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삼각형 모양이다 ep1

사랑은 삼각형 모양이다, 첫번째 이야기

#하트

사랑은 삼각형 모양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삼각형의 각 꼭대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열정과 친밀감, 헌신’이라고 한다. 일명 ‘사랑의 삼각형 이론’인데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가 제시했다.

보통 사랑이 ‘열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금방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친밀감과 헌신도 사랑이라고 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생각지 않은 관점에 놀라겠지만 금방 또 그렇지 하며 인정할 것이다.

나도 20대시절에는 ‘마음이 불타오르고 뜨거운 것’만이 사랑인줄 알았다. 그건 사실 호르몬작용과도 연결된 부분이라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는 마음이기도 하니까. 또, 열정적인 사랑은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사랑을 이야기할때 중요한 부분인것만큼은 분명하다.

지금, 같은 집에서 9년째 부부로 살고 있는 남자와도 열정이라는 이름의 사랑으로 관계가 시작됐다. 만난지 2년이 넘어서 였을까. 본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내 성격 때문인지 예전같지 않은 내 마음의 온도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뜨듯 미지근한 내 마음의 온도때문에 나는 고민이 깊어졌다. 만나는 동안 ‘ 큰일이 없는 이상은 이 사람이랑 결혼 하겠구나’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것도 여러번. 그런데 내 마음은 한결같지 않다는게 문제였다. 어떻게 한 사람만 평생 사랑할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마음속에 또아리를 틀기 시작했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뜨듯미지근 하기라도 했던 마음의 온도가 차갑게 식어가는것 같기도 했다. 기어코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지금도 후회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린것이다. (정말 이 사람이니까 기다려준것이지 다른 남자였으면 나는 과연 결혼할수 있었을까 싶다)

한달간 연락하지 않고 떨어져 지내는 시간동안 내 감정과 생각에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이대로 우리는 헤어지려나 했었다. 그런데, 나의 긴 고민의 종지부를 찍을 사건이 일어났다. 팀켈러의 ‘결혼을 말하다’ 를 읽던 중, 한 문장이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 책에서 사랑은 ’우정‘이자 ’약속‘이라고 정의내렸다.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제목은 ’결혼‘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사랑‘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다루는 책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내가 여전히 세상적 관점으로만 ’사랑‘을 이해 하고 있었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열정적이고 마음이 뜨겁고 보기만 해도 설레는 감정은 처음보다는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이 사람과 나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친구가 맞았다. 내가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사람,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줄거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 가족과도 가져보지 못한 정서적 안정감을 처음 경험하게 해준 사람이었다.

사랑이 ’우정‘이라면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맞았던 것이다. 함께하자는 ’약속‘을 지켜내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에게는 이제 그 사랑을 실천할 때가 온 것이었다. 이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친구로 오랜 시간 함께 할수 있으리란 깨달음 덕분에 나는 다행히 결혼할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10년여의 시간동안 서로에게 친밀한 친구같은 부부로 지내왔다.

돌아보면 열정과 친밀함으로 사랑하던 시기까지만 해도 우리 관계는 적당히 자기중심적일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나는 더 그랬다. 연애때부터 남편은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이었고, 내가 기쁘면 본인도 기쁜 사람이었으니까.

문제는 아이를 낳고부터였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