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곰살맞게, 나에게도

나를 가장 모질게 대하는 '나'와의 거리두기

2026.04.20 | 조회 39 |
0
|
첨부 이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자연의 풍경은 나날이 생기를 더해가는데, 정작 마음의 기온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어떤 날은 착착 진행되는 일들에 안도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스스로가 볼품없이 느껴져 마음이 툭 가라앉기도 하더라고요.

누구나 가슴 속에 자신만의 전장을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고 하죠. 저도 지난 한 주 동안 꽤 치열하게 자신과 씨름하며 보냈습니다. 아마 구독자님도 자신을 옥죄는 마음이나, 타인의 생각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순간들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구독자님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편인가요, 엄격한 편인가요? 이번 한 주도 자신만의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길 바라요! 

 

 

 

 

 


첨부 이미지

✏️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곰살맞다'를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캐릭터들을 동경할 때가 있다. 잘하는 걸 숨기지 않고, 못해도 당당하고, 무대 위에 서면 빛이 나는 사람들. 그 특유의 쇼맨십과 근거 있는(혹은 없는) 자신감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나는 스스로에게 지독히도 단호하다. 어지간해서는 '잘했다'는 말을 못 한다. 조금만 삐끗해도 왜 그랬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며 몰아치기 바쁘다. 높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나를 끊임없이 다그치다 보면 마음은 어느새 한없이 작아져 있다.

내가 미워지는 날엔 유체 이탈을 한다. 나를 타인처럼, 특히 아주 친한 친구를 보듯 바라본다. 내가 나의 친구가 되는 순간, 나는 나에게 끝도 없이 곰살맞아진다.

남들 다 하는 일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을 때, ‘그냥 할 걸 그랬나? 왜 나만 유난스럽지?’ 자책하던 목소리가 “네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데.”로 바뀐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때도, '재능이 없네'라는 비수 대신 “도전 자체가 근사했어. 당장의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고 어깨를 토닥여준다.

나를 내 편의 눈으로 바라보고 건네는 위로는 다시 일어설 작은 틈을 만들어준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기 위한 다정한 이는 가장 가까이에 있다.

 

 

 

 

 

[모자무싸] 곰살맞은 질문 하나가 구원이 되는 순간

출처: JTBC
출처: JTBC

아래는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1화의 내용을 일부 포함합니다.

JTBC의 새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첫 화가 지난 토요일에 방송되었어요. 저의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나의 해방일지>의 극본을 쓰신 박해영 작가님이 쓰신 데다가, 좋아하는 구교환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라 앞으로의 전개가 아주 기대됩니다. 

주인공 황동만의 일상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처절합니다. 20년째 감독 데뷔를 꿈꾸지만, 현실은 사채 독촉에 시달리는 40대 무직 남이죠. 그의 손목에 채워진 ‘감정 워치’는 그가 숨기려 애쓰는 수치심과 열등감을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로 규정하며 깊은 늪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자존심을 지켜보겠다고 타인의 성취를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큰 마음의 허기만 돌아올 뿐이에요.

그런 동만의 감정 워치에 초록불이 켜진 순간은, 의외로 거창한 성취가 아니었습니다. “시나리오 궁금해요”라는 은아의 한마디였죠. 은아의 관심은 온통 빨간불뿐이던 동만의 세계에 곰살맞은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무가치함과 싸워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에게 기꺼이 초록불을 켜주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의 냉혹한 충고나 내 안의 날 선 검열 대신, 나를 향해 조금 더 곰살맞게 웃어주는 마음이요. 

내 인생이 왜 네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요?

황동만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낯선 어휘집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18] 오늘의 바람은 명지바람

휘발되는 순간을 사랑하고 붙잡는 기술.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세상에는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많아요. 분명히 느꼈는데 차마 말이나 글로 옮기지 못한 감각, 풍경, 생각들은 존재감 없이 흘러가죠. 어떤 것들은

2026.03.30·조회 61

[#19] 답청의 계절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매년 느끼지만, 벚꽃이 피고 지는 속도가 무섭게 빨라요. 얼마 전만 해도 봉오리였는데 오늘은 활짝, 내일은 우수수. 붙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바람에 날아

2026.04.06·조회 57

[#14] 이별은 일별처럼

떠난다는 그 한마디가 항상 끝을 말하지는 않으니까.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졸업 시즌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인사드려요. 저는 아직도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 기억나요. 부모님이 사주신 빨간 가방을 메고 갔었어요. 조

2026.03.02·조회 79

[#9] 다감한 것이 살아남는다.

실력보다 먼저 작동하는 감각.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최근 이사를 통해 이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웃이라니? 저처럼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 사는 분들께는 옛날얘기처럼 들릴 거예요. 회사 생

2026.01.19·조회 88

[#10] 삶의 열매가 자라지 않을 땐 객토를 해요

한 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토양 교체.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느덧 10번째 편지를 보내드려요. 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을 때,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듯이 10번째 편지는 '왜 아직도 10번째일까?'라는

2026.01.26·조회 110

[#7] 2026년 필수 목표: 도야하기

도자기를 빚는 장인의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새해 첫 편지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저는 2026년 목표가 딱 두 개 있어요. 그중 하나는 두 번째 책을 출간하는 일입니다. 12월 30일에서 31

2026.01.05·조회 214
© 2026 낯선 어휘집

익숙한 일상에서 히든맵으로 가는 나침반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