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조금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개발자이기도, 기획자이기도, 디자이너이기도 한데, 그 어느 것도 완전히 맞지 않아서 스스로 이름을 만들어버린 사람.
두 번째 후더데브의 주인공은 앱 아티스트 이가은님입니다.
일기 앱 Cherish, 커플 앱 Ourday, 콘텐츠 데코 앱 CHAKK을 만들며 활동 중인 1인 앱 개발자이자 앱 아티스트입니다.
온라인으로 만난 이가은님의 이야기, 함께 확인해보시죠.
Q. 안녕하세요, 가은님. 왓더앱 구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험을 앱으로 표현하는 앱 아티스트 이가은입니다. 지금은 세 가지 앱을 운영하고 있어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기 앱 Cherish, 커플의 행복한 연애를 돕는 Ourday, 그리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게시물에 스티커처럼 붙여 쓰는 콘텐츠 다꾸 앱 CHAKK입니다.
Q. 앱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원래 다른 전공이었는데, 컴공으로 전과를 하게 됐어요. 전과 후 저를 많이 챙겨주신 선배와 같이 6개월동안 웹 프로젝트 2개를 했었어요. 웹 서비스의 사용자도 있었고, 재미도 느꼈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앱 만들고 싶다…”
웹 서비스가 배포는 빠르지만, 사용자들이 한 번 쓰고 마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오랜시간 애정으로 만든 프로젝트가 사용자와 오래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앱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알바를 해서 iOS 개발을 위한 맥북을 사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후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 iOS 개발을 배우며 앱의 기초 베이스를 튼튼하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Q. 운영하고 계신 세 가지 앱을 소개해주세요. 각각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Cherish는 제가 15년 넘게 일기를 써온 사람이라, 그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친구 디자이너와 함께 만들었어요. 벌써 3년이 됐고, 외국 유저분이 Cherish로 쓴 일기로 책을 만드셨다는 연락이 왔을 때 정말 의미 있는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Ourday는 남자친구랑 100일을 까먹은 게 계기였어요. 디데이는 챙기기 싫은데 뭔가 아쉬운 그 감정, 아시죠? 그래서 숫자만 세는 게 아니라 함께한 시간 자체를 기록하는 앱을 만들고 싶었고, 거의 해커톤처럼 하루 만에 초안을 만들어서 남자친구한테 보여줬어요.
CHAKK은 인스타나 스레드에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매번 피그마 켜는 게 너무 귀찮아서 만들었습니다. 좋은 디자이너분과 함께, 3초 만에 스토리 완성이라는 콘셉트로 지금도 발전시키고 있어요.

Q. Ourday가 출시 초반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하셨는데, 비결이 있을까요?
저도 3년 공들인 Cherish보다, 남자친구랑 쓰려고 만든 앱 반응이 더 좋아서 처음에는 당황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Ourday가 빨리 클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Cherish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더 탄탄하게 설계했다는 점이에요. 이전 프로젝트에서 쌓은 개발, 디자인, 그리고 퍼널과 마케팅에 대한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두 번째는 정말 제가 남자친구와 함께 쓰기 위해 만든 앱이라는 점이에요. 이 진심이 사용자분들께도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재미 요소가 되었고, 저에게도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어요.
세 번째는 커플 앱이라는 특성 덕분에, 한 사람이 다운로드하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구조라는 점이에요. 이 부분이 초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아요.

Q. 셀프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관해 되게 많이 고민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하고 계세요?
처음엔 SNS가 너무 싫었어요. 가볍게 앱을 홍보하는 세상에 들어가기 싫어서, 저는 진실성을 택하겠다며 Cherish 홍보 엽서를 직접 만들어서 글 쓰는 카페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근데 그게 더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들과 10초 대화를 5분으로 늘리려고 노력하면서, 오히려 그 경험이 SNS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결국 SNS도 진실성을 쌓아가면 충분히 전달된다는 걸 알게 됐고요.
요즘 제가 믿는 명제는 이거예요. 조회수보다 스토리가 먼저다. 100만 릴스보다 10만인데 팔로 전환이 10%인 게 낫잖아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내 앱을 써줬으면 하는지, 그게 정리가 되면 마케팅은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마케팅을 위해 글쓰기를 공부하는 거, 좀 웃기죠? 근데 “누군가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본질은 비슷한 것 같아요.
Q. '앱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1인 개발자이기엔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창업가이기엔 좀 작고, 창작자이기엔 너무 실무적이고. 딱 맞는 단어가 없었어요.
친구들이 취업할 때 "너 뭐해?" 하면 "앱 개발 중"이라고 말하는 게 너무 쭈글쭈글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나를 잘 설명해 줄 단어를 3년 동안 찾아다녔는데, 친구가 어느 날 툭 던져줬어요. "너 앱 아티스트네."
싱어송라이터가 자기 경험을 노래로 만들듯, 나는 내 경험을 앱으로 만드는 사람이구나. 그게 딱 맞았어요. Cherish엔 청소년기가 담겨 있고, Ourday엔 사랑의 감각이 담겨 있고. 삶을 살면서 만드는 모든 프로덕트에 그때의 제가 고민했던, 사랑했던 것들이 담겨있으면 좋겠어요.
한 달 동안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저는 앱 아티스트입니다”라는 말을 링크드인에 올렸어요. 아직은 피식 웃으면서 얘기하는 단어지만, 언젠가 '싱어송라이터'처럼 명확하게 와닿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Q.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세요? 혼자 하는 입장에서 기획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있어 보이게 말하면 ‘경험 자산’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메모장에 쌓아둔 기록이에요. (웃음)
살면서 친구랑 얘기하다가 괜찮은 거 있으면 일단 적고, 3일 뒤에 다시 봐요. 이상한 것 같은 아이디어도 있고, 다시 봐도 괜찮다 싶은 것도 있거든요. 좋았던 것들만 옮겨서 더 발전시키고, 또 까먹고, 다시 보고.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핀터레스트를 되게 자주 봐요. 오프라인에 있는 것들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감성을 느끼게 하는 게 제가 좋아하는 작업 스타일이거든요. 예를 들어 커플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구상할 때도, 핀터레스트에서 유럽 사람들이 노트에 CD 꽂는 걸 보면서 이걸 어떻게 앱으로 풀지 고민했어요.
AI도 요즘 활용해요. 기획 초반엔 제가 생각하고, 막판에 워딩이나 플로우 검토할 때 도움받아요. 개발은 Claude Code 쓰면서 iOS를 안드로이드로 포팅할 때 많이 씁니다.
Q. 마지막으로, 앱 아티스트를 꿈꾸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조언보다는 제가 요즘 믿고 있는 명제를 하나 드리고 싶어요.
저는 사람이 믿는 대로 산다고 생각해요. 된다 된다 생각하면 진짜로 되고, 안된다 안된다 생각하면 정말 안되는 거 같거든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나의 느낌과 생각을 맞다고 믿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그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직업은 외로운 순간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그 외로움을 버티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부터 나만의 파도에 탄 듯한 느낌이 와요. 약간 영화 Soul에 나오는 장면처럼 내가 하는 작업에 완전히 몰입되는 것처럼요 ㅎㅎ 그러니 본인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보시길 응원할게요!!
에디터의 주저리
경험을 자산으로 만드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오래 남은 표현입니다.
Cherish엔 15년간의 일기가, Ourday엔 연애의 감각이, CHAKK엔 콘텐츠 창작자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어요.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살아온 것들이 쌓여서 앱이 된 사람.
앱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처음엔 낯설었는데, 이가은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단어 말고는 설명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가은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단어가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앱으로 경험을 표현해주시기를 기다리면서, 이번 후더데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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