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첫 미팅 전까지 피치덱을 보지 않는 이유

피치덱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

2025.01.20 | 조회 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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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샌프란시스코에서 벤처 펀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저번주말 예전에 살던 집의 벽에 난 구멍을 메우는 작업을 해봤습니다. 유튜브로 열심히 공부하며 페인트와 여러 도구를 사서 시도해 봤는데, 생각보다 티가 많이 나서 오히려 더 문제가 커진 느낍니다. "그냥 사람을 부르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 비용이 꽤 많이 듭니다. 목수, 배관공, 전기 기술자 같은 소위 '블루워커'로 분류되는 직업군의 인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들의 몸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Gen Z 세대 중에는 이런 일을 배우기 위해 직업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다음 주까지는 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해서 열심히 유튜브와 챗GPT 선생님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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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펀드 오브 펀드 매니저로서 다양한 벤처펀드 매니저들과 만납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200명이 넘는 GP와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대부분의 경우 GP가 직접 미팅을 주도합니다. 가끔 GP가 아닌 팀원이 함께 참석하기도 하지만, 보통 GP가 메인 화자로 나서는 것이 당연합니다. 결국 펀드 투자든, 스타트업 투자든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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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미팅 전, 저는 일반적으로 피치덱을 보지 않습니다. 소개자료나 링크드인 정도만 간단히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제가 피치덱을 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제가 만나는 GP의 90% 이상이 지인의 추천으로 소개된 분들입니다. 즉, 이미 제가 아는 누군가가 해당 GP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저에게 연결해 주었다는 뜻입니다. 둘째, 더 중요한 이유는 피치덱만으로는 펀드 매니저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벤처 캐피털은 소싱, 실사, 딜 얼로케이션 확보, 투자 후 지원이라는 네 단계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모델로 운영됩니다. 모든 벤처펀드가 이 모델을 따르다 보니 피치덱에서 강조하는 내용도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 매력적인 데이터, 장밋빛 미래의 약속 등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GP들 간의 차이는 사실 매우 큽니다. 투자 전략, 커뮤니케이션 방식,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답변 등 미묘하지만 중요한 요소들이 한 GP를 다른 GP와 차별화합니다.

이러한 뉘앙스를 피치덱만으로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덱을 꼼꼼히 읽으면 파악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아직 만나보지 않은 GP를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반면, GP와 나누는 30분의 대화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비전, 사고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진정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이런 점에서 첫 미팅은 피치덱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렇기에 첫 미팅은 반드시 GP가 주도해야 합니다. 팀원이 함께 참석하더라도 GP가 대화의 중심에 서야 신뢰를 쌓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팀원들도 펀드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LP는 결국 GP에게 투자합니다.

물론 피치덱을 아예 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첫 미팅에서 GP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이후 덱을 검토하며 세부 내용을 확인합니다. 디테일한 정보는 피치덱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첫 미팅은 단순한 절차적 과정이 아닙니다. GP가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펀드레이징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는 첫 미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첫 미팅은 단순히 시작점이 아니라, 이후 모든 과정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순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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