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최근 이사를 통해 이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웃이라니? 저처럼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 사는 분들께는 옛날얘기처럼 들릴 거예요.
회사 생활 후 처음 독립해 살던 작은 오피스텔을 참 좋아했어요. 2년을 살고, 조건에 대한 불만 없이 재계약했어요. 1인 가구다 보니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은 없었죠. 그런데 옆집에 살던 이웃이 떠나고, 다른 이웃이 이사를 오자 저의 매일이 지옥으로 바뀌었습니다. 새로 온 이웃이 너무 시끄러운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이 고통이어서 점점 집에 오기가 싫었거든요. 그 전의 이웃은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얼마나 조용했고 고마운 존재였는지 새삼 느끼게 됐어요. 여유시간을 즐기고, 잠을 편안하게 자는 등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좋은 이웃이 필요하더라고요.
저는 지금 이사 온 집에서 이 뉴스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새로 온 동네와 집이 굉장히 낯설지만, 밤에 잠은 잘 잤으니 다행히 좋은 이웃들이 있는 것 같아 앞으로의 일상이 기대됩니다.

✏️ 이렇게 사용해요
각 지역에 애매한 지인이 있어 든든하다. 애매한 지인이란 지인이라기에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지인의 범주에 드는 관계를 말한다. 미용실 디자이너 선생님이 그렇다. 알고 지낸 지 벌써 6년이 훌쩍 넘었지만, 서로의 전화번호도 소셜 미디어 계정도 모르는 사이. 어느 날, 방울토마토를 시켰는데 주문 실수로 너무 많은 양이 집에 배송되었다.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떠오른 얼굴. 예고 없이 미용실에 들러 방울토마토 한 팩을 나눠 주었지만, 우리는 어색하지 않았다. 아이와 산책하다 잠깐 들러 인사를 나눠도 괜찮은 필라테스 원장 선생님도 애매한 지인이다.
애매한 지인은 가끔 애매한 친구보다 낫기도 하다. 약속을 잡아 만나야 할 의무에서 자유롭고,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도 적다. 그래서인지 친구와 가족에게 말하기 어려운 깊은 속마음을 더 쉽게 터놓기도 한다.
혹시 언젠가 내가 좋은 일로 TV에 나온다면, 연락은 하지 않겠지만 본인의 자리에서 응원해 줄 사람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흘려보낼 수도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온기를 다감하게 감지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남겨본다.
<흑백요리사2>의 다감한 시니어, 후덕죽

아래는 <흑백요리사2> 6화의 내용을 포함합니다.
얼마 전 종영된 흑백요리사2에서 가장 다감한 인물을 골라본다면, 저는 후덕죽 셰프를 꼽고 싶어요.
요즘 원영식 사고에 이어 후덕죽 사고가 유행이죠. 후덕죽 셰프는 심사 위원인 안성재 셰프마저도 리스펙트하는 경력직 시니어입니다.
후덕죽 셰프의 다감함이 유독 느껴진 회차는 <흑백 팀전 All or Nothing>이었어요. 같은 팀 임성근 셰프가 자발적으로 소스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일부 팀원들은 불안해했죠. 그중 몇몇은 후덕죽 셰프에게 소스를 만들어 줄 것을 권했지만 후덕죽 셰프는 바로 물러납니다. 소스를 만들겠다는 누군가의 의지와 분위기를 읽었기 때문이죠.
가장 나이와 경험이 많지만, 따로 세워진 리더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아요. 본인보다 어린 리더가 시키는 참외 짜기와 같이 궂은 일을 묵묵히 해내고, 오히려 탈수기처럼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더해 팀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듭니다. 특히 중식도에 대한 멘트가 눈에 띄었어요. 임성근 셰프가 후덕죽 셰프의 중식도를 빌려 쓰고, 주위에서 웅성거릴 때, 후 셰프님은 웃으며 말했죠. “잘 쓰는데 뭘.”
자칫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던 순간을, 아무 일 없는 장면으로, 더 나아가 사기를 높이는 장면으로 전환합니다. 다감하다는 건 앞에 서지 않고도, 뒤로 물러나는 순간에도 사람과 분위기를 함께 살피는 능력이라는 걸 보여주는 명장의 품격이었습니다.
지난주 낯선 단어: 유은
엄마가 돌아가신 뒤, 집에 남은 물건들을 정리했다. 버리기 쉬운 것부터 손이 갔는데, 이상하게 작은 것들이 남았다. 오래된 손수건, 단추 몇 개, 메모 없는 봉투. 쓸모를 따지면 먼저 사라졌어야 할 것들이다. 그런데 그걸 만질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남았다. 슬픔도 아니고 추억도 아닌, 조금 따뜻한 감각. 말로 남기지 않아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사람 사이에 스며드는 잔여물 같은 것. 엄마는 늘 조용했고, 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의 나는 그 조용함 덕분에 덜 거칠어졌다. 유은은 남기려 애쓰지 않을 때 더 오래 남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 by. 남겨진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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