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 아티스트 컨설팅 50팀 하고 깨달은 것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5월부터 6월간 하박국 아티스트 컨설팅, 일명 하아컨을 진행했어요. 록, 힙합, 레게, 일렉트로닉 음악, 발라드, 포크, R&B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A&R, 매니저, 레이블 대표가 신청을 해주셔 매회 버라이어티한 컨설팅을 했습니다. 세어보니 그 전에 제가 공공기관과 개인적으로 했던 것을 다 합치면 지금까지 50팀 넘는 아티스트를 컨설팅했더라고요. 놀랍게도 그들 중 같은 상황인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는 지역도,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도, 각자 목표도 달랐어요. 덕분에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마음이었네요. 😇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데이터가 쌓이니 컨설팅 받은 아티스트를 두 가지로 유형으로 나눌 수 있겠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는지 직접 알아 보세요! (윌슨미팅 Vol.1 때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케이스 1 - 이미 알고 있다

다이어트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지금 최고 몸무게에서 20kg 넘게 감량했고, 전에도 여러 차례 다이어트를 성공한 적이 있어요. 다이어트하는 건 간단합니다. 단백질 위주로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면 돼요. 물론 찾아보면 더 효과적인 방법은 있습니다. 저도 전에는 칼로리만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혈당과 인슐린 분비를 신경 쓰며 간헐적 단식을 함께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근본이 달라지진 않아요. 아는 것보다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아티스트도 똑같습니다. 더 좋은 곡을 쓰고 싶나요? 좋은 곡을 많이 듣고 곡을 많이 쓰면 됩니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싶나요? 그럼 연습해야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더 알리고 싶나요? 그럼 윌슨레터를 보고 하나하나 따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 컨설팅에서 만난 이들 상당수가 자신의 문제가 뭔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걸 제 입으로 듣고 싶어 하더라고요. 개중에는 더 세게 혼내달라는 이도 있었고요. 새삼 아티스트가 외로운 직업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많은 아티스트가 모순된 욕망을 갖고 있어요. 자신의 음악 세계를 지키며 멋진 아티스트가 싶지만 그와 동시에 인기도 많고 싶어 하죠. 물론 둘 다 얻을 수도 있어요. 저는 전자를 꾸준히 잘 한다면 후자까지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 세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인기를 얻을 것 같은 걸 시도하다가 이도 저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도 대부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하지 못하더라고요. 당장 음악 하는 게 너무 힘드니까요. (저 또한 많이 겪는 어려움입니다. 🥲)

이미 알고 있지만, 못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과 꾸준한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근데 이게 혼자서는 쉽지 않거든요. 특히 요즘은 구심점이 될 만한 신이 없고 다 자신의 작업실에 고립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챌린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면 어떨지 생각해봤어요. 저도 작년에 러닝을 하다 말고 지금은 유료로 러닝 챌린지를 신청해서 하고 있거든요. 확실히 혼자 뛰는 게 아니고 서로 응원해 주니까 꾸준히 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다만 음악은 러닝처럼 성장의 단계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트래킹하기도 어려워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는 분 계시면 연락 주세요. ✉️

케이스 2 - 아무것도 모른다

컨설팅을 진행하며 어떻게 이런 걸 모를 수 있지? 싶은 경우가 꽤 있었어요. 어떤 거냐면요.

-왜 음악을 만드는지

-음악을 통해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은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만든 음악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뾰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자신이 만든 음악이 좋은지 나쁜지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나아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개중에는 자신의 소신대로 정말 훌륭한 음악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없어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는 제가 온갖 감언이설과 동기부여로 상대에게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이들의 음반이 나왔는데 반응 없으면 제가 똥꼬쑈를 해서라도 알리려고요. 아쉽게도 이보다는 자기가 무슨 음악을 하는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는 아티스트가 많아요. 이 중 최악은 브랜딩과 마케팅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거라 믿는 경우입니다.

물론 브랜딩과 마케팅은 중요해요. 하지만 브랜딩이라는 건 결국 원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잖아요. 음악이 또렷하지 않으면 결코 제대로 된 브랜딩을 할 수 없어요. 마케팅 역시 아무리 잘해도 음악이 좋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이 좋다는 건 뭘까요? 음악은 공산품이 아니잖아요. 사실 없어도 사는 데 굳이 지장은 없거든요. 좋은 음악이 뭔지는 하루 종일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유의 매력이 필요해요. 이를 찾고 드러내기 위해서는 꾸준히 위의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자신도 뭘 하는지 모르는데 누가 그걸 좋아할 수 있겠어요.

컨설팅하며 자주 했던 말인데 한국에서만 하루 만 곡의 음원이 발매되는 시대예요. 음악 하는 건 전보다 쉬워졌지만 덕분에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요즘은 동네 식당도 선명한 감도로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려워요. 하아컨을 진행하며 본래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아티스트가 만든 음악을 듣고 냉정하게 피드백하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제 피드백이 100% 정확하진 않겠죠. 그래도 저는 음악 평론 일을 하며 좋은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을 구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음악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닿는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하며 스스로 세운 기준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결론 - 인디 아티스트로 성공하는 법

많은 사람이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합니다. 그 방법만 알면 자신도 성공할 수 있을 걸로 생각하죠. 하지만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유일한 방법이 있긴 한데...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알게 될지도?) 저도 종종 오만하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전에 이런 방법을 써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그 방법을 쓰면 성공하겠지.' 그렇게 했던 기획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리스크를 지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쓰는 게 훨씬 성공 확률이 높았어요. 우리의 소비자는 시대에 따라 꾸준히 변하고 '성공하는 법' 같은 걸로 쉽게 마음을 가져올 수 있는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저는 창작법과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편이에요. 분명히 도움이 되는 방법은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뇌과학 쪽 연구가 발전해 창작과 생산성 분야에서 많은 게 밝혀졌거든요. 하지만 이 역시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에요. 한때 자기 계발 쪽에서 생산성을 미친 듯이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앤드류 후버만의 모닝 루틴이 유행했는데요. 최근 저속노화로 유명한 정희원 교수님은 이 루틴이 오히려 뇌와 몸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며 하지 말라 하더라고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어떤 방법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려요.

제가 창작법과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건, 잘 정리해 여러분께 알려 드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 가장 큰 이유는 시행착오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방법도 해보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잖아요. 자기계발서에 나온 다양한 방법을 직접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거죠. 아티스트로서 사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은 분을 위해 제가 살아오며 성공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저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아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꾸준히 시도하는 겁니다.

오래 알았던 친구가 있어요. 저는 항상 그 친구가 나이브하다 생각했거든요. 너무 사람만 좋고 대책이 없다고요. 근데 제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현실 탓을 하기도 하며 어차피 지금 하는 일로는 성공하긴 어려울 거로 생각하는 사이, 그 친구는 용기를 내 혼자 한국을 떠나 좋은 성격과 열린 마음으로 친구도 많이 만들고 해외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큰 성과를 거뒀더라고요. 전에는 그 친구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진짜 바보는 저였어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보다 용기와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솔직하게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데 꾸준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그걸 끄집어내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하는 일이니까요. 음악 하는 게 쉬워진 시대지만,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모두 건투를 빕니다.

하아컨 1기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아컨 2기를 오픈했습니다. 1기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건 많은 아티스트가 독립 아티스트의 꿈을 안고 음악을 시작하지만, 대부분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면 고립될 수밖에 없겠죠. 하아컨은 아티스트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컨설팅해 아티스트의 독립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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