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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몸살이 잡아먹은 이틀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3.11.27 | 조회 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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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격조했습니다. 여타 인사도 없이 갑작스레 사라져 당황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말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언제까지나 외면을 할 수는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저다운 글을 조금씩 쓰며 이야기를 살짝씩 풀어보려 해요. 이전과는 많이 다른 글에 조금 충격을 받으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구독 취소는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장난이고, 가장 저답게 쓰는 글인 만큼 이러한 글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우럭이야기도 잘 부탁드려요.

 

1.

감기 기운이 있나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잠에서 깨니 온몸이 아팠다. 뜨끈한 열감에 짓눌린 혼미한 정신으로는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더라. 으슬으슬 떨리는 몸을 말아 누우며 다시 잠들었다 깨기를 두어 번 반복했을까. 증세는 외려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집에 있던 소염진통제를 찾아 먹고는 쓰린 위장에 뭐가 됐든 일단 집어넣었다.

한 이삼십 분 즈음 지났던 것 같지. 슬슬 약효가 돌기 시작하는 듯 조금 가벼워진 몸뚱이에 겨울 이불을 꺼내 들고 다시 침대로 가 누웠다. 나아진 근육통에도 오한은 계속됐다. 오랜만에 참 본격적으로도 앓네. 욕지거리를 속으로 삼키며 두통으로 무거워진 눈꺼풀을 내리 붙였다. 약기운에 다시 잠에 빠지길 기다리며. 씨발, 독감주사 사만 원이었는데. 개 좆같은 현대의학. …완전히 삼키지 못한 욕지거리는 조금 작게 웅얼거리며.

 

2.

먹고 자고를 반복한 토요일이 지났다. 24시간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는데도 꿈도 꾸지 않고 잤다. 잘 잤다고 할 수 없는 건 일요일 아침 온몸을 두드리는 뻐근함이 여전했기 때문이고. 아픈 몸에 덩달아 날카로워진 정신탓이었는지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각설하기로.

그래도 알약을 목구멍에 밀어 넣으면 얼추 멀쩡해지는 듯한 몸뚱어리에 하루 만에 밖을 나섰다. 집 앞 마트로 향했다가 넷째 주 일요일이라 휴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는 반대편의 동네 마트로 발길을 틀었다. 집에 김장김치와 겉절이가 생겨 오랜만에 이것저것 담으며 장바구니를 채워봤다. 죄다 즉석밥에 라면뿐이었지만 채웠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어. 직장 생활을 몇 달이나 했다고 부쩍 부실해진 저녁식사를 이참에 신경 써볼 요량이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3.

월요일이 되면 직장인은 출근을 해야 한다. 자기 몸 상태가 좋든 안 좋든 그런 건 회사가 알 바가 아니다. 나는 이번 달 월차를 이미 소진했고, 사정을 잘 봐줄 것 같은 과장님은 오늘 휴가라고 하셨고, 우럭 인턴에게는 월요일 오전마다 고정 업무가 있으므로 나는 어쨌든 회사로 가야 했다. 눈 뜨자마자 ‘아, 잠깐만. 나 좆 된 것 같은데?’ 생각했지만 우럭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으니까. 한 가지 멍청했던 점이 있다면 사람의 정신을 한 가닥이라도 더 붙들 수 있도록 도와줄 소염진통제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날 세 번 연속으로 알약을 두 알씩 때려 넣은 것이 무색하게도 내 상태는 빠른 속도로 악화되어 갔다. 그리고 퇴근이 삼십 분가량 남은 지금 이 시점,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는 사무실에서 플리스에 롱패딩을 껴입은 채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떻게든 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보고 있는 참이다. 개 좆같은 현대의학. 개 좆같은 현대의학. 개 좆같은 현대의학. 만세 삼창을 외치듯 속으로 되뇌면서. 하지만 난 퇴근하면 집에 들렀다가 곧장 동네 자정까지 하는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겠지. 현대의학이 개 좆같은 점은 완벽하지도 않은 주제에 대체재도 없기 때문이니까. 봤지, 사람은 이렇게나 모순적이다.

 

4.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기침이나 콧물 증상 없이 두통에 열감, 오한, 몸살 증세뿐이라 날짜를 세어보다가 혹시 PMS가 아닐까 살짝 의심했었는데. PMS는 개뿔이 씨발, 이건 독감이 분명하다는 결론이 났다. 난 이따위로 월경 전 증후군을 지독하고도 길게 앓은 적이 없어. 물론 매번 감정이 양 극단을 달리는 동시에 허리와 골반이 뒤틀려서 뒤질 것 같기는 하지. 하지만 점심 회식 이후 다 같이 커피점에 들려 음료를 기다리는 틈에 살짝 빠져나와 담타를 가지던 우럭은 깨달았다고. 어, 나 목 이상한데. 이물감 뭐지. 아 씨?발, 이거 독감인가 봐. 그리고 누구에게 옮았는지는 찾을 것도 없이 너무나도 명백했다.

 

5.

할 말이 많지만 이 글은 전체 공개로 올라갈 테니 속으로 삭히기로 한다.

 

6.

궁금하신 분은 비댓 달아주세요.

 

7.

어쨌든 우럭의 일주일은 시작부터 다이내믹하다. 흠, 영어를 쓰니 조금 완곡해 보이는군. 구태여 한국어로 말하자면 다사다난하다. 평소 말본새에 비해 이것 또한 참으로 곱게 나온 표현이다. 심지어 나는 아픈 와중에 돌리고 돌려 표현했다고. 사람의 인격적인 성장이란 이런 게 아닐까. 개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내가 아프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합시다. 아픈 우럭은 사람을 물 수 있으니까.

편하게 쓰기 위해 만든 게시판이지만 두 번째 만에 너무 편해졌나 싶다가. 그래, 이게 난데 어쩌겠어- 한탄하고는 슬슬 마무리 지을까 싶은데. 왜냐면 퇴근이 15분 남았기 때문. 인간승리라고 하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정신을 잃지 않는 이상 내일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을 테지. 고로 내일 오후 6시 이전에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살짝 걱정해 봐도 좋습니다. 혹시 이 사람, 정말 뒤진 건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게 세상 일인 법이니까.

 

8.

독감주사가 사만 원, 수액이 아마 십만 원. 싯팔, 돈이 없으면 아프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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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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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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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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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2)
  • 조잘조잘

    0
    11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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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 전윤

    0
    11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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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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