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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있는 도시
해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특별하다.
같은 거리도 혼자 걸을 때와 다르다.
누군가 옆에서 "저기가 맛있어", "여긴 이런 데야" 하며 알려주는 것만으로 도시가 다정해진다.

멀리서 온다고 좋은 밥을 사줬다.
며칠밖에 못 있는데, 형은 정성껏 나를 맞아줬다.
떠나기 어려워질만큼.

폼프리츠를 하나 쥐여주고는 로테르담을 지나다니며 건물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여기가 누가 디자인 한거고, 저기가 무슨 상을 탄 건축물이고.
그 상냥함이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나는 여행자의 눈으로 감탄만 했다.
건축물이 예쁘다. 운하가 멋지다. 거리가 깨끗하다.
시장에서 본 손
큐브하우스 앞 시장에 갔다.
형은 한국 식품 코너 앞에 섰다.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랐다. 들었다 놓고, 가격을 보고, 다시 들어 올리고.
한국에서의 형은 장을 볼 때 이렇지 않았다. 카트에 대충 던지며 웃던 사람이었다.
"둥지냉면 이거 진짜 맛있지! 한국에서 진짜 많이 먹었는데."
그리곤 있던 자리에 다시 내려놓는다.

선물
델프트의 밤길을 함께 걸었다.
형은 본인이 어떤 꿈을 안고 있는지,
그 꿈을 위해 지금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말했다.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혼자 여행하면서 몰래 사온 앞치마를 꺼냈다.
별것 아닌 선물이었는데, 형은 봉투를 열고 한참 동안 펼쳐 보았다.
그리고는 웃었다. 그 웃음에 오히려 마음이 쓰였다.


같은 도시, 다른 하루
형의 하루를 곁에서 보고 나니,
같은 도시를 다른 세계로 경험하는 것 같다.

내가 "예쁘다"고 사진을 찍은 시장이, 형에게는 장바구니로.
내가 "운치 있다"고 걸은 밤길이, 형에게는 퇴근길로.
나는 여행자의 눈으로만 이곳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언젠간 지루해지려나?
내가 이렇게 신나기만한 여행지가 누군가에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일상일까?
한국에서의 내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신나는 여행 같겠지?
어쩌면 여행자의 눈으로 세상을 항상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p.1 마침)
Micro-Mission: 초대받은 일상 🏠
이 여행 이후, 나는 내 일상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마치 기시감처럼, 나는 이 곳에 처음 온 사람이 되어
-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곳을 걷는 것처럼 거리를 걷는다.
여행은 이런 기쁨을 준다.
익숙하게 보던 것을 새롭게 보게 하고, 그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발견하게 한다.
오늘도 내 일상을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마치 내 일상에 초대받은 여행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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