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와인 한잔

냉장고에 있던 아반떼가 그랜저로 변했다.

[그대와 와인 한잔] by 서로서로

2024.01.25 | 조회 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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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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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아이들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아이들

 

순자산과 상관없이 재산의 최소 1%를 와인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워렌버핏이 말했다고 한다. 정확한 출처가 궁금해서 찾아봤지만 못 찾았다. 하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와인가격의 상승률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23년 한 해 동안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인 같은 경우 2~5배 이상의 가격 상승을 보인 와인들이 있다

   와인의 끝판왕인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DRC:Domaine de la Romanee-Conti) 23 1 1병당 평균 가격이 1,700만원에서 12 3,400만원이 되었다. 아반떼를 샀는데 1년 후 그랜저로 변신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거다. 와인을 마시고 즐기다 보면 와인 가격의 변동을 체감하게 된다. 지금 마시는 와인이 가장 싸다는 말도 나온다

   로마네 꽁띠가 비싼 이유는 뭘까? 그건 땅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땅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기 때문이다. 석회질과 점토질의 토양이 황금비율로 혼합 되어 포도 뿌리가 깊게 내릴 수 있는 천상의 땅이다. 또한 경사진 언덕에 있어 알맞은 일조량과 쾌적한 배수의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징은 고유의 복합적인 맛과 향을 만들어 낸다. 축구장 두개 반만 한 크기의 포도밭에서 한해 5000~6000병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2천억 원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거다

   포도밭의 품질이 탁월한 와인을 만든다. 땅의 고유한 특징이 고스란히 와인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로마네 꽁티의 가치는 땅에서부터 발생한다. 땅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안전한 투자처가 된다. ONLY ONE의 가치를 지닌 상품이다. 워렌버핏이 자산의 1퍼센트를 와인에 투자하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 와인을 마시면 땅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땅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른 재미가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에는 대표적인 마을 세 군데가 있다. 쥐브리 샹베르땡, 샹볼 뮈지니 그리고 로마네 꽁띠 밭이 있는 본 로마네 마을이다. 쥐브리 샹베르땡은 단단하며 힘 있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샹볼 뮈지니는 우아하며 섬세한 여인 같다. 세 번째 본로마네는 정육각형의 완벽함을 자랑하는 엄친아 혹은 엄친딸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르고뉴, 쥐브리 샹배르땡, 샹볼 뮈지니, 본 로마네, 멕퀴레
부르고뉴, 쥐브리 샹배르땡, 샹볼 뮈지니, 본 로마네, 멕퀴레

   부르고뉴에서 비싼 땅인 쥐브리 샹베르땡, 샹볼 뮈지니, 본 로마네와 상대적으로 싼 멕퀴레 마을의 와인을 같이 마셔본 적이 있다. 생산자와 빈티지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 날 최고의 와인은 도멘 필립 게리의  ‘멕퀴레 프리미에 크뤼 끌로 몽테귀 2019’ 멕퀴레 와인 이였다. 메이저 땅에 비해 싸고 좋은 땅은 아니지만 땅의 고유한 특징을 개성 있게 담은 와인 이였다.

   비싸다고 꼭 맛있고 품질이 좋은 와인이 아니었다. 이 날 최고의 와인은 멕퀴리 지역의 와인으로 5만 원대이고 가장 별로였던 와인은 본 로마네 지역의 18만 원대의 와인 이였다. 3배 이상 싼 와인이 가장 매력적 이였다. 필립게리의 멕퀴리 와인은 마치 어린아이가 핑크빛 발레 옷을 입고 입 안에서 동글동글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렇게 자신의 개성이 확실한 와인이 좋다

   이 와인을 보며 고 이어령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BEST ONE이 아닌 ONLY ONE 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BEST ONE이 되기 위해서 경쟁을 하게 되면 1등부터 360등까지 순위가 매겨진다. 그러나 각자 ONLY ONE이 되면 경쟁 없이 각자의 길에서 모두 1등이 된다는 말이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니 ONLY ONE이 되어 살아가라고 말 하셨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마음 밭이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각자의 밭의 가격이 다를 수 있다. 가격이 낮다고 혹은 가격이 높다고 꼭 가치와 품질이 동일한 건 아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각자의 마음 밭을 잘 가꿔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ONLY ONE의 밭을 통하여 고유의 맛과 향을 보여주면 좋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는 필수이다. 투자 중 최고의 투자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거다. 자신에게 투자하여 꾸준히 성장했으면 좋겠다. 꼭 많이 성장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씩 성장해도 좋다. 다만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의 마음 밭을 잘 가꿔주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의 마음 밭에서 만들어 질, 당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와인을  보고 싶다

 

도멘 필립 게리의 멕퀴레 프리미에 크뤼 끌로 몽테귀 2020
도멘 필립 게리의 멕퀴레 프리미에 크뤼 끌로 몽테귀 2020

 

 

 

 

[저자 소개]

1년간 1억을 쓰며 집에서 와인을 즐기고 있는 와인러버. 어두운 저녁 와인과 대화를 나누는 이상한 사람. 와인의 매력에 빠져 논문과 서적을 들쑤시고 다니는 괴짜. 한때는 신학, 정신의학, 경제에 빠져 있다가 와인에서 이 세가지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다.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신, 사람, 세상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와인도 똑같았다. 아름다운 와인이 되기 위해서는 천(天), 지(地), 인(人)의 조화가 필요하다. 그대와 와인을 마시면서 천, 지, 인을 나누고 싶다. 

[쓰고뱉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는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 공동체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 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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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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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니신나

    0
    9 months 전

    단단하며 힘 있는 남성의 모습, 우아하며 섬세한 여인 같은 맛이란 대체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해지네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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