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x 🎶 음이온 라디오 - 열심히 이상한 음악을 만드는 '키라라'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음이온 라디오 출연자의 코로나 감염으로 스케줄이 어긋나 2주만에 돌아왔습니다. 여러분도 코로나 조심하시길. 윌슨레터 시즌2는 하박국의 음이온 라디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함께 하는 마음, 성장하는 관계'라는 주제로 서울라이브와 차우진의 tmi.fm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인디 음악 신 구성원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에피소드는 열심히 이상한 음악을 만들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키라라' 님 편입니다. 다른 에피소드보다 솔직한 이야기가 많아 윌슨레터에서는 살리지 못한 부분이 좀 있는데요. 시간 날 때 팟캐스트도 들어 주세요.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삽입곡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팟빵

🕵🏻‍♂️ 하박국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 키라라

9년 차 일렉트로닉 음악가입니다. 열심히 이상한 음악을 만들어 그걸로 음원을 내 수익을 내고 공연하고 레슨하고 외주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너무 하고 싶어 했어요. 저의 예술 세계를 펼치는 게 우선이고 중요하게 생각해요.

🕵🏻‍♂️ 하박국

많은 일렉트로닉 음악가가 그때 유행하는 음악을 따라 하는 경향이 많은데요. 키라라가 데뷔했을 때는 시부야 케이가 유행하지 않던 때잖아요. 어떻게 유행과 상관없이 시부야 케이 쪽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 키라라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너무 하고 싶어 했어요. 저의 예술 세계를 펼치는 게 우선이고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때는 다아시댄스나 프리템포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시부야 케이라고 정의하지 않는 이도 많잖아요. 그냥 저는 일본 음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때 제가 무슨 패기로 시부야 케이라는 표현을 쓰며 제 음악을 프로모션했는지 조금 무책임했다는 생각이 지금 와 좀 들어요. 이후에는 빅비트라는 장르를 많이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했어요. 평론가분들에게 해당 장르를 한다고 인정도 받았고요.

🕵🏻‍♂️ 하박국

음악을 시작하기 전 신의 동태를 살피지 않았나요?

❄️ 키라라

제가 음악을 하는 행위를 일로 받아들였던 건 2017, 18 이후였던 것 같아요. 그냥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거 세상에 내놓고 죽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그냥 제가 하고 싶었던 걸 했는데, 와트엠(WATMM)에서도 불러주고, 암페어(Amfiar)에서도 공연하게 되더라고요. 그냥 내놓고 사람들이 좋아하길래 한 번 해본다. 그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 하박국

명확한 목표가 있던 건 아니군요.

❄️ 키라라

전혀 없었어요. 저는 이러다 망할 줄 알았어요.

🕵🏻‍♂️ 하박국

망하지 않고 성공한 일렉트로닉 음악가가 되었네요. 2012년도에는 EDM 페스티벌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고, 키라라는 디제잉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최근에서야 DJ 농협으로 가끔 하고. 그때만 해도 키라라의 음악을 들으며 이 공연을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일렉트로닉 음악 공연할 장소가 너무 없어 와트엠 같은 것도 만들어지게 된 거고요. 그래서 키라라가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후 되게 많이 하더라고요.

❄️ 키라라

많이 불러주던데요. 지금은 제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러지 않아도 제 음악이 좋아서 그랬는지 많이 불러줘서, 산이 있으면 오르고 밥이 있으면 먹듯이 그냥 불러주면 갔던 거죠. 

💬 사랑 고백이었어요. 난 네 음악 좋아. 너와 놀고 싶어. 근데 방법을 모르겠는 거예요. 

🕵🏻‍♂️ 하박국

키라라를 생각하면 스스로 신을 만들고 개척했다는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 키라라

박국 님 생각처럼 그렇게 전략적인 건 아니었어요.

🕵🏻‍♂️ 하박국

일렉트로닉 음악가들은 디제잉을 하며 주로 클럽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데, 키라라는 홍대에서 '한잔의 룰루랄라' 같은 정적인 음악이 잘 어울릴 것 같은 곳에서도 공연하고 일렉트로닉 음악가라기보다 홍대 인디 음악가 같은 느낌이 있어요.

❄️ 키라라

스피릿은 홍대인 것 같아요. 저는 홍대 스피릿에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구구절절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되게 구구절절한 음악가고 안 시크하고 입도 안 무겁거든요. 그런 사람은 홍대에서 음악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저를 받아줬어요. 

🕵🏻‍♂️ 하박국

키라라의 음악을 많은 사람이 찾았던 건 결국 키라라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키라라의 음악은 전 세계 어딜 가도 키라라의 음악이잖아요.

❄️ 키라라

살다 보니, 저도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 하박국

그래도 이런 게 유행이니 나도 좀 해보면 좋겠다 싶은 건 없었나요?

❄️ 키라라

2020년 이후에 했어요. 요즘도 많이 하고 있고요.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많이 쓰는 표현 중에 '하이프'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어떤 유형의 음악가인가 생각해 보면 아주 운 좋게 2014년에 데뷔를 하고 2017년에 하이프가 빠르게 온 것 같아요. 2017년 한국 대중음악상이나 온스테이지같은 곳에서 제 음악이 터진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렇게 올라온 하이프를 계속 유지 하느라 아둥바둥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2020년이 넘어가고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번째 하이프가 너무 갖고 싶은 거예요. 근데 그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조력자를 찾아봤지만 그것도 잘되지 않았고요. 진짜 우울한 날에는 집 소파에 그냥 앉아 우울해하며 두 번째 하이프를 맞기 위해 살을 빼야 하나, 라디오스타 같은데 나와 나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울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막 드는 거예요. 그게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라는 걸 저도 알고 있고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는 것도 계속 믿고 지금도 찾는 중이에요. 

🕵🏻‍♂️ 하박국

음악적으로 다른 시도를 하며 하이프를 맞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키라라

일단은 보컬 곡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 하박국

제가 팟캐스트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과 노는 일이 잘 없거든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음악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고 있거든요. 키라라 역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 리믹스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 키라라

사랑 고백이었어요. 난 네 음악 좋아. 너와 놀고 싶어. 근데 방법을 모르겠는 거예요. 제가 재밌는 사람도 아니고 대화하는 법도 잘 모르겠고. 근데 들이대고 싶은 마음은 있으니 방법이 음악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리믹스를 그렇게 많이 한 것 같아요.

🕵🏻‍♂️ 하박국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가들이 리믹스 작업을 잘 안 하는 편이었잖아요.

❄️ 키라라

안 팔리니까요.

🕵🏻‍♂️ 하박국

그렇죠. 저희도 리믹스 앨범을 많이 만들어 봤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 듣지 않아 최근엔 잘 안 만들게 되더라고요. 키라라는 어때요?

❄️ 키라라

요즘 회의를 많이 느꼈어요. 예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가 있으면 그 음악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리믹스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북극광'을 리믹스하면 사람들은 키라라의 '북극광'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음악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사람들에게 보이는 과정에서 제 존경이 구현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더라고요.

💬 키라라 팬 분들이 이걸 들으면 가슴 아프실 수도 있어요. 저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더 잘나가고 싶어요.

🕵🏻‍♂️ 하박국

키라라가 다른 일렉트로닉 음악가와 차별화되는 것 중 또 하나가 보통 많은 이들이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는데, 키라라는 그동안 안 해왔잖아요. 왜 하려 하지 않았는지 그런 것도 궁금해요.

❄️ 키라라

클럽에서 저는 찐따인 것 같아요. 나름 어디서는 인싸인데, 클럽만 가면 제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에요. 멋있고 힙한 사람이 많아요. 그들은 인스타부터 달라요. 최근의 결론인데 그런 사람들은 좀 타고나는 거로 생각하거든요. 근데 저는 그쪽으로도 타고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하박국

키라라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커리어로 성공한 아티스트가 됐어요.

❄️ 키라라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4> 내고 나서 키라라가 한국에서 가장 ㅇㅇ한 음악가다. 가장 어떤 음악가다. 가장 한국에서 무언가를 대표하는 음악가다.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이 왜 월세방에 살고 있고 왜 팔로워가 1만 명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 하박국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 시장이 정말 작으니까요.

❄️ 키라라

키라라 팬 분들이 이걸 들으면 가슴 아프실 수도 있어요. 저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더 잘나가고 싶어요.

🕵🏻‍♂️ 하박국

한국에서 장르 음악 신이라는 게 큰 경우가 힙합 정도를 제외하고는 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고도 최근에는 힙합 커뮤니티에서 한국 힙합 망했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근데 성공과 관계 없이 한국 음악 시장에서 한 번도 주류가 아니었던 레게 음악 신은 라이프스타일부터 꾸준히 음악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단 말이에요. 아무튼 그래도 장르 음악 하는 분이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 키라라

제 보는 주변의 또래 음악가들은 레슨 선생님이 되거나, 전업 외주 음악가가 되거나 아니면 모두가 250이 되고 싶어 하고 프랭크가 되고 싶어 하죠.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죽을 때까지 찾아 보고 싶어요.

🕵🏻‍♂️ 하박국

제가 처음 일렉트로닉 음악 신에서 무언가를 했을 때만 해도 진짜 뭐가 없었거든요. 한국 음악가가 해외에 나가서 인기를 끄는 경우도 없었고요. 지금은 BTS가 빌보드 1위 하는 시대잖아요. 케이팝 음악가뿐 아니라 키라라, 황소윤, 아도이 이런 팀 모두 해외 활동을 하고요. 전보다 많은 가능성이 열렸고 일단은 거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전보다 정말 많은 기회가 열렸고 그렇다는 건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거거든요.

❄️ 키라라

아직도 목마릅니다.

🕵🏻‍♂️ 하박국

제가 이런 생각을 품게 된 게 저는 인디 음악 신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봐왔잖아요. 힙합 신도 지금 이렇게 커졌다고 마스터플랜에서 힙합 공연이 열리면 관객이 20명인데, 그중 10명은 다 출연자 지인이었어요. 다들 그런 얘기를 했죠. 힙합은 돈이 안 돼. 근데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잖아요. 저는 음악가에게는 전보다 기회가 많아진 세상이라 생각해요. 물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겠지만. 키라라가 해외 몇 개국 정도에서 공연했죠?

❄️ 키라라

10개는 넘어요.

🕵🏻‍♂️ 하박국

제가 처음 레이블을 만들 때도 우리 음악가가 해외 나가 공연하는 건 가까운 일본 정도 말고는 생각을 못 했단 말이에요. 전에는 한국에서 음악 해 돈 벌려면 그것밖에 없었어요. 인지도를 높이거나 히트곡을 만들어 행사를 도는 것. 행사는 접하는 사람이 불특정 다수라,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게 있었단 말이에요. 지금은 행사로 돈을 벌지 않아도 해외에 나가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며 새로 돈을 버는 음악가들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예전엔 CD 만들어 향음악사에 입고하면 인디 음악 팬이 사고 끝이었는데, 지금은 음원 스트리밍 유통하면 전 세계에 다 퍼지고요. 그리고 일렉트로닉 음악은 오히려 더 기회가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진행해야 하는데 강의처럼 하고 있네요. 오히려 힙합은 제약이 많아요. 가사와 캐릭터가 중요한 음악인데 그 가사가 한국어잖아요. 그래서 88라이징의 아시안 래퍼들도 모두 영어로 랩하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외에 소구하기 힘든데 키라라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음악이잖아요. 비트 쿵쿵거리면 누구나 춤을 추고 특정한 사운드가 나오면 사람들이 반응하고. 전 세계인 누구나 통용되는 언어의 음악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키라라가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 키라라

이게 희망적으로 변하고 있는 거라면 더 빠르게 희망적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직 불만이 많은 것 같아요.

💬 무대 위에 있는 건 혼자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옆으로 서는 이유도 정면으로 보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 하박국

지금까지 공연을 몇 번 정도 했죠?

❄️ 키라라

세다 포기했는데 300번은 넘을 것 같아요.

🕵🏻‍♂️ 하박국

많은 일렉트로닉 음악가가 공연 하는 걸 즐기지 않는 것 같아요. 밴드는 음악을 만들며 연주하는 과정 자체가 무대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일렉트로닉 음악가는 자신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스스로 재현해야 하니까요. 

❄️ 키라라

저는 재밌더라고요.

🕵🏻‍♂️ 하박국

키라라는 어디서 재미를 찾나요?

❄️ 키라라

저는 제가 무대에서 록커라고 생각해요.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고 있지만 스피릿은 아닐지 몰라요.

🕵🏻‍♂️ 하박국

키라라의 공연을 보면 굉장히 에너제틱한데, 라이브 셋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 키라라

일단은 제가 만든 음악을 조합해 셋을 짜고요. 전에 한 번은 꼭 돌려봐요. 공연이나 행사를 가면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일렉트로닉 음악 특성상 꼭 틀어봐야 정확한 러닝 타임을 알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장비를 바리바리 싸서 신나게 공연하고 왔습니다. 포맷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하고 수정했는데 그중 가장 크게 기억난 건 오디오 비주얼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저도 이제 크루가 생겼어요. 영상감독과 함께 제가 연출하고 총괄해 만드는 시스템으로 이제 제가 혼자 이걸 굴릴 수 있게 된 거예요. 그 포맷을 만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맥북도 두 개를 사고. 그런데도 이 셋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가를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라이브셋할 때는 사람들이 디제이라 하기도 하고 별의별 일이 다 있었는데, 오디오비주얼을 시작하고 난 후 페이를 더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성과가 좀 나왔어요. 

그리고 저도 즐기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가 뛰어야 사람들이 뛰더라고요. 기계 앞에 가만히 서서 묵묵하게 노브 돌리고 버튼 누르고 있으면 아무도 뛰지 않아요. 그 진리를 빨리 깨달아 다행이고 그래서 이후 일부러 옆으로 서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영상도 없을 때였으니까 뭐라도 사람들이 눈으로 볼 걸 준비해야겠는 거예요. 저는 한국에서 공연 가장 잘하는 일렉트로닉 음악가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보며 저도 옆으로 서 과장된 몸짓을 어색하지 않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하박국

에너지를 방출하기도 하지만 얻기도 하죠?

❄️ 키라라

얻을 때도 있죠.

🕵🏻‍♂️ 하박국

그때 받은 에너지가 곡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 키라라

앨범을 기획하고 음악을 고를 때 영향을 줘요. 신곡을 만들고 공연장에서 한번 해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나도 이 음악에 이입해서 연주했는지 그런 걸 고민하고 수록할 때 관여되는 과정이 있었어요. 근데 솔직히 말해 저는 관객을 안 봐요.

🕵🏻‍♂️ 하박국

왜요?

❄️ 키라라

복잡한 이야기인데, 저는 팬이 애증의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되게 밖으론 둥근 사람처럼 보이는데 안으로는 모난 사람이거든요. 무대 위에 있는 건 혼자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옆으로 서는 이유도 정면으로 보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 하박국

지금까지 다녔던 공연 중 이 공연만큼은 정말 관객에게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싶은 공연이 있나요?

❄️ 키라라

최근에는 제 생일 공연이 생각나네요. 생일에 혼자 있기 싫어 스트레인지 프룻에서 아무거나 이상한 거 틀었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되게 좋아해 줬어요.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줬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힘이 됐어요. 생일의 우울감을 이렇게 극복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 제 음악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1위 아니면 2위 정도가 장명선 씨가 한국 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때인 것 같아요. 그들이 잘 되는 거 보면 너무 행복해요. 

🕵🏻‍♂️ 하박국

키라라는 리믹스 작업도 많이 하고 레슨도 많이 해오고 저는 키라라 하나만으로 키라라 월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커다란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교류할 만한 음악가를 찾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 키라라

대중없어요. 그냥 저를 좋아하면 저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단 내밀어 주면 저도 내밀고 봐요.

🕵🏻‍♂️ 하박국

지금 키라라가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 신에 배출한 음악가가 많아요.

❄️ 키라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근데 제가 그들의 유일한 선생님도 아닐 테고. 그들도 얼마나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서 제가 그들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 하박국

하지만 좋은 관계로 지내고 서포트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들은 키라라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 키라라

뿌린 대로 거두는 일이라 생각해요. 저는 공연보다 레슨이 더 보람 있어요. 제 음악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1위 아니면 2위 정도가 장명선 씨가 한국 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때인 것 같아요. 그들이 잘 되는 거 보면 너무 행복해요. 그들이 너무 멋있는 음악 만들면 뽀뽀해 주고 싶어요. 

🕵🏻‍♂️ 하박국

키라라의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는 역시 네이버 온스테이지 오디오비주얼 무대인 것 같아요.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게 될 거로 예상했나요?

❄️ 키라라

전혀 못 했어요. 어렸을 때 봤던 케미컬 브라더스나 코넬리우스처럼 공연한 영상을 꼭 하나 남기고 싶었거든요. 그게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 하박국

그 영상이 공개되고 난 후 키라라의 활동과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 키라라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펜타포트 같은 곳에서도 섭외 오고요. 

🕵🏻‍♂️ 하박국

돌이 굴러가다 탄력을 받으면 무서운 속도로 굴러가는 것처럼 키라라가 말했던 하이프라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 전과 많은 게 바뀌었을 것 같아요.

❄️ 키라라

돌을 굴리는 법을 알게 됐어요. 굴러가니까 이렇게 걸리면 되는구나. 막 굴려보기 시작한 거죠. 공연, 방송, 라디오, 공감 그런 것도 들어왔고 딱 그 직후부터 100만 원이 넘는 공연을 하기 시작했어요.

🕵🏻‍♂️ 하박국

공연을 많이 하다 보면 회의감이 들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도 있잖아요. 키라라에게는 그런 순간이 없었나요?

❄️ 키라라

있었어요. 그때 진짜 어려웠어요. 인권 쪽에서 일하는 기획자가 키라라가 트랜스젠더 음악가이기 때문에 우리 행사에 꼭 섭외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 말 들었을 때 너무 힘들더라고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늘 새롭게 뭘 만들려고 해요. 늘 셋을 새로 짜요. 그러니 오래 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 하박국

해외 진출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 키라라

다른 인디 음악가와 유사한 경로로, 잔다리와 뮤콘 같은 페스티벌에서 저를 알리고 델리게이트들에게 저를 피칭하는 기회를 얻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부킹 에이전시와 계약하게 되었고, 거기서 1년에 한두 개씩은 공연을 계속 만들어 주고 있어요.

🕵🏻‍♂️ 하박국

해외에서 공연하며 반응이 오고 있는 게 느껴지나요?

❄️ 키라라

해외 공연은 이력만 남는 일인 것 같아요. 해외 공연을 해 잘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잘 돼야 해외 공연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유럽에서 공연 정말 많이 한 밴드들 보고 많이 느꼈어요. 페스티벌에서 신나는 음악 틀어 사람들 즐겁게 하는 건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그 사람들이 제 팬이 되는 것 같진 않아요. 이미지를 만들고 유튜브나 인터넷에소 내가 소비되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좋아해 그다음에 우리나라로 와주시라고 해야 그게 의미가 있는 해외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외국인 입장에서는 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냥 인디 음악가가 온 거잖아요. 그들은 제 음악 듣고 춤추고 끝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비행기 타고 돌아오면 인스타에 '공연 잘 봤다', '너는 짱이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있죠. 하지만 결국 제게 남는 건 저의 소중한 추억과 이력 정도인 것 같아요.

🕵🏻‍♂️ 하박국

실제로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아직은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요.

❄️ 키라라

또이또이해요. 그나마 혼자라서 또이또이하고 마이너스인 분들도 있을 거예요.

🕵🏻‍♂️ 하박국

그럼 해외 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마음은 없는 편인가요?

❄️ 키라라

그것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안 할 생각은 아니고요. 계속 기회가 있으니 하고자 하는데, 지금 부킹 에이전시와 일하는 동안 제가 성장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계약을 해줄지 모르겠는데... 꼭 해줬으면 좋겠어요. 재계약을 해준다면 1년에 한두 개씩 잡아주는 공연에 가서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 근데 그걸 많이 한다고 해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항상 해외 다녀 오면 친구들이 그래요. '월드스타네' 월드스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월드 인디지.

🕵🏻‍♂️ 하박국

저는 최근에 아도이가 아시안 밴드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인상 깊더라고요.

❄️ 키라라

저도 그런 걸 해야 하는데, 이메일 많이 쓰고 클럽 가서 힙스터 친구들도 사귀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영어도 안 되고 공연만 딸랑하고 오니 아무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거죠.

🕵🏻‍♂️ 하박국

네트워킹을 도와주는 매니저가 따로 있으면 좀 달라질 것 같은가요?

❄️ 키라라

많이 달라질 것 같고요. 그 달라지는 게 싫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하박국

그럼 해외에 있는 음악가와 함께 작업할 생각은 없나요. 시도를 해보거나?

❄️ 키라라

이야기하다 보니 알게 됐는데, 제가 그걸 되게 못 해요. 해외 활동에서 음악가가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다면 결국 네트워킹일 텐데, 보다 못한 에이전시에서 레지던시에 한번 가보라고 해서 네덜란드 레지던시도 다녀왔어요. 음악만 7, 8개 만들고 친구 한 명도 못 사귀고 왔습니다.

💬 사람들이 이런 거 물어보면 '오래 행복하게 음악 하고 싶어요'라고 얘기하잖아요. 저는 제가 불행해 음악 하거든요. 그래서 음악을 계속 하고 있을 것 같긴 해요.

🕵🏻‍♂️ 하박국

키라라의 외주 작업에 관해서도 이야기 해보죠. 제가 EBS의 게임 다큐멘터리를 보다 음악이 너무 익숙해 크레딧을 보니 키라라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니 제가 대중 매체를 접하는 게 많지 않아 잘 몰랐는데 외주 작업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외주 작업은 좀 어때요?

❄️ 키라라

정말 힘들어요.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첫 번째 이유는 양이 많고요. 두 번째는 가끔 클라이언트가 힘들게 하는 경우인데, 두 개의 이유가 하나는 필수고 하나는 옵션이죠. '정말 힘들지만 먹고 살게는 해준다' 이 정도의 느낌인 것 같아요.

🕵🏻‍♂️ 하박국

하며 즐거운 경우는 없나요?

❄️ 키라라

보람 찾자고 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하박국

저는 게임 다큐멘터리 보며 아무래도 주제가 게임인데 키라라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려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 키라라

좋게 들어주어서 고맙습니다. 근데 저는 보람이라는 가치를 좀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게 제일 큰 게 레슨이고 그다음이 공연이고 그다음이 음원이고 마지막에 외주가 있는 것 같아요.

🕵🏻‍♂️ 하박국

외주를 받을 때의 기준은 있나요?

❄️ 키라라

아직 거절은 많이 안 해봤어요. 들어오는 대로 다 하고 있어요. 천만 원을 주는데 뭐든 해야죠. 나중에 제가 여유로워지면 그때부터 좀 고르는 기준 같은 게 생길 것 같아요. 

🕵🏻‍♂️ 하박국

외주 작업이 커머셜 쪽도 있지만 파인 아트 쪽도 있잖아요. 그쪽은 어떤가요?

❄️ 키라라

생각해 보니 그건 보람이 있네요. 외주 덕분에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왔거든요. 작업이 쉽냐 어렵냐는 당연히 현대미술 작가분들과 작업을 할 때 쉬워요. 소통이 되고 그분들이 회사가 아니다 보니 개인과 대화하는 것 같거든요. 회사와 대화하는 건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아니에요.

🕵🏻‍♂️ 하박국

키라라에게 얼마 전 경사가 있었어요. 키라라의 공연을 100회 이상 본 팬이 생겼는데요. 그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 키라라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그 친구도 대단하지만 이 현상이 좀 대단하달까. 진짜 웅장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레코드도 가져보는구나. 되게 의미 있다고 느꼈어요.

🕵🏻‍♂️ 하박국

키라라는 팬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나요?

❄️ 키라라

좀 많이 지지고 볶는다고 생각해요.

🕵🏻‍♂️ 하박국

팬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따로 없나요?

❄️ 키라라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그건 솔직히 제가 심심해서지 팬들과 소통하려고 키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팬이 많이 없어요. 모두의 차애인 것 같아요. 예쁘고 시스젠더가 최애가 되지 제가 최애가 되진 않는 것 같아요.

🕵🏻‍♂️ 하박국

최근에 장비를 구입하고 DJ 농협으로 디제이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요?

❄️ 키라라

좀 취미 생활처럼 생각한 거라서요. 언젠가 이디오테잎 스태프분이 제게 디제잉도 배워 놓으면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 준 게 지금까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아직 이걸 써먹을 기회는 없었는데요. 동네 클럽에서 틀어보기나 했지 해외 공연을 갔는데 어디 클럽에서 디제잉 해 강력한 네트워킹의 도구가 되었다 이런 서사는 없었지만,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공연을 안 해도 되는 자리에서 할 수 있다든가, 그냥 놀고 싶을 때 하며 놀 수 있다든가. 결국 그게 일이 잘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요?

🕵🏻‍♂️ 하박국

키라라는 음악가로서 어떤 목표가 있나요?

❄️ 키라라

단기적으로는 팔로워 1만 명을 너무 찍고 싶어요. 근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고민하는 중이고요. 사람들이 이런 거 물어보면 '오래 행복하게 음악 하고 싶어요'라고 얘기하잖아요. 저는 제가 불행해 음악 하거든요. 그래서 음악을 계속 하고 있을 것 같긴 해요. 죽을 때까지 음악을 계속 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제가 행복할 것 같진 않거든요. 저는 제가 트랜지션을 해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르겠어요. 제가 음악으로 더 할 수 있는 게 뭔지. 박국 님께 고민 상담하고 싶네요. 저 음악으로 또 뭐하죠?

🕵🏻‍♂️ 하박국

저는 키라라가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다고 생각해요. 최근 힙합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키라라 스타일의 재밌는 힙합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고 케이팝 작업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그쪽 시스템은 또 다른 시스템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견뎌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보컬과 작업하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저는 최근 들어 제 네트워크 밖의 사람을 많이 만나려 하는 편이거든요. 저희가 신에 처음 들어오면 친구들이 생기고 그 친구들과 돈독한 관계가 되잖아요. 그러면 그 안에서만 안주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다 해결이 되니 더 이상 밖에 안 나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성장이 더뎌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에는 저와 무조건 결이 맞는 사람하고만 일하려 했는데 이제는 저와 다른 사람도 만나고 일하며 제가 얻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더라고요. 키라라 역시 팀을 만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계속 확장이 될 거로 생각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키라라는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음악을 가졌잖아요. 그건 음악가로서 정말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지금 유행하는 거 좋아 보이는 거 멋져 보이는 거 그냥 따라 하는 사람이 많단 말이에요. 키라라는 본인의 음악이 확실해 당연히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을 거로 생각해요. 키라라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면 더 좋을 거로 생각합니다.

❄️ 키라라

제가 그러고 있긴 했네요. 저도 안주하고 싶지 않아 최근에 래퍼도 만나고 메탈 하는 사람도 만나고 그렇게 살고 있단 말이죠. 그 결과가 다음 정규가 될 것 같은데,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거겠네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 하박국

다음 정규가 기대되네요. 언제 나오나요?

❄️ 키라라

내년 5월이 10주년이에요. 그때 뭘 할지 모르겠지만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 부릴 거거든요. 모두가 축하 안 할 수 없도록 만들 거예요. 그 직후에 앨범 제작에 들어갈 것 같아요. 

🕵🏻‍♂️ 하박국

제게는 키라라가 큰 교훈을 준 음악가예요. 처음 봤을 때는 이 친구가 어디서 활동하지, 활동할 곳이 없을 텐데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했거든요. 근데 스스로 자신의 신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만들며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음악가가 됐잖아요. 키라라는 본인이 이룬 게 엄청난 성공이 아니라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 신이 되게 작은 상황에서 키라라 정도면 성공한 아티스트라 생각해요. 누굴 흉내 낸 게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음악가잖아요. 항상 솔직하고, 저는 그런 부분이 음악가로서 존경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 점을 스스로 잊지 않고 상기하며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키라라

제가 이 질문을 받으면 맨날 똑같은 말을 해요. 요즘 팬들에게 미안해요. 저는 너무 못된 음악가 같아요. 여러분 싫어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이런 음악가가 어디 있나요. 그래도 제 마음 알아주세요. 덕분에 음악 하고 있고요. 한국의 일렉트로닉 음악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제 공연을 보고 일렉트로닉 음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저한테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일렉트로닉 음악 싫어하는데 키라라는 너무 좋아한다고. 그거 안 들어 보아서 그런 거예요. 한국에 저보다 좋은 일렉트로닉 음악이 너무 많습니다. 꼭 들어 주세요. 

🕵🏻‍♂️ 하박국

그럼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 키라라

잠깐만요. 박국 님은 오늘 인터뷰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하박국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희가 얼굴을 맞대고서 이야기 나누는 일이 많지는 않잖아요.

❄️ 키라라

저 때문에 어려운 인터뷰 진행을 하셨을까 봐요.

🕵🏻‍♂️ 하박국

저는 즐거웠고요. 물론 되게 어렵기도 했어요. 제가 의도했던 건 이렇게 해서 성장했다는 거였는데 키라라는 중간에 '여러분 이거 다 소용없어요' 같은 이야기를 해서. 근데 그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아티스트가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면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 키라라

초대해 주셔 고맙습니다. 저도 너무 후련하게 이야기했어요.

🕵🏻‍♂️ 하박국

저도 같이 후련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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