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ANDER] 16호 : 여행은 가끔 질문을 데려온다

강릉에서 마주한 공간과 영화, 그리고 출발선에 관하여

2026.0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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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ANDER


 다들 여름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저는 2박 3일 동안 짧은 강릉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강릉은 못해도 다섯 번 이상 다녀온 익숙한 도시이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들을 마주했습니다. 새로운 장소들이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남아, 여러분께도 조심스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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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슬서림 | 참외 한 조각과 취향의 서가

 여행을 가면 그 지역만의 서점을 꼭 찾아가는 편입니다. 그동안 강릉에 오면 늘 비교적 규모가 큰 '고래책방'을 찾곤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작은 '윤슬서림'의 문을 열었습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오롯이 묻어난 서가 사이에서, 커피와 함께 건네주신 시원한 참외 한 조각을 먹으며 새로 산 책을 읽었습니다. 에세이와 소설이 주로 꽂힌 그곳에서 저는 제일 'T'스러운 제목의 책, <왜의 쓸모>를 한 권 사 들고 나왔습니다.

📍 윤슬서림 | 주인장의 오롯한 취향과 다정한 한 컵의 다과가 있는 작은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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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 무용수 소영의 노력을 보며

 이어서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독립영화 <소영의 노력>을 보기 위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향했습니다. 작은 상영관에 앉아 숨을 죽이고 본 이 영화는, 사실 이번 뉴스레터의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쓰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장애를 가진 무용수 '소영'의 일상을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극 중 감독의 부탁으로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소영에게 엄마는 핀잔을 줍니다. "그런 무슨 영화가 되겠냐."

 하지만 그 사소하고 버거운 일상은 마침내 하나의 영화가 되었고, 멀리 강릉까지 온 제게 전달되었습니다. 섣부른 연민이나 감상으로 영화를 포장하고 싶지 않기에 소회는 이쯤 줄이겠지만, 기회가 되신다면 여러분도 꼭 한 번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 묵직한 울림을 주는 독립·예술영화를 품은 고즈넉한 상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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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솔올미술관 | 건축을 보러 갔다가 마주한 그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솔올미술관'이었습니다. 사실 미술관 건물 자체를 감상하러 간 거라 전시에는 큰 기대가 없었는데, 거기서 만난 김종학 화가의 작품들이 발걸음을 오랫동안 붙잡았습니다. 마치 한국의 데이비드 호크니를 만난 듯한 강렬한 에너지였습니다. 미술관 자체도 참 좋고 전시의 구성도 훌륭하니, 강릉에 가신다면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강릉시립미술관 솔올 | 건축미는 물론, 깊이 있는 전시가 어우러진 강릉의 문화 공간

🎙️부기장의 한마디

 기장님의 강릉 여행, 2박 3일인데 밀도가 있네요! (이렇게 더운데) 저는 가볍게 식당을 하나 추천하려고 하는데요. 강릉에 갈 때마다 찾는 “동해일미”라는 곳입니다. 동해일미는 무엇이 유명하냐. 바로 “간장게장”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동해에 웬 꽃게가? 저도 의문입니다.)

 여기 게장은 짜지도 않고 입속에 들어가면 정말 녹습니다. 정말 먹고 나면 이게 어디 갔지 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심심할까 봐 오징어볶음이 나오는데 불 맛이 찹찹 밴 녀석이라 이걸로만 밥 한 공기입니다. (그러니까 게장에 1공, 볶음으로 1공 추천)

 생각보다 당일 매진이 빠르고 예약도 받지 않아 부지런해야 먹을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전 솔직히 여기 가려고 강릉에 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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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더의 시선

 이번 여행에서 오래 남은 것은 풍경보다 질문이었습니다. <소영의 노력>을 보고 난 뒤, 여행을 떠나기 전 우연히 보았던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 박시영의 인터뷰가 문득 이어졌습니다.

 구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아니 나는 왜 저기 태어났고 얘네들은 여기 태어난 거지?" 하며 괜히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하더군요.

 저도 비슷한 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출발선부터 당연하게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들이, 나에게는 아득히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때. 세상의 눈부신 성취나 타인의 화려한 궤도를 볼 때면 '왜 나는 저들과 다른 출발선에 서 있을까' 하는 박탈감이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장소보다 우연히 들어간 공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고, 큰 기대 없이 본 영화가 여행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으니까요. 출발선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이후에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오래 기억할지는 결국 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저에게 답보다 질문을 남겼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여행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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