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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4회차 모임 공지입니다.

느슨한 연대

진작에 이 짓거리를 멈췄어야 하는데.

오프모임 3회차 <진로> 후기

2024.04.15 | 조회 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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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글쓰기 좋은 질문과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진취적인 여성들의 주된 걱정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만나지 않은 남편이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어느날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될까봐

오늘 하고 싶은 도전을 꾸욱 꾹.

마음 깊이 누르고 있었다.

 

그녀들은 무척 바보같은 질문인 걸 알면서도

이렇게 묻는다.

"아니, 그 나이에 해내야 하는 과업이 있잖아요?"

 


(오늘의 글은, 음악과 함께 들어주세요.)

A가 직접 작곡, 작사한 음악.

세 번째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진로>다.

 

40분 정도 앉아서 각자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여성 여섯 명이 모였다.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었다.

 

첫번째 질문

당신의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는가?

만나고 싶지 않은데 자주 보아야 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가? 만약 내가 환경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A는 유치원 선생님이다. 이제 나이는 30대 중반.

삶이 주는 숙제에 맞춰 살았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그녀는 결국 공무원이 되었다.

A의 취미는 작곡과 작사다. 음율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할 수만 있다면, 온종일 회사에 메여 있지만 않다면 종일 창작 활동을 하고 싶다. 얼마를 벌던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정규 직업을 때려 치고 음악만 몰입하기에는 무섭다. 사회에 명함 없이 내던져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이대로 가다간, 영원히 하고 싶은 일에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마흔이 될 것만 같다. 그래서 이렇게 모임에 나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주변 환경'을 바꿔보려고 하는 중이다.

 

두번째 질문

나를 방해하는 것 다섯 가지를 써본다.

 

B는 연구원이다. 힘든 연구실 생활을 버텨내고 석사로 취직까지 해냈지만, 막상 회사에 가보니 한계가 보인다. 연구에도 단계라는 게 있어서, 그녀가 원하는 통계 분석업무까지 해내기에는 힘들어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일년만에 사직서를 냈다.

B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절대로 말을 끊지 않았고, 무척 사려깊어 보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면 송편 속에 떡인지 콩인지 알아볼 수 없을만큼 두터운 막으로 둘둘 말아 은근하게 이야기했다.

B는 공간 관련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 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 조심스러워 보였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건 자기검열의 막이었다.

 

세번째 질문

나의 걱정 다섯 가지를 써본다.

확신이 부족하거나 돈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 다섯 가지를 써본다.

 

C는 좋은 회사에 다닌다. 유명한 대기업에, 만족할 만한 월급을 받는다. 일도 마음에 썩 든단다.

심지어 미국 중심지에 주재원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진로 고민 따위 없을 것 같은 그녀는 유난히도 날카로운 아이라인을 그리고 왔다.

 

C는 해외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미국이면 한국보다 훨씬 섹시하고 직업도 좋은 남자들 많이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C는 대답했다.

"그러게요...."

 

우리는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었다.

이 진취적인 여성들의 주된 걱정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만나지 않은 남편이었다.(기가 막힌 일이다.)

 

어느날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될 까봐

오늘 하고 싶은 도전을 꾸욱 꾹. 마음 깊이 누르고 있었다.

 

그녀들은

무척 바보같은 질문인 걸 알면서도

이렇게 묻는다.

"아니, 그 나이에 해내야 하는 과업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녀들은

동시에 아주 대담한 얼굴로 말한다.

 

"나를 옭아매는 의무 따위는 사실 없어요.

저는 제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요."

 

 

네번째 질문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여덟 살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이제 여덟 살인 당신이 현재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를 써본다.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D는 컨설팅회사를 다닌다. 매일 열시가 넘어서 끝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할때마다 날카로운 칼단발 머리가 흣날렸다. D의 눈은 동그랗고 반짝거려, 마치 아기 강아지의 눈 같았다. 무척 지치고 힘들어 워라밸을 찾고 싶다는 그녀의 눈은 여섯 명 중 가장 반짝이고 있었다.

 

 과거의 본인을 생각해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찬반토론 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말이다. 그녀는 의견이 다른 사람과 서로 대화로 조율해나가고, 옳은 답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즐거웠다.

나는 그녀에게 인바운드 컨설팅을 추천했다.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 컨설턴트들을 한 팀으로 뽑아 자체 컨설팅을 수행하는 회사들이 종종 있는데, 급여도 높고 워라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D는 당장 내일이라도 그 모든 업체에 이력서를 보낼 기세로 힘차게 미소지었다.

 

다섯번째 질문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여든 살이 된 자신의 모습을 묘사해본다. 이제 여든 살인 당신이 현재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를 쓴다.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어떤 꿈을 격려해주고 싶은가?

 

E는 8년차 영어 선생님이다. 전날 밤, 공연기획자 채용에 이력서를 내고 왔다.

 

그녀가 그리는 노년의 모습은 분명했다. 사람들과 함께, 외국어 공부를 하며 (심지어 외국어 강의 자료를 나누며),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종종 해외로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는 본인의 꿈이 이렇게 구체화된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블로그에 공연 후기를 올리기 시작한 게, 유튜브에서 뉴스레터를 보내는 일과 연결되었고,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단계를 밟아나간 일이 꿈의 지도가 되어주었다고 했다.

 

 

마지막 30분, 우리들은 각자의 소원을 이야기했다.

 

 

 

소원을 부르는 주문

 

나의 소원은 _____________이다.

나의 소원은 _____________이다.

나의 소원은 _____________이다.

나의 소원은 _____________이다.

나의 소원은 _____________이다.

 

나는 사실 ______________하며 살고 싶다, 하지만 _____________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이를 해결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________할 것이다.


 

모임을 마치고 양재천이 보이는 카페에 앉았다.

 

 한참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요일 한 낮이라는 시간이 새삼스러운 열기다. 맞은편에는 온 가족이 앉아있다.

첫째 누나는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고, 초등학생 동생은 수학 문제를 푼다.

엄마는 책을 펼쳐두고 아이들이 집중하고 있나 계속 신경을 쓴다.

 그러던 와중 '으앙'하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막내의 울음이다. 도대체 왜 일요일에도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짜증을 부린다.

엄마는 말한다.

'수학 문제가 의미 없어 보일 지 모르겠지만, 그 나이마다 꼭 해야 할 과업이 있어.'

아이는 고개를 울먹이며 다시 문제집 속으로 들어간다.

 

바람에 흩날리는 초록을 바라본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진작에 이 짓거리를 멈췄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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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마지막 모임은 5월 6일(월) 낮1시-4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주제는 자유 주제, <빙그레 썅년/놈되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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