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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이가 만신창이가 됐으요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02.23 | 조회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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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오랜만에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찾아온 우럭이야기. 전 19분 이따가 술 퍼마시러 갑니다. 안녕.

 

1.

2월에 웬 폭설이냐. 수요일에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에 우럭은 한쪽 발목을 잃었다. 하필이면 그날 외근을 나가야 해서 힐을 신었는데 밤늦게 찾아온 폭설에 그대로 오른쪽 발목이 날아감. 사건 경위. 규모가 제법 큰 행사라 긴장을 많이 했는지 뻣뻣하게 뭉친 어깨를 풀러 한의원에 다녀왔다. 치료를 마친 직후 저녁거리를 사고 그대로 집에 가려다가 발목이 꺾였다. 진짜 낮은 계단 한 칸에서 발이 미끄러졌는지 아니면 발을 헛디뎠는지 어쨌든 90도로 종이접기 마냥 발목이 접혀버림. 주저앉고 싶었는데 비가 오기도 했고 나머지 한쪽 발도 힐이었고 해서 그대로 뻣뻣하게 굳은 채 어찌할 줄을 모르니까 만두 가게 사장님께서 도와주시더라. 왼쪽 발목의 3배 정도 부어올라서 건들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음. 진짜 오랜만에 존나 아팠음…

예, 뭐. 어찌 됐든 간신히 택시 불러서 타고 집에 도착했고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뚝거린다는 후문입니다. 그냥 걸을 땐 참을 만 한데 빠르게 걷거나 계단 오르내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제는 강남역 엘리베이터를 당당하게 이용해서 집에 왔음. 몸이 성하지가 않다.

 

2.

그래서 내일 우리 동네 종합병원 정형외과 진료를 아침 8시 40분부터 예약했다. 예전에… 그러니까 나 고등학교 때 처음 찾아갔을 때 선생님이 만성인대파열이라며 높은 신발은 절대로 신으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우럭은 그 뒤로도 계속 굽만 신다가 병원행을 반복했어요. 찾아갈 때마다 에휴 싶은 반응에 이제는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살짝 접질렸다 싶어도 찾아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붓기가 남아있는걸… 그래도 예약 잡은 김에 이것저것 해치우자 싶어서 이번에 다친 오른쪽 발목과 저번에 다쳤던 왼쪽 발목, 그리고 물혹이 커졌는지 요즘 들어 부쩍 아픈 왼쪽 손목까지 한꺼번에 보고 올 생각. 이렇게 쓰고 나니 종합병원이 따로 없다.

 

3.

하지만 중요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님. 수요일 저녁에 한의원을 찾아간 후 나아졌다 싶은 어깨가 또다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진짜 자고 일어났는데 오른팔이 너무 저려서 오전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 사실 일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는 했음. 아니, 생각해 보니 일 하나 하기는 했네. 싯팔… 그래 일 없는 날이었으니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우럭은 MZ 인턴 그 자체라 하루에 둘 이상의 업무를 하면 탈이 나는 병에 걸렸음. 하지만 오늘은 저것만 했으니까… 뭐, 그래. 괜찮아.

아무튼 그런 고로 내일은 8시 40분에 정형외과를 가서 방사선과 초음파를 찍고 처방을 받은 뒤 바로 옆에 위치한 한의원까지 클리어할 예정이다. 가서 목 어깨를 조지고 발목은… 발목은 조금 더 생각해 봐야지. 지금 상태에 침 들어가면 오지게 아플 것 같으니까. 그리고 당장 목 어깨가 단단해서 나눠서 침 맞기는 좀 그래. 발목을 맞으러 따로 또 다녀오거나 해야 할 듯?

 

4.

그렇다면 한의원이 끝이냐. 아니다. 2주치 약을 다 먹지는 않았지만 그 얘기를 하면 혼날 게 분명하므로 대충 약 날짜에 맞춰서 병원을 들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럭은 혼이 난다. 실제로 저번에 약 2주 치를 1달 반 정도에 걸쳐 먹고 나머지 일주일을 약 없이 지내다가 앗, 좆됐다- 싶어서 급히 찾아갔을 때 선생님께 잔소리 들은 전적이 있음. 정신과 약이란 있으면 먹는 게 귀찮지만 막상 없으면 실시간으로 좆되고 있구나 싶은 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거다. 특히 수면제가 그러하다. 알겠지, 의존성 약물이란 이렇게 무서운 거야.

뭐, 그 이외에도 요새 좀 마음이 불편한 것들이 꽤 있는데 가서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고. 하, 왜 세상은 이렇게 나에게 각박한 걸까. 물론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싯팔 당장 나도 힘든 건 힘든 거라고ㅠ 인생이 다이나믹하면 좋을 게 없다. 그냥 일상이 좆같어… 응, 좆같어.

 

5.

정신과 진료까지 다 본 후에는 산부인과로 넘어가야 함. 몸 상태가 안 좋은지 면역력이 무너졌는지 모르겠지만 질염이 다시 찾아왔다. 엔간하면 귀찮아서 안 가겠는데 이번 건 정도가 심한 것 같기도 하고 곧 출국이니까 약 받고 가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입사해서 거의 맨날 초코우유라는 액상과당을 처먹었는데 효과가 없던 걸까. 초코우유도 어쨌든 우유인데 유산균 있어야 하는 거 아님? 아니면 말고. 난 문과라 자세한 건 모름.

 

6.

아무튼 내일 병원 네 곳을 돌고 1시에 친구 졸업사진을 찍으러 가야 하는데. 하, 아침 8시 40분까지 병원 가는데 사람의 모습을 하고 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된다. 왜냐면 우럭, 오늘 송별회라 술 존나게 처마실 예정이기 때문… 나는 술 마시면 자야 하는 인간인데 벌써부터 자신이 없다. 졸업 사진 후딱 찍고 집에 바로 들어와서 화장 지우고 처자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일요일에는 또 다른 졸업사진 팟이 있어서 토요일 오후부터 처자지 않으면 다음 주를 버티지 못할 거다.

 

7.

하, 인간의 몸뚱이란 왜 이렇게 나약한 걸까. 만신창이가 따로 없다. 이게 나이인 건가.

 

8.

늙기 싫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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