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끊는 거 정말 싫어해. 짧은 소설은 시일까? 요즘은 머리카락이 너무 자주 빠지는 것 같다. 계속해서 생각했다. 걔가 그때 내 말을 끊은 것에 대해.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을 할 때 좀 두서가 없기는 하지. 그렇다고 해도 내 말을 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잠에서 깨면 잠시 눈을 감고 이불의 질감을 느끼고는 한다. 밥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그러면 말이 끊길까 봐. 아름다운 음악에 대해서 생각해. 그러고 나면 네 생각이 불쑥불쑥. 나는 만지고 만져진다. 아름다운 그날 밤에 대해서 생각해. 눈을 떴을 때 오늘은 햇빛이 내 방으로 들어올까? 들어오지 않으면 실망할까 봐 차마 눈을 뜨지 못한다. 시는 리듬을 맞추는 일일까? 지나가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다. 강아지, 하늘로 용솟음치듯 불쑥 자란 새파란 바람결은 나뭇잎에 따라 흩날린다. 그 자리에서 꼭 영원처럼 뿌리를 내린 자동차들을 지켜보는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런 일이 사실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이 낮이 아니라 밤이었으면 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 화음을 맞추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창문 너머로 들렸겠지. 파도일까 혹은 비둘기일까. 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면 그 이후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사진에 대해 생각해. 아름다운 그 밤에도 그러한 사진을 좀 찍어두었던가. 그러면 조금씩 깨어나게 돼. 이 지역으로 이사를 온 뒤로부터, 지루하게 지내지 않기 위해 찍어두었던 사진들. 이름 없는 음식들에 이름을 붙인다. 버섯, 시금치, 양파, 마늘, 때로는 후추와 소금, 파스타 면, 굴 소스, 때로는 토마토, 살살 볶아 보는 건 어때? 오늘은 영 아니다. 꼭 먹어야 한다면 토마토가 있어야 하는데. 토마토가 남아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눈을 뜨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눈을 뜨기로 하고, 뜨고 나면.
여름이 오기 전이라서 뭐든지 계획하기 좋다. 부엌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다른 사람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쏘다니는 모습을 보기에도 좋다. 토마토가 있기 전까지 나는 토마토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해. 언젠가 곰팡이에서 토마토가 자란 일에 대해. 토마토는 끓어 넘치고.
너의 연락이 오지 않는 핸드폰에 대해 생각해. 사실은 끔찍이 뒤덮여 있는 나뭇가지들. 어떠한 음악. 으으으음 나나나 나나나 오 와아아아 이이이. 이러한 이야기가 써보고 싶었다는 문장을 넣어볼까? 이러한 이야기가 써보고 싶었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 이야기의 주인이 내가 아니게 될까. 밥을 먹고 나면 아몬드. 아몬드는 입으로 들어가고 나면 블루. 내가 아니면 누구일까. 사실 모든 이야기의 주인은 그것을 쓴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사람이나, 경험들, 혹은 언어이고 그래서 내 것은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침대에 들어가면 안 돼. 한 번 들어가면 또 게을러지고 만다. 나는 글을 쓰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연락이 오지 않아. 나는 내 것이 아닌 언어를 빌려 쓰고 있으니까. 나만이 쓰는 언어를 개발하면 어떨까? 각자의 사람들은 각자의 언어를 써야 한다. 누군가의 언어를 빌려 쓰는 이상 그 이야기는 당신의 것이 아니야. 당신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계이름의 단지 조금 어려운 조합일 뿐이다. 당신은 머릿속을 찬찬히 비우고 어디선가 들어봤던 음악에 대해서 생각하며 이야기가 당신을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를 복제할 만한 기분이 되면 그때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은 곧 곤혹스러운 기분이 되어서 밥을 먹는 일에도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런데 그때 영화관에서 만난 그 사람에게는 왜 연락이 더 이상 오지 않는 걸까, 젊어서는 연애하기가 어렵지, 다들 재고 따지고 부딪치지 않으려고 하잖아. 부딪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그럴 때 이런 사람을 만났다는 게 다행이지 않니, 너는 이 사람을 놓치면 다시는 연애를 못 할 것 같지 않니, 그렇지만 더는 못 견디겠다고 생각하고, 오래전에 정리해야만 했던 방을 바라보며 절망스러운 기분을 느끼다가, 점점 해가 질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다가 아무것도 결국 못하겠지? 산책을 다녀올까, 카페에 갈까, 뭐라도 검색해 볼까, 너의 연락이 오지 않는 끔찍한 핸드폰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아몬드를 먹고 나면, 침대에 들어가야지.
눕고 나면 미뤄둔 것들이 잠과 함께 몰려올 걸 알았어. 그래서 누우려고 하지 않았는데. 알람은 맞췄던가. 이불이 무섭게 느껴지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들기 시작하면 나는 아무거나 꺼내 들어. 핸드폰이나 그런 것. 끝의 끝까지 스크롤을 내리고 나면.
그런데 정말로 오지 않는 걸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어떠한 사람이 태어나는 이야기나, 어떤 말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해야 알 수 있을까. 알 수 없는데도 자꾸만 불어오는 바람.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그러려고 했는데. 그런데 알람은 맞췄던가. 답답한 마음이 들면 어떡하지. 이러고 나면 마음이 좀 나아질까. 이불을 좀 걷어, 한쪽 발이라도 내봐. 그래도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다음엔 뭘 할지 생각할 필요 없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언제쯤부터 누워서 이렇게 있었지. 사실 나는 일어난 적도 없고. 토마토는 잘 있을까? 너는 내 생각을 할까? 결론이 뭐야? 네가 언젠가 나에게 결말을 알려주겠지. 그러고 나면 우리는 남들처럼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될까? 하나하나 조립된 이야기는, 그것을 쓴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사람이나, 경험이 되어, 이루어진다. 결국에 생각된 생각들은 그 사람이 될 거야. 이러한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남들도 나를 막무가내로 지나치지는 않겠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꼭 파스타를 해 먹어야지. 여름이 꼭 발밑에 차오른 것처럼 날씨는 그랬음 좋겠어. 그럼 나는 파스타를 사진을 찍어 두고, 지루하지 않게 지내기 위해 찍어두고, 온갖 사진을 저장하고, 계속해서 살아가겠지. 연속적으로 지내기 위해. 삶이 언제라도 나를 지나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고 받아 써. 동그랗고 밑을 보고 있는 램프는 버섯일까. 내가 죽고 없어지더라도, 누가 먹다 남긴 파스타 그릇과 포크는 거기에 있어. 버섯, 시금치, 오징어, 파슬리, 간단한 전채 요리. 이제 그럼 그걸 해야지. 그 오래전 사실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 누군가 말을 끊는 바람에 결국 하지 못한 생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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