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_ 나 인플루언서가 될거야

몸부림 쳤던 사람이라도 되려고.

2022.03.06 | 조회 5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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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계절들

에세이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에세이.

 스트레칭을 오랜만에 했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닌데, 몸이 이렇게 까지 굳어 있었나 싶다. 몸을 아끼며 꾸준히 운동하고 몸에 좋은 것만 조리해서 먹는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부지런하길래 그렇게 할 수 있는 걸까. 남들보다 부지런해서 그런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 자체에 자신이 흥미와 재미, 행복감, 성취감을 느껴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확실히 꾸준한 편은 못 되는 것 같다. 이것저것 손을 뻗치지만 곧 흥미를 잃고 흐지부지 되는 것들이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 해봤다. 그건 아마도 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재미에 의해 시작을 해도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는 성취, 남들의 인정을 바라는 마음이 커져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단순히 흥미로 시작했던 것도 사람들의 반응이 없으면 나 스스로 흥미를 잃을 때가 많다. 때로는 시작부터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시작한 것도 있는 것 같다.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만약 성과를 냈다 해도 반짝 스타들이 잠깐 빛을 내고 소멸해 버리듯이 오래 가지 못한다. 진득히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다양한 역할로 내공을 쌓은 배우들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 빛을 보고 그 빛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 뭐든 그것에 꾸준히 몰두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사람들의 인정, sns 팔로워 수, 눈에 띄는 성과, 그런 것들에 연연하는 내가 싫었더랬다. 그런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런 눈에 훤히 보이는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저마다의 삶에 분명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숨어 있지만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여유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문을 나서면] 2022
[문을 나서면] 2022

  그러나 나는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될 수 있다면 인플루언서가 되어서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걸. 나는 그런 욕구를 강하게 가진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 버리기로 했다. 더이상 부인하지 않기로. 인정해 버리니 마음은 아주 깔끔해졌다. 너 같은 인간이 무슨 그런 꿈을 꾸냐고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욕구가 내 안에 있는 걸 어쩌겠어.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 마음 인정은 했는데 그 다음에 할 일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거 꾸준히 하면서 내공을 기를 수밖에 없다.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먼저 찾을 만큼 내 가치를 올려야 한다. 정답은 이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다. 머리로 알고 있는 걸 실천하는 건 다른 문제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부터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자주 길을 잃는 것처럼. 

 또 꾸준한 긴 시간을 투자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 일들도 세상에는 많다. 시간이 백프로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긴 시간 몸부림 쳤던 사람’ 정도로 몇 몇 사람들에게 기억은 될 수도 있겠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최소한 아무 것도 안 한 사람보다는 낫겠지.

 내가 그나마, 아니 유일하게 꾸준히 하고 있는 게 그림이다. 그림 그리는 건 흥미도 있는 편이고 내 예상 외로 남들이 좋아해 주는 경우도 있으니까 다른 것들보다 동기부여가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그려온 시간이 짧고 기본기도 없고 뭘 그려야 하는지 매일 고민의 반복이다. 고민하다 보면 언젠가는 찾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해야 한다. 몸부림 치고 있는 중이란 것을 위안 삼으면서.


구독자님은 꾸준히 하고 계신 게 뭐가 있나요? 그걸 꾸준히 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꾸준한 것도 재능이라던데, 몸부림 치고 있는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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