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 뉴스레터 연재를 시작한 지 10주 차가 되었습니다. 매주 글을 쓰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자신은 없었습니다. 저는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기적인 루틴을 지키는 단순한 삶, 하기로 한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의지력이 추구미이지만 현실의 저는 일을 미루기 좋아하고 쉽게 계획을 포기해버리는 대문자 P입니다. <일하는 마음> 구독자분들이 아니었다면 바쁘다는 핑계로 일찌감치 그만두었을 겁니다.
일상에 대한 기록은 꾸준히 하고 싶지만 매번 실패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연말이 되면 서점에 비치된 다이어리를 구경하러 가는 걸 좋아합니다. 저는 단 한 번도 다이어리를 절반 이상 써본 적이 없어요. 1월에 매일 일기 쓰기를 다짐하며 기록을 시작하지만, 며칠이나 몇 주를 깜빡하거나 놓치면 의지가 푹 꺾입니다. “이렇게 실패할 줄 알았어.” 3월이 되면 더 이상 다이어리를 꺼내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는 새해에 다이어리 코너에 얼씬도 하지 않기로 다짐하죠.
웃긴 건 도전하지 않기로 한 다짐조차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연말이 되면 다시 교보문고에서 다이어리를 구경하고, 스타벅스 몰스킨 노트를 얻기 위해 프리퀀시를 모읍니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자꾸 기록하기를 다시 시도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인 걸 알면서 왜 다시 시작하는 걸까요? 운동하기, 책 읽기, 글 쓰기 같은 일들을 우리는 왜 꾸준히 하고 싶어 할까요? 날씨가 추워지고 프리퀀시의 계절이 다가오니 꾸준함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
어느 정도의 주기와 빈도로 반복해야 꾸준히 하는 걸까요? 친구들은 제게 글을 꾸준히 쓴다고 하지만, 뉴스레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글쓰기 루틴이랄 게 없었습니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생각을 끄적거릴 뿐, 브런치에 종종 긴 글을 쓰던 것도 5~6년 전 일입니다. 주기적으로 글을 쓰시는 정지우 작가님이나 남궁인 선생님 정도는 되어야 꾸준함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쨌든 다시 돌아왔잖아.”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꾸준함이란 매일 끊기지 않고 해내는 의지력이 아니라, 때로는 멈추고 실패해도 다시 돌아오는 탄력성에 붙이는 이름이라는 겁니다. 5년을 쉬었어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닌가. 힘들어서 도망치거나 중도 하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그만둔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오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잠시 잊고 지냈던 기억과 감각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하는 기분, 몸의 자세를 가다듬고 단숨에 근육에 힘을 줄 때의 느낌.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그 순간의 기쁨과 희열을 떠올릴 때 내려놓았던 일을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 나 그거 좋아했었지’ 하는 알아차림이 도움이 됩니다.
명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의력은 연기처럼 언제든 쉽게 흩어지지만,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그저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다시 내 마음이 머물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 즉, 꾸준함이란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도 일어나는 것임을 되새겨보게 됩니다. 들숨과 날숨의 감각이 어디로 돌아와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달리기도 쉬었다 다시 뛰면 더 힘든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오랫동안 멈추었던 일을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면 버선발로 환영하며 박수치고 응원해줘야 합니다. 그러다 또 멈추는 것 같다면 ‘아, 잠시 쉬어가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작심삼일도 매달 하면 습관이 됩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성실한 자들을 위한 작은 보상
쓰고 보니 게으르고 나태한 자들을 위한 변론 같기도 하네요.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효과가 좋다고 믿는 편입니다. 계획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보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냈을 때 작은 보상을 연결 짓는 것이 꾸준히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아침에 냉수로 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책 《도파민네이션》에서 고통 뒤에 도파민이 나온다는 글을 읽고 시작해본 실험인데요. 찬물을 끼얹을 때의 쾌감을 몇 번 맛보고 나니 저만의 작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작고 쉬운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꾸준함이라고 하면 노력, 성실, 도전 같은 말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요. 사실 이미 우리는 매일 출근하거나 자신의 일을 하고, 하루 세 끼 밥을 차려 먹으며 삶을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도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감각을 발견하고 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요즘 저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건 출근길 차에서 아내와 나누는 짧은 대화, 김혜리 기자님의 《조용한 생활》 아껴 듣기, 아침에 한 잔 마시는 디카페인 오트 라떼 같은 것들입니다. 출근해서 이겨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다 이겨낼 만하게 여겨집니다. 운동하고 사우나하기도 일상에 더하고 싶은데, 아직 쉽지 않네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날이 오겠죠.
금요일마다 글을 쓰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매주 기꺼이 첫 독자가 되어주는 아내의 피드백과 가끔 글을 잘 읽고 있다며 건네주시는 구독자분들의 응원이 뉴스레터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부족한 글을 매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 일하는 마음 🌿
❶ 꾸준함은 매일 끊기지 않고 해내는 의지력이 아니라 멈추고 실패해도 다시 돌아오는 탄력성이다.
❷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감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길잡이가 된다.
❸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작고 쉬운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❹ 노력, 성실, 도전보다도 나를 돌보는 일상의 소소한 루틴을 하나씩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나요? 이번 주에 일을 하며 찾은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음 주에도 새로운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뉴스레터는 매주 토요일 발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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