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그러나 눈 부시게

#0 프롤로그

빛을 찾아가는 여정으로의 초대

2025.09.04 | 조회 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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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몽땅 도둑맞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생의 암전은 총천연색 내 반짝임을 모두 집어삼켰다. 온통 무채색이 된 세상만 덩그러니 남았다. 나는 그저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시 찾아야 했다. 잃어버린 색깔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때로는 아련했다가 문득 웃음이 번지는 생각보다 괜찮은 모험이었다.

  그 섬마을에는 코발트색 파란 바다가 손 닿는 곳에 늘 펼쳐져 있었다. 바다는 뒤탈 걱정이 없는 내 일기장이었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이, 깊고 너른 품, 파란 비밀 창고였다. 그 위로 쏟아지는 윤슬은 파란 이불 위에 할머니가 수놓은 금실 자수 같기도 했고, 소복이 뿌려진 꽃잎처럼 찬란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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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의 눈에 담겼던 색감은 모조리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들었다. 지금도 마음이 답답한 날에는 바다 곁으로 달려간다. 간직하고 싶은 장면을 볼 때 사진으로 남기기 전 늘 눈에 오래 담아 두던 습관이 있었다. 덕분에 눈 앞에 펼쳐졌던 일상과 풍경이 기억 창고에 여전히 선명하다.

  초록 비상구 불빛마저 모두 꺼져버린 날들이 있었다. 가장 어두운 터널에서 하얀 지팡이를 잡던 날의 낯선 두려움은 내 삶의 또 다른 시작이자 모험이었다. 나에게 색은 삶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자 감정이 남긴 살아있는 흔적이다.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건 내 추억이 스며있는 색이다. 나에게 빛깔은 단순히 그 속성을 표면으로 드러내는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 너머에는 바다와 함께 춤추듯 해맑았던 유년 시절이 스며 있고, 가장 푸르던 날에 부르던 청춘 예찬이, 첫눈처럼 반가웠던 제자들의 얼굴이 숨어 있다.

  앞으로 연재될 일곱 빛깔의 색과 연결된 감정은 추억하고 싶은 아니 기억해야만 하는 일상을 품고 있다. 뚜벅 뚜벅 걸어간 문장은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색 너머 마음에 새겨져 있는 감정들을 정성스럽게 펼쳐 놓는 고요한 산책이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집착이자 절절한 고백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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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를 하기까지 곁에서 발걸음을 맞추어 함께 동행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존재의 풍요를 꿈꿀 수 있게 해 주신 글 스승 김정주 작가님에게 감사드린다. 글과 마음으로 소통했던 '쓰고뱉다' 글 벗들과 이번 내 글에 사진 작가로 기꺼이 동행해준 여름중에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보다 더 나를 아껴준 소중한 내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녹록지 않은 인생의 여정을 나와 같은 보폭으로 뚜벅뚜벅 함께 걸어준 남편에게 고백하고 싶다.  비록 꽃길 만발한 산책길은 아니었어도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그마저도 다 좋았다고. 

 끝모를 깊은 절망과 짙은 어둠도 어쩔 수 없이 내어 준 보석 같은 이야기들은 닿고 싶은 곳이 있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마침내 찾아 온 가을날 선선한 바람 한점 같이, 짙은 밤 한 줄기 별빛 되어 당신의 창가를 가볍게 두드리고 싶다. 눈이 부시게 그러나 눈부시게 이어져 온 나의 길 위에서 나는 당신과 나란히 걸어가고 싶다.   

 

 

[저자 소개]

필명: 유니크한J

섬마을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자라온 유니크한 감성 세포 소유자.

밝고 유쾌한 성격은 기본 장착.

작은 발자국들이 쌓여 어느새 18년차 특수교사.

지금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보석 같은 아이들과 왁자지껄 인생 수업 중.

교직 10년 차, 결혼 3년 차에 의료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생의 암전''새로운 시작'으로 다시 피어내는 여정 중.

절망을 비극 대신 에피소드로 바꾸는 특수 능력 보유.

쓰고뱉다 숙성반(대한민국 No.1 글쓰기 모임)에서 글로 재활 중.

어둠 속에서 기어이 꺼내 본 웃음과 희망을 통해

낯선 길을 가는 이들과 따뜻하게 동행하고픈 반딧불 라이프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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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사이드업의 프로필 이미지

    써니사이드업

    0
    7달 전

    마구마구 기대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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