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S와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눈다. 넌 그런 거 있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거. 평범한 희망사항의 나열도 ‘죽기 전에’라는 전제 앞에서는 경건해진다. 우리의 어떤 생각과 행동에 붙여도 모순되지 않는 유일한 단어. 죽음처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싶어도 자꾸 돌아보게 되는 찝찝한 말들이 있다. 마지막, 아니면 작별 인사 같은 것들.
꽤 오래 다녔던 필라테스 학원이 문을 닫았다. 여러 선생님 중에서도 특히 한 사람을 좋아했다. 다섯 살짜리 딸을 키우시는, 산뜻하고 가볍고 무엇보다도 상큼한 선생님. 사실 나 말고도 모든 수강생이 그녀를 좋아했을 것이다. 남들도 좋아하는 평범한 취향을 나 역시 가졌으니까. 학원이 완전히 문을 닫기 전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날의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은 “다음 주에 만나요!” 하면서 경쾌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비겁하지만 진짜로 그랬다. 다음 주의 나는 출석하지 않으리라는 걸, 오늘이 그녀와의 마지막 인사가 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떤 거대한 추억이 쌓일 리 없고 따라서 문제도 일어날 리 없는, 그저 상황과 계약으로만 이어진 보드라운 인연. 완벽한 다정함이 가능한 쾌적한 거리. 필라테스 강사와 수강생이라는 이 사회에서 가장 얇고 매끈한 관계에 굳이 각질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게으른 마음으로 그녀에게 밝게 인사했다. 평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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