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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까지 남아서

복음묵상에세이 일곱번째 글

2025.06.20 | 조회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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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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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지 컨셉 복음묵상 감성에세이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한달 쯤 지나서였을 것이다. 아버님이 남기고 가신 것들을 하나둘씩 생각해보며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조문을 오신 친척분들, 동네어른들마다 아버님이 며느리 자랑을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해주셨다. 며느리가 잘하는구나 싶었다고. 어찌나 마음이 찔리고 죄송하고 민망한지. 나는 아버님께 존재 자체로 예쁨받는 사랑의 빚을 졌다. 

 

큰 일을 마치고 일주일 뒤 시댁에 갔더니 어머니가 집을 정리하다 찾았다며 돈 봉투를 건네주셨다.

‘며느리 생일인데 밥이라도 먹었어야 했는데, 회 먹기로 했는데’ 하셨단다. 그리고는 거동도 힘든 몸으로 지팡이를 짚고 혼자 읍내 은행에 가서 현금을 뽑아 이불 밑에 넣어두셨다는 거다. 내 생일이 뭐라고. 나는 음력인 부모님 생신이 아직도 헷갈리는데. 

 

어머님은 혼자 계실 자신을 위해 아버님이 생전에 해두고 가신 것들에 대해 얘기 하셨다. 혼자 밭을 일굴 어머니를 생각해 호미와 낫을 갈아두었더라고. 집 내부에 변기를 설치하고 연탄 보일러를 기름 보일러로 바꾸어 두었다고. 먼저 떠난 남편이 남겨놓은 마음을 발견하는 순간 하나하나는 어머니가 홀로 눈물 훔치셨을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반평생을 함께한 배우자가 사라진 빈자리의 크기는 어느정도일까. 나는 아직도 다 알지 못한다.

 

혹여나 아들에게 빚이라도 남길까봐 아버님은 본인 장례비용을 넉넉히 모은 통장도 남겨두셨다. 본인은 화장실이 바깥에 있는 시골집에 평생을 사시면서 좋은 집은 아들이 살면 된다고 모아둔 돈이었다.본인 위한 것은 일절 쓰지도 않으시고 아끼고 아낀 것으로 하나뿐인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평생을 사신 것만 같았다. 평생 부모의 책임을 다한다고 고생하느라 정작 본인의 건강은 뒷전이었으면서 마지막까지도 부모로써의 책임을 다하신 것이다. 

 

아버님이 돌아 가시기 전, 아들을 불러달라고 할 말이 있다고 하셨다고한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끝내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어머님은 장례식장에서 그 마지막 말이 뭐였을까 뭐였을까 몇번을 나에게 말씀하셨다. 

 

부모는 끝까지 자식을 위하고 

자식은 끝까지 미련해서 후회할 일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고통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천국에서 편히 계실거란 생각에 안도하다가도 장례마치자마자 잡고 일어서기 시작한 손주를 보지 못 하신것이 못내 아쉽다. 앞으로 손주가 더 커가는 걸 못 보신다는것이 계속 아쉽다. 나중에는 손주가 사진과 영상으로만 처음 보는 할아버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쉽고 아쉽다. 아버님 방에 가면 그 곳에 앉아 계실 것 같은데 영정사진만 걸려 있으니 그게 그렇게 허전하다. 우리가 떠날 때 어머님 혼자서만 배웅을 나오시는 것이 허전하다 못해 휑하다. 

 

초여름에 장례를 치르고 녹음과 더위가 짙어질 무렵, 아버지가 주신 생일선물로 어머님과 함께 좋은 곳에 다녀왔다. 우리는 아버님이 남겨두고 가신 사랑의 기억들로 빈자리를 채웠다. 사람의 몸은 죽으면 사라지지만 사랑은 죽음 이후에도 살아남아 남은 자들을 위로했다. 

 

다시 가을이 오고 아들 돌잔치를 치뤘다. 또 한번 아버님의 빈 자리가 커보이던 때였다. ‘돌 까지만 보고 갔으면 싶다’ 하셨던 아버님의 말씀이 맴돈다는 어머니 말씀에 나는 어머님 옆 자리가 비어있는것이 걱정이었다. 다행히 장례식 계기로 다시 연락이 된 친척분들과 동네분들까지 아버님의 빈자리를 채워주셨다. 

 

손주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부터 할머니 껌딱지가 되서는 할머니만 집에 오시면 엄마한테도 오지 않고 할머니한테 붙어서 온갖 재롱과 애교를 부린다. 어머니도 얘가 뭘 아나보다며 혼자 울음을 삼키셨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아버님이 종종 사오시던 붕어빵과 호떡을 이제는 내가 꼭 한번씩 사다 드린다. 아들은 이제 매일 엄마에게 ‘그냥 뭐하냐’고 전화를 한다. ‘엄마한테 잘하라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하던 아빠의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단다. 동네 사람들은 혼자 있으니 밥 맛이 없다는 어머니 식사 챙기기 담당이 됐다. 

 

 

아버님의 빈자리를 

그 누구도 온전히 채울수는 없어 

모두가 힘을 모아 조금씩 채워본다. 

각기 모양의 사랑으로. 

 

아버님은 안 계셔도 남겨 놓고 간 사랑은 

그래도 계속 살아서 남은 자들과 함께 있으니까.

사람은 죽음을 이기지 못해도 사랑은 죽음을 이기니까. 

 

 

이번주면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1주기다.

이제 뛰어다니는 손주를 보셨다면 아버님은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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