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기

살아있는 액자 - 호센인

교토가 쥐어준 질문

2026.02.27 | 조회 198 |
0
|
from.
에디터 조나단

[돌고 돌아. 교토(Loop. Kyoto)] Vol.3 살아있는 액자 - 호센인

To read this post in English and keep up with future articles, please check out the author's blog.

 

호센인

오오하라. 교토 시내에서 한참을 더 들어간 곳.

깜깜한 실내에 들어서자, 통창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극적으로 대조되는 밝은 바깥.

통창 너머로 몇백 년 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살아있는 액자.

첨부 이미지

 

 

맞다. 본래 액자는 멈춰 있는 것 -

사진, 그림, 풍경화 ...

틀 안에 가둬진 멈춰진 한 순간.

 

그런데 이 액자는 살아 있었다.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잎이 빛에 따라 색을 바꾸고 있었다.

계절이 오면 물들고, 지고, 다시 피어날 것이다.

 

첨부 이미지

말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오래된 나무 냄새가 콧등을 스쳤다.

 

몇백 년.

전국시대, 에도 막부, 메이지 유신.

그 모든 시대를 거쳐도, 이 나무만 결국 남았다.

사람은 가고, 시대는 바뀌고, 나무만 여기 서 있다.

 

온갖 풍파를 겪은 이 나무도 늙는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고, 비에 젖고, 눈을 맞고, 봄에 다시 피어난다.

영원할 것 같지만, 이 나무도 언젠가 사라지겠지.

 

영속과 무상이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돌고 돈다.

석정의 패턴도, 카페 주인의 손놀림도, 계절도, 세대도.

그리고 이 나무의 삶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것을 반복하면서도, 매 순간이 다르다.

올해의 단풍은 작년의 단풍과 같지 않다.

내일의 바람은 오늘의 바람과 같지 않다.

반복이되 동일하지 않은 것.

삶도 그렇지 않을까.

첨부 이미지

 

 

교토 블루보틀에 들렀다.

몇백 년 된 일본 전통 가옥 안에 현대적 인테리어가 들어서 있었다.

옛것을 지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을 품고.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며칠간 교토를 걸으며 오래된 지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박사과정의 치열함도, 번아웃의 고통도, 결국 거대한 굴레 안에서는 먼지 같다는 생각.

그 지독한 허무가 이번 여행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지혜의 구절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다.

그렇다.

삶이라는 굴레가 헛되어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은 축복이다.

 

허무함의 끝에서 나는 아주 작은 자유를 발견한다.

어차피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라면, 매 순간 내가 즐거운 것을 선택하며 한 걸음씩 내디뎌도 되지 않겠어?

그것이 교토가 내게 준 첫 번째 대답이었다.

첨부 이미지

 

 

되감기

며칠간의 교토를 되감아본다.

석정 앞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던 질문들.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리 달려왔는가.

번아웃 끝에 찾아온 사소하고 거대한 물음.

돌고 돈다는 것이 허무했다.

 

비 오는 쇼렌인에서, 무거웠던 질문들이 마침내 씻겨나갔다.

삐그덕 소리와 빗소리 사이로 고요가 찾아왔고,

철저히 혼자라 믿었던 원형 트랙 위에서 익숙한 아버지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돌고 돈다는 것이 더 이상 외롭거나 두렵지 않았다.

첨부 이미지

호센인의 액자 앞에서, 그 반복이 다르게 보였다.

같은 자리에서 계절을 입고 벗는 나무처럼,

돌고 돌되, 매 순간은 다르다.

돌고 돈다는 것은 허무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석정이 질문을 꺼냈고,

비가 질문을 씻었고,

액자가 질문에 답했다.

'넌 현재에 충실하고 있니?'

첨부 이미지

 

 

교토가 답을 준 건 아니다.

질문을 품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허무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같은 자리를 돌더라도,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돌고 돌아. 교토 / Loop. Kyoto — 마침.)

첨부 이미지

Micro-Mission: 되감기 🧐

 

이제는 이유없이 바쁘게 달리고 있는 것을 자각하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래서 넌 현재에 충실하고 있니?'

대답이 바로 나오면 좋겠지만, 나는 아직도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질문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음 선택에 뒷받침이 되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클릭하여 공감하기🕊️]


 

성공한 비지니스 여정을 인사이트로 (수)

세계 여행자의 소소한 여행기와 인사이트 (금)

 

오늘의 콘텐츠는 어떠셨나요?

이제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새로운 도전할때, 안전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커뮤니티

함께 합시다!

 

ACTS29 인스타 팔로우하고 소식 보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화이트크로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직장인으로 살며 무기력해진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실패하면 어때, 낭만 있잖아.". 우리는 모두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사회. 저 역시 그 숨막히는 현실이 문제라고 뼈저리

2026.04.29·성공스토리·조회 74

당신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 봐야 할 단 한 사람의 이야기

"훌륭한 생각,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행동하는(Action) 사람은 드물다. 나는 그저 행동했을 뿐이다.". "훌륭한 생각,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행동하는(Action) 사람은 드물다. 나는 그저 행동했을 뿐이다." 65세 노인이 가진 것...

2026.02.11·성공스토리·조회 176

세상의 끝 - 사우디아라비아

흙모래로 빚어진 심해. 사막의 흙먼지가 인다. 바싹 마른 모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따가운 햇살을 뚫고 언덕 꼭대기에 올랐다.

2026.04.25·세계여행기·조회 132

커튼 뒤의 식사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다른 시간, 다른 문화. 사우디의 낮은 마치 정지된 화면 같았다. 잔혹한 라마단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몸. 문을 열자 훅 하고 온기가 돌았다.

2026.04.18·세계여행기·조회 138

삶 - 카파도키아 데린쿠유(지하도시)

최하층을 오가는 사람들. [무너지지 않는 것들. 튀르키예(Things That Don't Crumble)] Vol.4 삶 To read this post in English and keep up with

2026.04.11·세계여행기·조회 153

세상은 돌고 돌아 - 료안지

30년이 지나도 같은 것.. [돌고 돌아. 교토(Loop. Kyoto)] Vol.1 세상은 돌고 돌아 - 료안지 To read this post in English and keep up with future

2026.02.21·세계여행기·조회 609
© 2026 화이트크로우

여행과 창업 | 힘든 길 함께 가드립니다. 여러분은 핵심만 쏙쏙 챙겨가세요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