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중여행기] 경북 안동 편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입춘도 이미 일주일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은 봄을 맞이했다고 말하기엔 추운 날씨인 듯 합니다. 

 그래도 낮에는 다소 기온이 오르고 있으니 어서 따뜻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어요.

 이번 설날 연휴는 2025년이 눈치를 좀 챙겼는지 좀 길었는데요. 그래서 충분한 휴식을 즐긴 분들이 많으셨을 듯 합니다.

 저는 이번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경북 안동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래서 이번 레터는 경북 안동 여행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니, 안동 가봤나

 (뜬금 반말(?) 죄송합니다.) 

 먼저 가족 여행으로 경북 안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저희 가족은 그래도 1년에 두 세 번 정도는 함께 여행을 가곤 하는데요. 60대의 부모님도 계시고, 어린 조카도 있다 보니 바다를 끼고 있는 리조트로 주로 향하곤 했어요.

 푸르른 색으로 저희를 안아주는 깊고 넓은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런 휴양지로 여행을 다녀오면 좋았다는 느낌은 남지만, 무언가 여운이랄까.. 그런 것들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여행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택하기로 했어요. 국내 여행지도 안 가본 것은 수두룩 빽빽하니까요.

 선택한 곳은 바로 경북 안동입니다. 많이 들어는 보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유교 문화의 고장이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으로 떠났습니다.

 안동은 경상북도의 중북부에 위치해 있고, 서울 면적의 약 2.5배로 대한민국 행정구역 중 가장 큰 시에요. 인구는 약 16만 정도 되고, 제가 살고 있는 수원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시이기 때문에 뚜벅이 여행은 힘들 것 같아요. 혹시 안동으로 떠나게 되신다면 꼭 자동차를 이용하시길 추천드려요.

가장 한국적인 전통마을 - 안동 하회마을

 안동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당연히 하회마을이지요?

 저도 이번 안동 여행의 첫 시작을 하회마을로 향했습니다. 

 먼저 '하회(河回)'라는 이름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회란 말 그대로 강물이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낙동강이 굽어 휘돌아가는 곳에 하회마을은 위치해 있습니다. 강이 굽어 휘돌아간다는 자연적인 특성으로 인해 낙동강의 잦은 물난리 피해에도 하회마을은 안전했다고 해요. 빠르게 굽어 물이 흐르면서 범람하지 않은 것이죠.

 이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가족이 살았던 집성촌으로 알려져있고, 조선 중기의 문신인 류성룡의 출신지이기도 해요. (故 유재하씨도 이곳 출신이라고 하네요.) 

 하회마을 입구로 가면 '세계유산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라는 기념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8월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어요.

 이 하회마을이 재미난 이유 중 하나는 현재도 150여 호가 하회마을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아주 재미난 현상이 발생합니다. 관광객이 생각하는 전통마을과 실제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을이 괴리가 있는 것이죠.

 관광객들은 조선 시대의 전통적인 풍경만을 기대하지만, 그 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현대화된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는 거에요.

 예를 들면, 기품 있는 기와짚 앞에 삐까뻔쩍한 제네시스가 있는 기이한 풍경이 등장합니다. (꽤나 멋진걸?)

 하회마을은 현재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마을로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꼭 밥을 가마솥에만 지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런 괴리감 있는 모습도 하회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니 유쾌하게 즐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화의 모습을 조금은 찾아볼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옛날 전통문화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어요. 성춘향이 탈 것만 같은 족히 5m는 넘어보이는 그네를 타볼 수도 있었고, 마을을 지키는 삼신당 신목에 소원을 빌어볼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하회마을 입구 하회마을별신굿탈놀이 전수교육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주 6회 오후 2시에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430년 역사의 고택 - 옥연정사(玉淵精舍)

 좋았던 하회마을 중에서도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옥연정사(玉淵精舍)'입니다. 하회마을에서 낙동강 반대편에 위치한 옥연정사는 절벽 끝에 지어진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이에요.

 임진왜란을 회고한 '징비록'을 저술한 서애 류성룡 선생에게 이 곳은 쉼과 위로가 되었던 곳이라고 해요. 이 곳은 현재 예약을 통해 숙박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시간을 내어 옥연정사에서 자연을 음미하고, 풍류를 논해보는 선비의 삶을 경험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유홍준 교수가 인정한 최고의 서원 - 병산서원

 안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죠. 바로 '서원(書院)'입니다. 서원은 조선 시대 유교의 성현(성인과 현인)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학자를 키우기 위한 전국 곳곳의 사설 교육기관이에요.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을 크게 성균관, 향교, 서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성균관(서울)과 향교(지방)가 국가 차원의 교육기관인 반면, 서원은 사립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의 지방 사립대학교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가장 유명한 서원은 안동에 위치한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서원인데요. 현재 천원권 지폐의 뒷면에 있는 정선의 '계상정거도'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안동 여행에서 동선 상 도산서원을 들르지 못하고, 하회마을에서 가까운 병산서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였어요.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를 더 가야 볼 수 있는데요. 비포장도로를 지나서 서원까지 들어가야하지만, 서원에 도착하고 나면 고생한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서원을 마주할 수 있어요.

 병산서원을 들어가기 위한 외삼문인 복례문(復禮門)을 마주하면 병산서원의 우아함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건축과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이 서원에서 '균형'이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중요한 지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외삼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계단, 그 외삼문을 지나 웅장하게 펼쳐진 만대루의 기와지붕. 심지어는 서원을 중심으로 한 양쪽의 자연마저 조화로운 균형감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그렇게 복례문을 지나 서원에 들어간 후. 걸어왔던 곳을 다시 뒤돌아보게 되면, 늠름한 누각 만대루(晩對樓)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만대루를 통해 보이는 병산의 배경이 이루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만대루의 이름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구를 인용한 것으로 '푸른 절벽은 오후 늦게 대할 만 하다'라는 뜻인데요. 늦은 오후까지 바라봐도 지루하지 않다는 걸작이라는 의미입니다. 가히 그 이름에 걸맞는 멋진 구조물이었어요. (무려 200명이나 앉을 수 있는 꽤나 큰 구조물입니다.)

 외삼문에서 느꼈던 서원의 균형감은 서원 안에서도 만대루를 중심으로 느껴졌습니다. 만대루의 좌우에 위치한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의 기숙사로 기능했고, 만대루의 반대쪽에는 유생들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강당인 '입교당(立敎堂)'이 위치해 있습니다.

 입교당 뒤로는 선현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위치해있고, 울 밖에는 제수를 준비하는 전사청(典祀廳)과 서원 관리인이 거주하는 주사(廚舍)가 위치해있습니다.

 제가 국내 건축물을 보고 이렇게 짙은 감동을 느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곳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 유생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 곳에서 공부하면 서울대 우습겠다(?))

 여하튼 만대루를 중심으로 병산을 배경삼아 자연과 조화와 균형을 이룬 병산서원을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리고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 역시 한국 서원 건축의 최고봉이 바로 이 병산서원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겨울의 쓸쓸한 분위기에 우아함을 더했던 병산서원이 다른 계절에는 어떤 모습을 내뿜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경상도는 맛이 없다고? - 안동 음식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죠. 흔히 경상도 음식은 짜고 맛이 없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조금 짜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긴 했던 안동 별미 음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안동찜닭

 대표적인 안동의 음식인 안동찜닭은 생각보다 전통이 그리 길지는 않더라고요. 1980년대부터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식 프라이드치킨에 맞서기 위해 안동 구시장 골목에 있는 상인들이 손님의 요구사항대로 재료들을 넣다가 만들어졌다고 해요. 저도 하회마을에서 먹어봤는데 서울에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더라고요.

안동 간고등어

 안동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음식이죠. 사실, 안동은 바다를 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등어가 유명하다는 게 아이러니인데요. 안동은 내륙 중의 내륙이기에 뱃길이 닿지 않았고, 고등어가 상하지 않기 위해 굵은 왕소금을 잔뜩 절여 가져왔다고 해요. 이게 바로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입니다. 

 조금 짜긴 했지만, 밑반찬으로 밥맛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녀석이었답니다.

안동한우

 아마 많이 모르고 계실텐데요. 안동은 한우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전부터 안동은 우시장이 유명했다고 합니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적절한 일교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 덕분에 좋은 품질의 한우가 나올 수 있다고 하죠.

 저희 가족 역시 저녁은 안동한우로 택했는데요. 마늘로 양념한 한우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후식으로 갈비찜을 내어준다는 것이에요. 그것도 공짜로요.

 처음 한우를 주문하면 갈빗대에 있는 살을 발라내고, 남은 갈빗대를 가지고 있다가 후식으로 양념을 해서 갈비찜으로 내어줘요. 제대로된 갈비찜은 아니기에 살코기가 많이 붙어있진 않지만, 갈빗대에 붙어있는 맛있는 고기를 빨간 양념에 매콤하게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안동에 있는 한우갈비집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갈비찜을 후식으로 제공한다고 하니,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이외에도 제사 음식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헛제삿밥, 밀가루와 콩가루를 같은 비율로 섞어 삶은 후 찬물에 헹구어 건져낸 건진국시(건진국수) 등 안동은 색다른 향토식을 경험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자주 떠나던 익숙한 여행지에서 벗어나 떠나 본 안동여행은 꽤나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이번 안동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정말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삼십대가 넘어가면서 이런 고즈넉한 고택과 웅장한 자연을 찾아가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애초에 여행이란 것이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떠나보지 않은 국내 여행지를 도착지로 설정하는 것도 꽤나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선물할지도 모릅니다.

 올해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여행계획을 세워보시길 추천드려요.

 조금 더 따뜻해진 2월 말(2/26)에 찾아뵐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