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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4회차 모임 공지입니다.

느슨한 연대

그는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가?

무거운 진실 :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글쓰기 질문들

2024.03.18 | 조회 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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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글쓰기 좋은 질문과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진실을 말하자

그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진실을 말하자

그는 당신의 재능을 믿어주는가?

 

진실을 말하자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당신이 맺고 있는 관계가 해롭다면,

그를 계속 사귀면서 얻는 보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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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사랑해."

그가 내게 '사랑해'라고 말한 건 고작 사귄지 일주일 되던 날이었다.

 

 코넬대학교 교수인 스턴버그는 사랑의 세가지 요소에 대해서 친밀감, 열정, 헌신이 있다고 말했다. 즉, 남녀간의 사랑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또 친근감을 느끼기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의 심리학>이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친밀감을 바탕으로 열정과 헌신이 결합된 성숙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친밀감, 열정, 헌신의 세 꼭지점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균형을 이룰수록 사랑의 완전성은 높아진다고 했다. 

 

스턴버그의 이론에 따르면 남편은 내게 '사랑해'를 말한 순간,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연애를 시작한 단계였다. 서로에게 헌신할만큼 오래 사귄것도 아니었고, 그만큼 친하지도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사랑의 세 요소 중 '열정'만을 가지고 있었다.

(스턴버그 교수는 열정만 있는 사랑을 원나잇 스탠드라고 칭했다.)

 하지만 그의 '사랑해'는 내 환심을 사려는 수법이 아니었다. 그가 사랑을 고백한 날 이후, 4년의 연애 기간동안 한번도 그 사랑은 한 번도 흔들린적이 없었다. 그의 단단한 사랑 덕분에 약혼식을 올려둔 커플처럼, 차근차근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다.

 

"왜 너는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거야 ? 어떻게 호감과 애정을 사랑이라고 확신해?"

나는 자주 그를 향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냈다.

내 전공은 식물생명공학이다. 특히 생명공학 쪽 수업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의 생태학 수업을 훨씬 좋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도통 믿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미경을 통해서 겨우 염색체 몇 개의 색변화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멘델의 완두콩 유전법칙이 더 이해하기 쉬웠다.

그러니, 만난지 일주일도 되지 않는 남자가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내게 증거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그는 내 눈을 맞추며 신을 믿냐며 운을 띄웠다.

(솔직히 안 믿지! 진화론과 세포분열을 공부했는걸?)

 

"한 철학자가 신을 믿는 방식에 대해서 기술한 책이 있어.
신이 존재하거나 말거나, 그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증명할 수 없지.

그치만 세상엔 신을 믿는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 ?

절대자라는 게 환상인 건지 실존하는 건지 알수는 없지만, 믿는다는건 자기 확신의 영역이라는 이야기였어.

누가 말해준다고 믿을 수 있는것도 아니야. 본인이 신이 존재한다고 믿으면 그뿐인거야."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랑을 이야기해하는데 신 이야기라니.

그는 어떻게 사랑을 정의한 것인가?

 

"나는 사랑이란 환상을 현실이라고 믿어. 그래서 난 너를 사랑해.

이건 내 확신이고 믿음인거지. 근데 네게도 같은 방식을 강요할 순 없어.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정의하면 되는거야."

 

남편은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어떤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정의와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공부한다. 그러니 그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는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실재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는 소리다.

그는 사랑을 확신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그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내 표정을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혹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읽어봤어 ?"

내가 작게 '응'이라고 대답했다.

 

"자기는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르는거같아.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경쟁에서, 네안데르탈인이 훨씬 똑똑하고 지능이 좋았는데 결국 멸종 했잖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가 자기 성격과 비슷해.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와 다르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가 않았대.

자기가 사랑을 믿지 못했던것 처럼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종교, 경제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집단화가 어려웠대. 당연히 그 시대에 집단 생활을 하지 못하니 생존하지 못한거고. "

 

애인에게 네안데르탈인이라니.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내게 현실이란 오감의 집합체다.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체크카드보다 현금을 쓰는걸 더 좋아한다. 전자책보다 종이로 된 책이 더 읽는 맛이 나고, 투자 자산으로도 주식보다는, 직접 볼 수 있는 부동산을 좋아한다. 만약 내가 하나의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그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것이나 마찬가지일테다.

 

 사랑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남편이 일이 바빠 일주일 정도 내게 소홀해지면 대번 삐져서 그의 사랑을 의심한다. 그와의 연인관계가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해 공백 없이 전화하고, 메세지를 보낸다.

쉬는 날이면 종일 맨살을 붙이고 있기를 원한다. 그래야 옥시토신이 듬뿍 나와 우리 둘 다 행복해질 테니까.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맡고, 맛보는게 내 사랑이다.

 

"난 그냥 옥시토신이 나오는 정도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게 차라리 편하지 않아? 띠릭.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측정해주는거지. "

내가 말하자, 남편이 큰 소리로 웃었다.

 

"자기의 그런 특이한 점이 좋기도 하지만, 가끔 걱정이 될 때도 있어. 하지만 네 leap of faith 가 기대돼." 남편이 대답했다.

 

그리고 내게 Leap of Faith라는 개념을 아냐고 물었다.

Leap은 도약하다, Faith는 믿음이라는 뜻이니까, 믿음의 도약? 개별적인 단어 뜻은 알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들어본적이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학술 용어인 듯 했다.

 

믿음의 도약 (leap of faith)은 무형이거나 증명할 수 없거나, 경험적 증거가 없는 것을 믿거나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많은 종교가 신앙을 경건의 필수 요소로 간주하므로 일반적으로 종교적 믿음과 관련된 행위이다.

쇠렌 키르케고르가 이 용어를 사용하여 종교적 실존의 단계로 넘어간다. 그에게 믿음의 도약이란 이성의 한계 밖에 있는 것을 믿거나 받아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누군가는 믿음의 도약이 종교적인 의미라고 덧붙여 두었지만, 반려견으로 비유하는 게 더 적합해 보였다.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귀여운 강아지가 있지만, 주인들은 그 중 특별히 본인의 반려견을 더 사랑한다. -심지어 거의 똑같이 생긴 품종견조차!- 이 푸들과, 저 푸들은 거의 똑같이 생겼지만 각각의 주인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푸들이다.

이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은, 반려견이 문지방을 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가족으로 들이기로 결정과 동시에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진정한 믿음의 도약이다.) 똥을 치우고, 병원을 데려가고, 산책을 시켜야 하는 부수적인 일거리는 아무렇지 않아진다. 심지어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말까지 하며 번 돈을 모조리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다. 아무런 실용적 가치가 없는데도 말이다.

 

남편이 내게 사랑을 말한 것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그는 내가 '사랑의 조건이 맞아떨어져서' 고백을 한 게 아니었다.

그 모든 조건 없이, 일단 문지방을 넘자마자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

 

나는 남편 덕분에 사랑에 빠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배웠다.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선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 모조리 담가야 하는 것이었다. 

 예전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늘 겁을 냈다. 사랑할만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툴툴거리고, 괜찮은 남자들 몇 명을 두고 재고 따졌다. 막상 연애가 시작해도, 상처를 입을 까봐 풍덩 담그지 못했다. 

 진정한 사랑을 위해선 용기를 내야 한다. 깊이를 가늠하지 않고, 애써 숨을 쉬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빠져야 한다. 웅덩이 속의 수중 생태계가 바로 내 세계가 되도록 말이다.

 

진실을 말하자

당신은 그를 사랑하기로 결심 했는가?

 

진실을 말하자

당신은 그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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