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를 등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것을 따라가는 일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만큼 세상은 여일치않다. 그 최전선을 이끄는, 또는 그것을 최후방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자처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그 일을 원해서 하는 것일까, 하다보니 그런 역할을 하게 된 것일까. 그 씬에서 가장 뒤에 서있는 나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도저히 쫓을 수 없는 간격이 되어버린 유행에 불온전한 친밀감을 느낀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앞선 내용과 무관하지만 불온전한 친밀감에서 오는 쓸쓸함이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하 에바 EVA)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애니 속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작품 속 내내 불완전한 정신 상태를 가진 것처럼 비춰진다. 그는 어린 시절 이유 따위 불문하고 가족과 이별한 뒤 ‘사랑’과 ‘인정’ 그리고 집단과 인간 관계에 있어 부적응하는 모습을 띤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보이는 하나의 평범한 한 사회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 이 사회는 많은 것들이 배제되고 결여된 상태로 아슬아슬한 칼날 위를 걷고 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한 부분이 없다. 여담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원작자 안노 히데아키는 작품을 그리는 당시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작품에 일정 녹아들었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신지는 안노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에반게리온은 인간으로부터 인간이 스스로 성을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들이 신이 될 수 있다는 허상을 꿈꾸는 것 같았다. 인류 보완이라는 계획은 완벽한 인간이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그 안의 구성원마저 완벽해야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간은 신이 될 수 없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비로소 불완전한 몸과 마음이 사람의 본질이란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시대를 관철하는 영일한 진실이다.
나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것이 원하는대로 또는 나의 의도와 관련없이 그들의 파도에 올라야만 한다. 이전 근대 사회가 일으킨 집단 생활의 중요성이 여전히 잔재하고 있지만 이제는 개인에서 개인으로 많이 분리되어 가고 있다. 나는 그 개인적인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새로운 파도에 올라 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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