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더글라스 랭의 캠벨타운 지역 블렌디드 몰트, 골드론(The Gouldrons) 이야기

독립병입 회사 "더글라스 랭"의 캠벨타운 지역기반 위스키, 골드론 이야기

2024.10.10 | 조회 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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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술장

위스키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하는 주간 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이번 한 주도 잘 보내셨나요? 이번주도 수요일에 휴일이 있어서 한주가 가뿐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추석부터 이어져온 연휴 및 휴일들이 이제 끝났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어제 한글날이 지났으니, 이제 크리스마스까지는 평일 휴일 없이 열심히 연말까지 달려야하는 일만 남았네요. 추석 연휴 이후부터 계속 휴일들이 있어서 한동안 매주 월요일의 시작도 마음이 가벼운 느낌이었는데요, 벌써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좀 더 파이팅 넘치게 한주를 시작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오늘은 어떤 위스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릴까 고민을 하다가 병모양이 뭔가 가을겨울에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었던 위스키가 문득 떠올라서 그 위스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사실 가을겨울에 어울릴 것 같다고 말은 했지만, 가을겨울이라는 계절적 느낌에 어울린다기 보다는 병모양이 굉장히 투박하고 볼드한 느낌이라 산뜻한 봄가을보다는 가을겨울의 무겁고 묵직한 느낌에 좀 더 가깝다고나 할까요! 병모양에 대한 감상은 저의 매우 주관적이 감상에 기반한 것이니 가을과 오늘의 위스키를 엮어보고 싶었던 저의 노력을 귀엽게 이해해주시길 바라요...!ㅎㅎ  

그래서 서론이 길었던 그 위스키가 어떤 위스키인지 먼저 바틀부터 살펴볼까요? 

더 골드론스(굴드론스)라고 적혀있는 어딘가 낯선 위스키 병
더 골드론스(굴드론스)라고 적혀있는 어딘가 낯선 위스키 병

새까만 바틀에 화려한 문양이 눈에 띄는 이 위스키는 일반적인 싱글몰트 위스키와는 뭔가 느낌이 달라보입니다. 물론 블랙바틀이나 올드파 같이 어두운 색의 병을 쓰는 위스키를 좀 있었지만, 병 색깔 뿐만 아니라 글자체나 라베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일반적인 위스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독립병입 회사인 "더글라스 랭(Douglas Laing's)"에서 출시된 "골드론(The Gauldrons)"이라는 위스키 입니다. 

독립병입 위스키에 대해서는 제가 얼마전에 한번 다룬 적이 있는데요, 혹시 잊으셨을까하여 독립병입 위스키를 다룬 뉴스레터를 아래에 연결해두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위스키 골드론은 영어 철자가 Gauldrons 인데, 대부분은 "골드론"이라고 읽곤 합니다만 저는 이 위스키를 처음 접했을 때, "굴드론"이라 읽고 경험했어서 "굴드론"이라는 발음이 좀 더 익숙합니다. 정확히는 구올드론- 정도로 발음 될 것 같은데요, 어찌됐든 보편적으로 인지되고 있는 발음이 "골드론"이니 오늘은 "골드론"으로 읽는 것으로 결정한 후 레터를 써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골드론" 위스키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이 위스키를 생산하는 "더글라스 랭"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더글라스 랭"은 1948년에 프레더릭 더글라스 랭이 세운 위스키 블렌딩 및 독립병입 회사로 3대째 운영되고 있는 유서가 깊은 회사 입니다. 초반에 미국에서 판매량이 상당히 좋았던 지라 꽤나 괜찮게 사업을 이어나갔던 회사인데요, 창업자 프레더릭은 두 아들 "스튜어트 헌터 랭"과 "프레드 랭"에게 이 회사를 이어받기 위해 각각 다른 증류소에서 위스키 공부를 하고 올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스튜어트 헌터 랭은 브룩라디 증류소에서, 프레드 랭은 화이트 앤 맥케이 증류소에서 일을 배우고 오게 되지요. 1982년 창업자 프레더릭이 사망하고 스튜어트와 프레드 두 아들인 본격적으로 이 회사를 이끌게 되는데요,

그러다가 2013년 스튜어트 헌터 랭과 프레드 랭 형제는 분할을 통해 회사를 분리하게 됩니다. 다툼이 있었거나 했던 것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의 위스키를 만들어 내기 위해 우호적인 분할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분할을 통해서 프레드 랭은 "더글라스 랭"이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어 더글라스 랭을 계속 운영하게 되고, 스튜어트 헌터 랭은 "헌터 랭"이라는 새로운 독립 병입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더글라스 랭과 헌터 랭은 각각의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위스키를 생산하게 되었고 오늘의 주인공은 이중에서 프레드 랭이 가져간 더글라스 랭에서 만드는 위스키인 것이지요.

참고로 헌터 랭에서 만드는 위스키는 대략 아래와 같은 느낌입니다. 

헌터랭 햅번스 초이스 바틀. 마셔본 적이 없어서 공식 이미지를 활용했음
헌터랭 햅번스 초이스 바틀. 마셔본 적이 없어서 공식 이미지를 활용했음

더글라스 랭은 위스키를 있는 그대로 즉 원액 그대로를 최대한 활용하여 위스키를 생산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어떤 것을 첨가하지고 빼지도 않는 위스키를 활용하여 위스키 그 자체를 사람들이 더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회사의 주요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원액을 최적으로 블렌딩하여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위스키를 제공한다는 것이 더글라스 랭의 비즈니스 철학인 셈이지요.

오른쪽 프레드 랭과 그 딸 카라 랭. 더글라스 랭은 여전히 가족 기업으로 경영되고 있다. 
오른쪽 프레드 랭과 그 딸 카라 랭. 더글라스 랭은 여전히 가족 기업으로 경영되고 있다. 

더글라스 랭 위스키는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지역 몰트 시리즈 블렌디드 위스키" 입니다. 말하자면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지도에 따라, 

  • 스페이사이드
  • 하이랜드
  • 로우랜드 
  • 캠벨타운
  • 아일라 
  • islands (주라섬, 아란섬 등 섬 기반의 지역) 

이렇게 6개의 지역 기반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생산했다는 것인데요, 이 지역 기반 위스키들은 각각의 뚜렷한 특징에 기반하여 그 맛이 매력적인 것은 물론 재밌는 위스키 이름과 바틀 문양 등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각 지역 기반 위스키의 이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 스페이사이드 - 스칼리 웩(Scallywag)
  • 하이랜드 - 티모러스 비스티(Timorous Beastie)
  • 로우랜드 - 에피큐리안(The Epicurian)
  • 캠벨타운 - 더 골드론(The Gauldrons)
  • 아일라 - 빅 피트(Big Peat)
  • islands - 락 아일랜드(Rock island)

들어본 이름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위스키를 좀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지역 몰트 위스키 중 "빅 피트"는 한번쯤 보신 적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더글라스 랭의 지역 몰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많이 팔리는 위스키인데, 마찬가지로 재밌게 생긴 라벨이 특징적인 위스키 입니다.

더글라스 랭의 빅피트 바틀(공식 이미지) 고정관념을 깨는 라벨이 재밌는 요소다.
더글라스 랭의 빅피트 바틀(공식 이미지) 고정관념을 깨는 라벨이 재밌는 요소다.

더글라스 랭 지역몰트 각각의 위스키는 그 특징과 스토리가 모두 재밌기도 하고 키몰트로 들어가는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까지 포함하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위스키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뉴스레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오늘의 주인공인 골드론에 대해서 더 깊게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아시나요? 무려 거의 20년전에 개봉된 멜깁슨 주연의 영화인데요,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에서 스코틀랜드를 이끈 "윌리엄 월레스(멜깁슨)"라는 인물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윌리엄 월레스의 동지였다가 그를 배신 한 후, 그 죄책감에 다시 군대를 규합하여 윌리엄 웰레스의 뜻을 이뤄주는는 "로버트 브루스"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인물은 실제 역사 속의 스코틀랜드 왕 로버트 1세를 그린 것인데요, 로버트 1세와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로버트 1세가 한 전투에서 패배 후 어떤 한 동굴에 몸을 피하게 되었는데, 이 동굴에서 로버트 1세는 거미 한마리를 보게 됩니다. 이 거미는 동굴 속에서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비바람 속에서도 몇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국 집을 끝까지 지어 내었고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목적한 바를 해내는 거미를 보며, 이 로버트 1세가 용기를 얻어 다음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일화 속에 나오는 동굴이 바로 캠벨타운 서쪽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만, "골드론" 지역에 있는 동굴이라고 합니다. 골드론 위스키는 이 일화에 착안하여 그 지역 명에 기반한 "골드론"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며, 라벨에도 거미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보는 골드론 바틀. 라벨 한가운데 집을 짓는 거미가 보인다.
다시 보는 골드론 바틀. 라벨 한가운데 집을 짓는 거미가 보인다.

골드론은 캠벨타운 위스키를 베이스로 하는데, 캠벨타운에는 현존하는 증류소가 많지 않아 캠벨타운 위스키의 원액이 상당히 귀합니다. 그래서 골드론 위스키도 흔하지는 않지요. 더군다나 골드론은 24년 이후 생산되지 않을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기도 합니다. 

골드론 위스키의 맛은 캠벨타운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께 최적화되어 있는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캠벨타운 위스키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예전에 캠벨타운 지역을 다룰 때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복합적인 맛을 모두 밸런스 좋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캠벨타운 위스키를 특히 좋아합니다. 

골드론 위스키도 이러한 캠벨타운 위스키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달고, 프루티하고, 짭짤하고 스치듯한 스모키와 피트까지! 이 복잡 오묘한 맛의 세계를 아주 밸런스 있게 잡아주어서 거칠어보이는 병의 모양과는 달리,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수 또한 40대 중반 정도의 도수로 너무 높지 않은 도수라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일라의 피트향과 스모키향이 부담스럽다고 느끼신다면 오히려 이런 골드론과 같은 캠벨타운 위스키가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요. 

저에게 골드론은 외강내유 같은 느낌의 위스키였습니다. 새까만 병과 화려한 라벨이 보여주는 강한 느낌과는 달리 아주 섬세하고 조화로운 맛이 그 어느 캠벨타운 싱글몰트 못지 않은 매력적인 맛이 느껴졌었거든요. 게다가 뭔가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독특한 위스키라는 것도 또한 골드론의 매력입니다. 나만 아는 멋진 위스키 같은 느낌이랄까요, 약간 홍대병같은 느낌이지만 숨겨진 맛집을 찾은 듯한 그런 기분을 위스키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골드론이 바로 그런 위스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가을겨울에 어울리는 바틀모양인 것 같다는 연관성을 크게 찾기 힘든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 오늘의 뉴스레터 였는데요(ㅎㅎ) 정말 훌륭하지만 쉽게 보기는 힘든 위스키니 혹시 이번주에 바를 가셨는데 골드론이 보이신다면 꼭 한번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가을 날씨가 지속되는 날들입니다. 모든 것이 적절한 이 날씨가 아마도 오래 가진 않겠지요! 한 동안은 이 멋진 날씨를 십분 즐기며, 나들이 가기도 좋고 밤에 야장에서 술한잔 즐기기도 하는 즐거운 주말을 보내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주에 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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