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자취로 얻은 기술이 딱 하나 있다면 요리다. 모래알처럼 많은 시간을 채우는 데는 요리만한 게 없었다. 영원히 끝내지 않아도 되는 재료 손질과 그걸 영원히 보관해줄 것만 같은 냉동실의 환상적인 궁합.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야채를 다듬을 때 묘하게 마음이 뭉툭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생만의 사치스러운 시간이라는 걸 그땐 몰랐네. 예쁜 접시에 아기자기하게 담은 요리를 내어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뿌듯했다. 그땐 인스타그램에 쇼츠며 릴스라는 게 없던 태초의 시절이었다. 게시물은 이틀 내지 사흘 간격으로 올라갔다. 겉으로 보기에 근사해 보이는 요리들만이 게시물이 될 수 있었고 냉동 닭가슴살 같은 건 안타깝지만 저기 식단 기록 앱 같은 데나 찍힐 수 있었다. 갓 스무 살의 애정은 이렇게 간사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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