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표기법 X 월말 산문] 2026-8月

멋진 모순들

2026.08.25 | 조회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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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이미지

↑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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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장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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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구독자 님께,

 

<인터뷰&레터> 매달 마지막 편지에는 두 개의 코너가 실립니다. 표기식의 계절 표기법. 사진가 표기식의 카메라가 채집한 이달의 계절을 연재합니다. 그는 어디로든 떠나는 사진가입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될 수 있으면 PC의 큰 화면으로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임유청의 월말 산문. 이번 달 찾아온 이야기를 씁니다. 

<계절 표기법>과 <월말 산문>은 한 개의 단어를 공유합니다. <인터뷰&레터> 이달의 작가와의 시간 속에서 건져올린 단어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트랙에서 움직이며, 종종 마주칩니다.

『비효율의 사랑』, 최다은 피디님과 보낸 8월.이달에 채집한 단어는 ‘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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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청의 월말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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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모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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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했던 얘기

 

어린 시절 나는 전 세계에서 안 가본 곳 없는 어른이 된 나를 자주 상상했다. 

 

많이들 배낭여행을 떠나던 20대. 나는 떠나지 않았는데, 돈도 시간도 없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약간의 돈과 시간이 생긴 후에도 나는 대체로 집에 있었다. 누가 가자고 하면 갔다. 그러지 않으면 안 가고. 어릴 적 그 만발했던 소망에 비해 영 움직일 기미가 없는 자신이 의아했는데, 고심 후 깨닫게 된다. 내가 어릴 적 가고 싶었던 곳은 책 속 세계지 진짜로 낯선 곳은 아니었던 거다. 게다가 내 생각에 나는 이미 충분히 먼 곳에 와 있었다. 

 

그런데 집안에만 있다고 떠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늘 어딘가에 있었다. 사상과 타인 같은 각종 골칫거리에 빠져 지냈다. 사정이 좋을 때는 미드, 책, 음악과 영화 곁에 있었다. 그 모든 것은 과도하게 나 자신이기도 했고, 극단적으로 다른 세계이기도 했다. 가장 먼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의 거리감이 뒤죽박죽되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꼴이었다. 밤인지 낮인지도 분간 안 되는 두툼한 안개 속을 서행 운전하며 코 앞에 있는 표지판이나 간신히 보는 삶을 살아오면서(난 운전면허도 없는데), 단골 술집에서 집으로 찾아갈 때조차 내 길눈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떠올려보면 앉은 자리에서도 헤매는 인생이란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자조하면서, 그런데도 여차저차 여기까지 온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동시에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다.) 

 

 

뉴욕

 

아무튼 그렇게 도무지 기약 없는 내 목적지 중에 뉴욕이 있다. 8월의 작가, 최다은 피디와의 대화에서 오랜만에 뉴욕 생각을 했다. 그가 묘사하는 뉴욕은 내가 그리던 어떤 모습과 똑 닮아있었다. 목소리로만 알던 누군가를 실제로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를 이토록 친근하게 느끼는 게 너무나 나다워서 기가 막혔다.

 

평행 우주를 가정했을 때 가장 그럴 법한 나는-물론 가장 멋진 망상 속에서- 언제나 뉴욕에 살고 있다. 그곳의 내 환영들은 이런 이름들에서 발견된다. <사나운 애착>의 비비언 고닉, <러시아 인형처럼>의 ‘나디아’, <도시인처럼>의 프랜 리보위츠, <Drinking at the Movies(뉴욕에서 살아남기)>의 줄리아 워츠. 자기와 세상 중에 누가 더 별로인지 결정하는 데 바빠 슬픔도 기쁨도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들. 사소한 걸로 절망하고 거대한 것들에 소리 지르다가 아이고 지쳐라, 하고 넘어가는 사람들. 나는 언제나 그들 쪽으로 곁눈질한다. 언젠가는 뉴욕에 가보게 될까? 나는 여행보단 살아가는 쪽을 꿈꾸는 편이지만, 그 결과로 늘 집에 있는 걸 택하지만, 그렇다고 뉴욕에서 사는 내가 서울의 나와 별반 다른 상태는 아닐 거 같으니 그날이 온다면 기쁨과 호기심을 숨길 기색조차 없는 충만한 관광객으로서 방문할 예정.

 

 

멀리, 여기

 

이번 달 표기식 작가가 보내온 사진은 장충동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찍은 먼 구름이다. 그는 1년을 꼬박 한 나무를 찍었고, 10년을 훌쩍 넘겨 한강의 빛을 찍었다. 그것들은 무엇이 될까, 누구보다 사진가 자신이 때때로 고민을 하겠지만, 꾸준함은 무엇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가능한 성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다은 피디는 최근 10년을 지속해 온 프로젝트를 막 끝낸 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나처럼 출근하여 매일 정확한 시간에 라디오 방송을 송출한다. 한 번도 같은 자리를 벗어난 적 없지만 아주 멀리까지 가는 어떤 여정들. 혹은 같은 자리에 있었기에 더 멀리 갈 수 있었던 여정들. 참으로 멋진 모순인 것이다. 

 

 

2026/8/25

 

 


🎧NEWS! 

⟪표기식 사진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

얼리버드 예매 오픈!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9월부터 장장 6개월간! 표기식 작가의 대규모 사진전이 열립니다. 자라는 나무, 한강과 빛, 고양이들의 아파트 등 그의 성실하고 꾸준한 카메라가 기록한 460여 점의 장면들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아주 기대되는 전시입니다. 지금 얼리버드 예매가 오픈되었어요. 무려 50% 할인 기간이니, 지금 바로 예매하시면 후회 없습니다.

 

📌얼리버드 가격: 10,000원(50% 한정 특가)

📌얼리버드 판매 기간: 2026.08.24(월) ~ 2026.09.22(화)

📌전시 기간: 2026.09.23(수) ~ 2027.03.01(월)

📌전시 장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얼리버드 예매창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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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 @화성휴게소 (by 표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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