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영국 왕실의 품격을 담은 위스키부터 드라마 속 무기(!)까지, 재미있는 로얄살루트(Royal Salute) 이야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월요일이 휴일이었던 한 주였음에도 저에게는 오히려 더 길게 느껴지는 한 주 였답니다. 정신없이 바쁘고 많은 일이 있었던 한 주 였는데 이렇게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어느덧 3월도 거의 열흘이나 지났더라고요. 한창 춥던 날씨도 꽤나 풀리고 이번 주말은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뉴스레터 애독자이자 가까운 가족이 평생의 짝꿍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는 주말이기도 해서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면서 또 성큼 다가온 봄의 기운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제 점점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는데요, 추운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을 깨우고 활기찬 에너지를 몸과 마음에 가득 채우는 봄을 맞이해야겠습니다. :) 

이번주 뉴스레터의 주제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너무나 유명한 고급 위스키, 이름에서부터 품격이 느껴지는 바로 "로얄 살루트(Royal Salute)" 입니다.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로얄 살루트의 시작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을 기념하고 헌정되기 위해 탄생한 위스키가 바로 로얄 살루트 입니다. "로얄 살루트"라는 이름은 영국 왕실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21발의 축포를 쏘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왕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한 술이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21발의 축포"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 로얄살루트는 21년 라인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름과 탄생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위스키는 영국 왕실에 대한 예를 갖추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술로 그 시작부터 고급 위스키로서의 포지셔닝을 제대로 잡게 됩니다.  

이 로얄 살루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50주년, 60주년, 70주년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0번째 생일에도 늘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영국 왕실에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격에 맞는 에디션을 선보이며 왕실에 대한 경의와 존경을 표현해온 왕실의 품격과 전통을 담은 위스키였습니다. 지난 23년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도 "찰스 3세 대관식 에디션"이 전세계 500병 한정 출시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단 9병만이 들어왔다고 하는데요, 이 대관식 에디션에는 무려 53개의 서로 다른 몰트 및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맛이 너무 궁금한데 아마 만나보기는 쉽지 않겠지요..ㅎㅎ 

로얄 살루트 찰스 3세 대관식 에디션

로얄 살루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름다운 바틀의 모양과 색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파란색 병의 로얄살루트인데요, 이 파란색의 로얄 살루트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으로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제품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로얄 살루트하면 떠올리는 병의 모양이 이 파란 빛깔의 로얄 살루트이지요. 이 위스키는 원래의 블렌디드 위스키 로얄 살루트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 푸른빛의 로얄살루트 외에도 다른 색상의 로얄살루트가 출시 되기도 했는데, 특히 초록색(그린)의 로얄살루트는 몰트 위스키들로만 블렌딩을 한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라인으로 구성하여 출시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레드, 화이트 등 다양한 색상의 로얄 살루트가 하이엔드 컬렉션과 한정판 등으로 출시되고 있지요. 

로얄 살루트는 사실 탄생부터가 유명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기 때문에 안그래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유명한 위스키였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또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꽤 유명한 위스키 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로얄 살루트가 유명해진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주 좋아했던 술로 알려지면서부터인데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아껴먹는 술이었다고 하니 당시 우리나라에서 최고급 술 중에서도 최고급! 이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유명해진 로얄살루트는 그 후 다양한 곳에서 뇌물과 접대의 아이콘(?!)이 됩니다. 뇌물로 주는 고급 양주가 되기도 하고, 또 소위 업소에서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판매하다보니 비싼 술이라는 이미지가 박히게 됩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비싼 양주라는 이미지로 지내오던 로얄 살루트는 최근 의외의 곳에서 또 한번 주목을 받는데요, 예상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무시무시한 둔기(!)로 활용되면서 로얄 살루트가 다시 한번 화제가 됩니다. 

로얄살루트를 무기로 썼던 무서운 연진이..

긴 바틀넥을 가져 좋은 그립감(?!)에 휘두르기 적합한 모양으로 "더 글로리"의 희대의 악역 연진이의 무기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가 인기가 끌면서 로얄살루트 공병이 중고거래가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아무튼 "더 글로리" 덕분에 로얄 살루트는 화제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판매량도 꽤나 늘었었다고 합니다. 

로얄 살루트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다양한 위스키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인데요, 그 중에서도 키(key) 몰트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 중 하나인 스트라스아일라(Strathisla)에서 생산됩니다. 이 스트라스아일라는 사실상 로얄 살루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맛과 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키몰트 인데요, 이 곳은 여전히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고수하며 이 고급 위스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로얄 살루트는 은근히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아직까지 로얄 살루트의 시그니처 밖에 맛보지 못했습니다. 파란 빛의 로얄 살루트 시그니처 21년은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로얄 살루트 위스키 라인업인데요, 로얄살루트 시그니처의 맛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표현은 바로 "향긋함" 입니다. 플로럴한 꽃향과 감귤류의 시트러스 느낌의 향이 어우러지면서 향긋하다는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고 거기에 단맛과 스모키, 스파이시 등등을 한스푼씩 가미해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맛입니다. 도수도 40도 밖에 되지 않아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에 피니시 또한 짧지 않아서 상당히 만족도가 높은 위스키입니다. 

다만 요즘 로얄 살루트 시그니처의 가격이 20만원에 육박하는데요, 만약 20만원이라는 예산이 있을 때 로얄 살루트를 살 것이냐라고 하면 선뜻 대답이 안나오기도 합니다. 20만원이라는 예산에서 마실 수 있는 다른 훌륭한 위스키의 선택지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로얄 살루트가 보편적인 인기를 얻기 보다는 여전히 어른들이 좋아하는 고급 술 이미지에 머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위스키도 그러하듯 혹시 로얄 살루트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바에 가서 우선 1잔 마셔보고 구매 결정을 해보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사실 저도 로얄 살루트를 마셔본 경험은 정말 손에 꼽는데요, 그만큼 흔하면서도 막상 마시려면 잘 마셔지지 않는 그런 위스키가 이런 로얄 살루트 류의 유명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덧 이제 봄의 기운이 차오르고 있는 3월 입니다. 지난주에는 개학, 개강도 있고 여러 많은 시작이 있었던 한 주 였을텐데요! 새로운 시작의 힘찬 기운과 봄의 따뜻한 에너지를 모두 느끼시며 다가오는 한 주도 더 좋은 일이 가득한 한 주가 되시길 빕니다. 저는 다음주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또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