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먼저 그 마음의 근간을 찾아보기 위해서 시간을 멋대로 조정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기 까지 삶이란 여정 안에서 정말 무수히 많은 문제를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반복한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는 일상 속에서 문제가 되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걸 발견하기 위해 넓은 범위로 여러 길을 헤메이기도 한다. 거창한 준비나 어떤 규칙은 없지만,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지루함에 맞설 수 있는 태도는 필요하다. 꾸준함이 경쟁력으로 작용하여 빛을 발하는 시기는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볍지만 분명한 의미를 가진 태도를 갖췄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어떤 계기로 인해 특정한 것을 좋아하게 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를 예로 설명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볼까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과 가까이 지낼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나의 모친이 책방을 했기 때문이다. 글자 보다는 그림이 많은 만화책을 더 가까이 두고 커왔지만 종이책을 손에 쥐고서 책장을 넘기면 옅게 올라오는 책 냄새가 너무도 좋았다. 새 책과 중고 책, 그리고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는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나는 중고 책에서 나는 냄새를 유독 좋아하는데, 손 때가 적당히 탄 것에는 인간적인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단 책 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사물 어떤 것에는 형태가 주인을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험하게 다루는 것에는 그만한 상처와 흔적들이 있을 것이고, 소중하게 다루는 것에는 알게 모르게 세월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내가 가진 사물들이 모두 몇 년 씩 된 것들이 많다. 그 이유는 소중하게 다루는 것도 있지만 나와 함께 보낸 시간만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익숙함에 숨겨진 가치랄까. 이야기가 딴 길로 빠졌지만 여전히 나는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한다. 글자를 읽고 밑줄을 그어가며 한 권을 마무리하게 됐을 때 그 책은 나라는 사람이 쓴 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재해석을 거쳐 세상에 나온 작업물은 기존 창작물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타인의 개성을 추가하는 행위가 아닐까. (그래서 내가 가진 책들은 중고 서점에 데려갈 수가 없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취향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취향이라는 것은 정해진 범위가 없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이 취향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일 뿐, 이것이 '시대의 흐름과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수단이 되서는 안 된다. 유행과 취향은 한 끗차이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지속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으로도 가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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