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없어서 자유로운.

2022.07.20 | 조회 4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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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계절들

에세이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에세이.

 요즘 매일 아침에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다. 가장 맑은 정신으로 어제 있었던 일과 밤 사이 내 머릿속에 쌓인 여러 생각들을 주절주절 의식의 흐름대로 적는다. 일과 중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스케줄에 적혀 있으니까 안 빼먹고 매일 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든 성실히 쌓으면 내게 남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어제 저녁에는 오랜만에 노트와 펜을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저장해 두었던 좋은 그림들을 모작도 하고 그걸 다시 내 스타일로 옮겨 보기도, 눈 앞의 풍경을 그려보기도 하는 등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나의 그림 스타일이 뭘까 탐구하는 건 늘 어렵고 괴로운 것인 듯 말했지만 실은 재미난 일이기도 하다. 내 그림은 이런 얼굴이 될 수도 있고 저런 얼굴이 될 수도 있다. 이건 진짜고 저건 가짜일까.

 최근 유튜브에서 새롭게 알게된 한 일러스트레이터는 지금 막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앞다투어 하고 있는 컨텐츠를 몇 년 전에 이미 다 했었더라. 패트리온(patreon)이라는 플랫폼에서도 초창기부터 인기 작가였던 분이었다. 앞서가는 사람들, 선점하는 사람들은 다 대단하다. 최근에야 알게되어 몇 년 전, 몇 개월 전 영상들을 보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진솔한 얘기를 풀어내는 내용들이 참 유익하다.

 내가 늘 관심을 갖는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아온 이야기는 특히 재밌었다. 자신이 어릴적 좋아하던 일본 애니 스타일을 탈피해 여러 일러스트 작가들을 오랫동안 서치하며 그들이 왜 성공했는지를 연구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따라 그리며 닮고 싶었지만 결국 그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자유롭게 그렸더니 지금의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방식대로 그리니 아주 편안하고 다른 남들과 비교도 하지 않게 되더라는 그런 얘기. 편안한, 그냥 손을 물 흐르듯 움직여도 숨쉬듯 편안히 그려지는 그림. 내게도 그걸 찾을 날이 올는지.

  이후 자기 그림 스타일이 변화된 과정도 자세하게 공유해주었다. 어느 한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그림의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노력해 변화해나가는 모습, 본받을 만 하다. 어느 한 스타일이 굳어지면 그걸 바꾸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 같다. 스스로의 작업에도 그렇고,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랄 게 아직 없으니 다른 누구도, 나 자신도 처음부터 딱 기대하는 게 없어 자유로운 걸지도 모른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은 얼마나 피곤한 것인가. 화려한 스크린 속 배우들, 늘 완벽할 것 같은 대배우들도 그만큼 어깨에 짊어진 짐들, 커다란 부담으로 촬영 전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하지 않던가. 조연, 단역 배우들과는 다른 그 위치만의 기대와 부담은 또 다른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어렵다. 나는 내 나름대로 작은 자리의 어려움을 잘 다루어 봐야겠다. 훗.


 

모닝페이지를 알게된 ‘이연’님 영상 - https://m.youtube.com/watch?v=u19tbayE8nA

최근 알게된 일러스트레이터 ‘Fran meneses’ 유튜브 - https://m.youtube.com/c/FranMeneses

 

+ 너무 오랜만의 글 송구합니다;; 앞으로 더 깊숙한 그림 이야기는 ‘steadio’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멤버십 가입을 통해 멤버들에게만 독점으로 컨텐츠를 발행하는 형식이에요. 아직 멤버가 0명이라 혼자 보는 페이지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시작합니다. :) steadio 앱 설치 후 ‘yeoni_heallustration’을 검색해주세요.

오늘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으신 분께서는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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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io : yeoni_ 바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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