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는 설마설마 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 세계가 불안한 시간을 보낸 한 주였던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인지, 미국이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아직 미지수가 많은 상태인데요,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되어서 무고란 우크라이나 국민들, 그리고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많은 러시아의 젋은 군인들 모두가 더 이상 희생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최근 동유럽은 삼성,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모토로라 등 많은 하이테크 기업의 IT 개발 및 연구개발의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이 지역에 개발 거점을 가진 스타트업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6.3B(약 7.3조 원)의 벨류에이션을 갖는 최대의 AI 스타트업 중 하나인 Datarobot도 동유럽에 큰 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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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우크라이나는 IT아웃소싱과 연구 개발 거점으로 가장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테크 기업이 키예프에 R&D 사무실을 열었고, 아직 많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글로벌 스타트업도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9년에 키예프에서 설립된 Grammarly는, 현재 $13B(약 15조 원)의 벨류에이션을 갖는 데카콘이며, 전 세계의 유저로부터 애용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유저 중 한 명입니다.
우크라이나가 테크 기업들로부터 각광받는 이유는 IT인재의 ‘양’과 그들의 ‘퀄리티’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만 명의 IT인력이 있고 매년 3만 명의 새로운 IT인력이 배출되는, 유럽에서 10번째로 IT인력이 많은 나라입니다. 동유럽만 보면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 숫자는 예를 들면 IT아웃소싱의 거대 시장인 인도에 비하면 사이즈는 훨씬 작지만, 우크라이나(및 동유럽)가 일반적으로는 보다 높은 퀄리티의 아웃풋을 제공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할 수 있고, 서양이라는 비슷한 문화권에 있는 것도 미국 등 서양의 테크 기업이 우크라이나를 선택하는 이유가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비용과 퀄리티의 균형입니다. 우크라이나 IT인력은 인도의 IT인력에 비해 비용이 비싸지만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의 IT인력을 고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평균 급여는 유럽 테크 강대국 1위와 2위인 영국과 독일에 비해 불과 각각 1/5와 1/7 수준입니다. 그래서 많은 테크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의 IT인재들과 함께 일을 함으로써 높은 퀄리티의 프로덕트 및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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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외국으로 도피하였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난민 수가 무려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많은 테크 기업은 그들 직원의 대피 계획을 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마켓플레이스 최대 대기업인 Fiverr는 이미 팀 대부분을 우크라이나 국내외에 있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고 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국경을 열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난민 수용을 발표했고, 폴란드도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수용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2015년 난민 위기 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나라에서의 난민 수용에는 난색을 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같은 유럽 이웃국가이고, 국민 대부분이 백인, 그리고 종교적 갈등도 없는 것이 이유겠지만, 기술 수준이 높은 인재의 유입으로 인한 잠재적인 경제적 이점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나이지리아와 멕시코 등 다른 테크놀로지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들에게도 이번 사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금방 안정되지 않으면, 특히 멕시코나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같이, 많은 테크 인재를 자랑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적은 나라들은 많은 기업들에게 있어서 다음 IT아웃소싱 대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남미는 미국과의 시차도 거의 없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불행히도 저는 아직 우크라이나의 회사나 IT인재들과는 일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정말 하루라도 빨리 상황이 호전되어 테크놀로지의 허브로서 지위도 유지했으면 좋겠고, 가까운 장래에 그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ferences:
List of European countries by average wage -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European_countries_by_average_wage
Ukrainian tech companies hope for the best, plan for worst - https://www.fastcompany.com/90725211/ukraine-tech-companies -
The State of European Tech 2020 - https://2019.stateofeuropeantech.com/chapter/key-findings/
Eastern Europe: IT Talent Tech Hubs to Look For in 2022 - https://www.daxx.com/blog/development-trends/it-hubs-in-europe
For Ukraine’s Refugees, Europe Opens Doors That Were Shut to Others - https://www.nytimes.com/2022/02/26/us/politics/ukraine-europe-refuge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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