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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세계

지인이 옆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쥐고 몰두하던 나를 보며 진지하게 물은 적이 있다. "그 게임은 목표가 뭐야? 동물을 사냥해서 경험치를 쌓는 게 아니었어?" 나는 벙쪘다. 한 번도

2026.10.23·유료 콘텐츠

맛없는 커피는 오래 살아남아

현재를 누릴 것인가, 미래로 유예할 것인가. 이건 보통 나에게 '그럴 자격'이라는 말로 되물어진다. 누릴 자격이 있나? 열심히 일했다, 하면 현재에 베팅. 반대로 아쉽다, 하면 미

2026.10.16·유료 콘텐츠

미워 죽겠는 마음

요즘 유행하는 프롬프트들을 보면 우리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해 줘.’, ‘나는 무슨 꽃이야?’, ‘나는 무슨 색이야?’, ‘나의 가장 큰

2026.10.09·유료 콘텐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에는 사랑이 잘 안 된다. 발끝부터 빨개지는 잎들이 재촉하는 계절에는 마음도 동동거린다. 내가 가진 모든 문제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만나면 덜 중요해진다. 어떤 핑계에 갖다 붙여

2026.09.29·유료 콘텐츠

어떤 우연의 폭력성에 대하여

여행 중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비행기에 오를 때다. 추락에 대한 공포는 아니다. 겪어보지 않은 재난을 그려낼 만큼 나는 상상력이 좋지 않다. 그건 순도 높은 우연에 대한 공포다.

2026.09.22·유료 콘텐츠

시간의 바깥으로

생일 선물, 뭐 갖고 싶어?'하는 질문에 나는 대부분 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알면서!' 돈보다 시간을 중요시하는 이 사회에서 나는 꽤나 차분한 것을 원했다. 정성 가득한 포장마저

2026.09.15·유료 콘텐츠

단골이 되고 싶어

'먹던 걸로 주세요.' 문득 점심을 주문하며 이번 생에는 이 대사를 칠 일이 없겠지, 생각했다. 나는 늘 새로운 곳을 선호했고 매일같이 드나드는 배달 어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6.09.09·유료 콘텐츠

을의 연애라도 좋으니까

나에게는 불면이 있다. 아빠와 엄마가 앞다투어 물려준 끈질긴 내력. 열여섯 시간의 차이가 나는 대륙으로 넘어온 뒤에야 잠이 얼마나 내 삶을 꽉 쥐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잠과 삶의

2026.09.01·유료 콘텐츠

시간 포개기

사촌 언니의 신혼집은 모든 것이 하얗고 정갈하다. 모든 것이 개성을 죽인 채 조용할 때, 오직 보드게임 상자들만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적어도 내가 아는 보드게임들은 절대 물빠진,

2026.08.25·유료 콘텐츠

고상하고 촌스러운 (2)

뮤지컬은 정말 오묘한 취미다. 이상한 구석이 많은 취미이기도 하다. 그 어떤 취미보다 색깔이 많고 화려한데, 관객들은 완벽하게 고요하다. 소심한 나도 순간을 과감하게 누릴 수 있다

2026.08.18·유료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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