그 선택 덕분에 마주할 수 있었던 나만의 장면들을 천천히 돌아보는 가벼운 주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여름방학 같은 순간이 남아 있나요?
🎙️ 부기장의 한마디
기장님, 오늘이 가장 더운 날이래요! 이런 날은 어른에게도 진짜 여름방학이 필요합니다! (아주 진심!)
저도 풍향중을 기장님과 같이 봤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비슷해요. 믿고 보는 출연자들의 방학 같은 여행을 즐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콘텐츠를 보다 보면 출연자들의 입담보다도 그 근처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일반인들을 더 눈여겨보게 됩니다. 장삼이사,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정말 딱 여기에 있는 그분들은 하나의 정해놓은 연극 같기도 합니다. 어쩜 적재적소에 등장해서 콘텐츠를 즐겁게 만드시는지.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유퀴즈였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분들로 인해 얼마나 울고 웃었는지.
"유퀴즈 돌아와!!!" 이번 레터에는 기장님 허락없이 이런 바람을 남깁니다. 그리고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한 편 남겨봅니다.
🔭 보란더의 시선
예전의 <유퀴즈>가 참 좋았던 건,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보통 삶도 근사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주 뉴스레터 답글이나 댓글로 남겨주시는 글들을 가만히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 안에 얼마나 다채롭고 깊은 서사들이 담겨 있는지 매번 감탄하곤 합니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예쁜모습만 올리는 SNS 속 일상이 아니라, 덤덤하게 써 내려간 나만의 진짜 생각을 나누고 들을 수 있는 이 공간이 유난히 소중하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자신의 지나온 삶을 나만의 언어로 적어보는 경험이 어쩌면 정답을 찾느라 지친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휴식이자 여름방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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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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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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