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의 흙먼지가 인다.
바싹 마른 모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따가운 햇살을 뚫고 언덕 꼭대기에 올랐다.
순간 숨이 멎고, 옅은 탄성같은 소리가 새어 나온다.
발밑으로 푹 꺼진 거대한 바닥. 마치 바다가 말라붙은 심해 같은 풍경.
'바다에서 물을 다 퍼내면 이런 느낌일까.'
영국의 세븐 시스터즈와 맞먹는 아찔한 높이.
하지만 푸른 바다와 녹지가 빠진 자리는 철저히 황량했다.

눈앞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흙의 바다. '세상의 끝(Edge of the World)'.
옛사람들이 왜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 불렀는지 왜인지 알 것만 같다.
거센 바람에 몸이 휘청거렸다. '아차-' 발을 헛디딜까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린다.
고개를 숙이며 바람을 등지고 걷는다.

우연히 고개를 들자 비현실적인 핑크빛 하늘을 눈 앞에서 마주한다.
땅을 모두 덮어버린 핑크빛 솜사탕.
그래,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그 밑으로 금빛 모래가 부서지듯 반짝인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다.

형식이라는 것
가이드는 우리를 부르더니 동행들을 모두 차에 태우고 쉬게 한다.
내내 유쾌하게 장난을 치던 가이드가 갑자기 홀로 자리를 뜬다.

이내 그는 가장 평평한 흙바닥을 찾는다.
조심스레 돗자리를 펴고 무릎을 꿇는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손을 모아 하늘로 올린다.
나는 차창 너머로 그를 지켜봤다. 바람 소리마저 멈춘 듯한 광야에서의 기도.
형식은 전부가 아님을 안다. 하지만 진실한 마음이 꽉 찬 형식은 너무나 숭고하다는 것을 느낀다.

잠시 후, 기도를 마친 그가 돗자리를 털며 차에 탔다.
"Thank you for waiting!"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유쾌한 농담을 던지며 귀갓길을 웃음으로 채운다.
이 간극이 싫지 않다.
무겁고 엄숙하기만 한 종교로 보였으나,
절대자를 향한 경외는 그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을 뿐.
기술의 시대, 질문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리야드로 돌아가는 길. 무사히 일을 끝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머릿속은 질문들로 가득 차있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맞다고 생각하는 신을 섬긴다.
저토록 순수하고 숭고하게 절대자 앞에 엎드린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왜 나와 다르면 틀렸다고 핏대를 세우며 싸우는 걸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일까.'
최첨단 기술과 속도에 파묻혀 살던 나의 일상.
늘 효율을 따지고 정답을 증명해야 했던 시간들.
과거에 멈춘 듯한 형용할 수조차 없는 사막의 풍경은, 딱딱하게 굳어있던 내 생각들을 강하게 흔든다.
저 광활한 흙의 심해 앞에서는 모두가 작은 먼지일 뿐.
가장 이국적인 곳에서, 가장 보편적인 겸손을 배웠다.
세상의 끝은, 내 좁은 세계관이 끝나는 곳이었다.
(마침.)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