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기

히말라야 오디세이 (6/6)

정상에는 무엇이 있는가

2025.12.05 | 조회 150 |
1
|
from.
에디터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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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크로우

여행과 창업 | 힘든 길 함께 가드립니다. 여러분은 핵심만 쏙쏙 챙겨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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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416m. 토롱라 패스의 정상.

 

"사진 찍었으면 빨리 내려가요! 동상 걸립니다!"

 

가이드는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바람 소리에 묻혀 흩어지듯 사라졌다.

우리가 상상했던 정복의 환희는 그곳에 없었다.

미친 듯이 불어대는 칼바람만이 우리를 반겼다.

오색의 룽다(티베트 불교 깃발)가 비명처럼 펄럭였다.

몸무게를 실어 버티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해가 올라오고 있어요. 곧 있으면 더 강한 바람이 올거에요. 그 전에 가야 합니다!"

 

장소 이름 그대로 "토롱라 패스". 열흘을 걸쳐 도착한 이 여행의 상징적인 목적지.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도망칠 준비를 했다.

이곳은 말 그대로 "패스(고갯길)". 잠깐도 그 곳에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아버지와 나는 태극기를 들고 서둘러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쫓기듯 하산을 서둘렀다.

첨부 이미지

 

바람이 조금 잦아든 산등성이에 이르러서야, 아버지는 걸음을 멈추고 정상을 뒤돌아보셨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융지야. 봤지? 정상에는 원래 아무것도 없어."

 

아버지는 텅 빈 정상을 응시하고 계셨다.

 

"많은 사람들이 꼭대기를 목표로 죽어라 달려오는데,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없을 때가 많아."

"너무 매섭고 힘들어서, 제 발로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든 자리야."

 

아버지의 시선은 산 정상을 넘어,

당신이 평생을 바쳐 일궈온 기업 경영에 대한, 기억의 어떤 지점을 보고 계신 듯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입을 다시 떼셨다.

 

 

"사람들이 우러러보지만, 사실은 제 발로 걸어 들어와서 스스로 고독해져야 하는 자리야."

"저 꼭대기에 행복이 있을 거라고 믿음으로 달리면, 100% 후회할거야."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것은 등산의 감상이 아니었다.

평생을 바쳐 기업을 일궈 온 선배 창업가가 이제 막 그 길을 시작하려는 후배에게 전하는,

가장 서늘하고도 뜨거운 유언(遺言) 같은 조언에 가깝달까.

정상 위에 가 본 자만이 말할 수 있는 "가장 화려한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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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었을까.

정상의 요란함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즈음,

귓바퀴에 가득하던 바람소리는 어디가고 고요해졌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보이지 않는 바톤이 아버지의 손에서 나의 손으로 넘어왔음을.

그 춥고 외로운 정상에서, 우리는 가장 숭고한 세대교체의 의식을 치룬 것임을.


 

에필로그: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여행은 끝났다.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내 방, 책상 앞. 창업 직전 팀원들이 떠나고 프로젝트가 멈춰 섰던, 그 무너진 자리.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니터 속의 기획안은 여전히 멈춰 있고, 팀원 자리는 비어 있다.

통장 잔고도, 불투명한 미래도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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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연다. 커서가 먹먹하게 껌뻑인다.

마치 "무엇이라도 내놔봐" 소리치는 듯.

예전 같으면, 메트로놈 같은 커서의 깜빡임에 불안증이 올 것만 같았을 것이다.

'이게 될까? 망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에 숨이 막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 캄캄함은,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하려는 신의 배려라는 것을.

나는 오늘 할 수 있는 딱 한 걸음의 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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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외로움이 밀려올 때면 눈을 감는다.

새벽 2시의 틸리쵸, 그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랜턴 불빛들을 떠올린다.

맞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창업가 동료들이,

그리고 이 길을 먼저 걸어갔던 나의 멋진 아버지와 창업의 선배들이 나와 함께 이 산을 오르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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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더 이상 정상만을 위해 달리지 않는다.

성공이라는 꼭대기는 어차피 외롭고 비어있는 곳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인생을 걸고 닿은 그 곳이 허무함뿐이라면, 행복은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칼바람 부는 꼭대기가 아니라, 서로의 호흡을 의지하며 걷는, 이 과정 자체.

이 즐거움 속에 있어야함을 나는 몸소 가르침 받았다.

 

첨부 이미지

 

히말라야 오디세이는 끝났다.

그리고 지금, 나의 스타트업 오디세이가 시작된다.

오늘도 한 걸음을 나는 떼었다, 다시.

 

(히말라야 오디세이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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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에 있던 문구 -
롯지에 있던 문구 - "인생은 한 곳에 살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가 생각이 글로 적혀있는 것 같아 전율이 돋았다.
가장 높은 곳에 있던 토롱라 베이스캠프 롯지
가장 높은 곳에 있던 토롱라 베이스캠프 롯지
틸리쵸 호수에 있던 어떤 예술가의 팔레트로 사용된 돌
틸리쵸 호수에 있던 어떤 예술가의 팔레트로 사용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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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금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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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re의 프로필 이미지

    gore

    0
    6 days 전

    잘 읽었습니다. 여정의 고통 깨달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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