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여름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저는 2박 3일 동안 짧은 강릉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강릉은 못해도 다섯 번 이상 다녀온 익숙한 도시이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들을 마주했습니다. 새로운 장소들이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남아, 여러분께도 조심스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1. 윤슬서림 | 참외 한 조각과 취향의 서가
여행을 가면 그 지역만의 서점을 꼭 찾아가는 편입니다. 그동안 강릉에 오면 늘 비교적 규모가 큰 '고래책방'을 찾곤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작은 '윤슬서림'의 문을 열었습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오롯이 묻어난 서가 사이에서, 커피와 함께 건네주신 시원한 참외 한 조각을 먹으며 새로 산 책을 읽었습니다. 에세이와 소설이 주로 꽂힌 그곳에서 저는 제일 'T'스러운 제목의 책, <왜의 쓸모>를 한 권 사 들고 나왔습니다.
📍 윤슬서림 | 주인장의 오롯한 취향과 다정한 한 컵의 다과가 있는 작은 서점

2.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 무용수 소영의 노력을 보며
이어서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독립영화 <소영의 노력>을 보기 위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향했습니다. 작은 상영관에 앉아 숨을 죽이고 본 이 영화는, 사실 이번 뉴스레터의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쓰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장애를 가진 무용수 '소영'의 일상을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극 중 감독의 부탁으로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소영에게 엄마는 핀잔을 줍니다. "그런 게 무슨 영화가 되겠냐."
하지만 그 사소하고 버거운 일상은 마침내 하나의 영화가 되었고, 멀리 강릉까지 온 제게 전달되었습니다. 섣부른 연민이나 감상으로 영화를 포장하고 싶지 않기에 소회는 이쯤 줄이겠지만, 기회가 되신다면 여러분도 꼭 한 번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 묵직한 울림을 주는 독립·예술영화를 품은 고즈넉한 상영관

3. 솔올미술관 | 건축을 보러 갔다가 마주한 그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솔올미술관'이었습니다. 사실 미술관 건물 자체를 감상하러 간 거라 전시에는 큰 기대가 없었는데, 거기서 만난 김종학 화가의 작품들이 발걸음을 오랫동안 붙잡았습니다. 마치 한국의 데이비드 호크니를 만난 듯한 강렬한 에너지였습니다. 미술관 자체도 참 좋고 전시의 구성도 훌륭하니, 강릉에 가신다면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강릉시립미술관 솔올 | 건축미는 물론, 깊이 있는 전시가 어우러진 강릉의 문화 공간
🎙️부기장의 한마디
기장님의 강릉 여행, 2박 3일인데 밀도가 있네요! (이렇게 더운데) 저는 가볍게 식당을 하나 추천하려고 하는데요. 강릉에 갈 때마다 찾는 “동해일미”라는 곳입니다. 동해일미는 무엇이 유명하냐. 바로 “간장게장”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동해에 웬 꽃게가? 저도 의문입니다.)
여기 게장은 짜지도 않고 입속에 들어가면 정말 녹습니다. 정말 먹고 나면 이게 어디 갔지 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심심할까 봐 오징어볶음이 나오는데 불 맛이 찹찹 밴 녀석이라 이걸로만 밥 한 공기입니다. (그러니까 게장에 1공, 볶음으로 1공 추천)
생각보다 당일 매진이 빠르고 예약도 받지 않아 부지런해야 먹을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전 솔직히 여기 가려고 강릉에 갈 정도입니다!

🔭보란더의 시선
이번 여행에서 오래 남은 것은 풍경보다 질문이었습니다. <소영의 노력>을 보고 난 뒤, 여행을 떠나기 전 우연히 보았던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 박시영의 인터뷰가 문득 이어졌습니다.
구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아니 나는 왜 저기 태어났고 얘네들은 여기 태어난 거지?" 하며 괜히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하더군요.
저도 비슷한 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출발선부터 당연하게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들이, 나에게는 아득히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때. 세상의 눈부신 성취나 타인의 화려한 궤도를 볼 때면 '왜 나는 저들과 다른 출발선에 서 있을까' 하는 박탈감이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장소보다 우연히 들어간 공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고, 큰 기대 없이 본 영화가 여행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으니까요. 출발선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이후에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오래 기억할지는 결국 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저에게 답보다 질문을 남겼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여행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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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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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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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B
여행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보이지 않던 것들이나 보고싶지만 볼 수 없던 것들을 마주 할 수 있으니까요 전 늘 '여름 휴가'는 없습니다 여름을 지독히도 싫어해서 가을이 오면 늦은 여름.가을방학을 떠난답니다, 어려서부터 가족들은 여행을 잘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사업을 하셨고 워커홀릭이셔서 저희도 마찮가지의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이죠 그 영향이 지금 저에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나서 저 혼자 갔던 제주도에서 한달은 참으로 영화같았습니다. 왜 익숙한 곳에서 멀어져야 하는지 왜 익숙한 것에서 멈춰야 하는지도 알게된 중요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행하면 떠오르는 건 제주도의 '오름'과 로컬 음식점 '용왕난드르 보말 수제비' '1100고지의 눈길'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리고 지금 또 떠올리니 설레임이 한가득이네요 :)
VOLANDER
다음 제주 여행에는 CINEMA B님의 기억에 남아 있는 곳들을 저도 꼭 들러봐야겠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것 같아요. 여름 휴가는 회사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는 시설 일정에 맞추어 다녀오는 편이고, 정작 여름 자체를 온전히 즐기는 휴가는 선뜻 도전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제 머지않아 찾아올 늦은 여름이자 가을방학을 차분히, 그리고 즐겁게 계획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촬영은 무탈히 잘 이어가고 계신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부디 건강 유의하시고 무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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