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안녕하셨어요? 며칠 퍼붓던 비가 그치고 오늘은 햇볕 쨍쨍한 오후네요. 며칠 전, 다가오는 낭만 장아찌는 어느 부분을 퍼내어 담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딘가에서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흘려듣게 되었고요. 전 말하고 쓰면서 돈을 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고 쓴다, 생각하던 중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말하기, 듣기 쓰기' 과목이 떠올랐고요. 그 시절 저의 최애 과목이 바로 그 '말.듣.쓰' 시간이었다는 것까지 떠올랐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편은 그 시절 여러분이 애타게 기다렸을 혹은 애타게 외면했을 '교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청량하고 땀 냄새 나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하던 교과서 페이지 사이사이로 손을 뻗어 공수한 오늘의 장아찌 여기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교과목, 교련시간

교련 시간을 기다렸을 학생은 드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치만 어떤 연령에만 서로를 알아보는 신호처럼 남아 있는 이 과목이 낭만장아찌의 한 조각으로 소개되지 않는 건 어쩐지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마련했어요. 얼룩덜룩한 무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교련복은 오늘날 박물관 한 켠에서 부모님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데요. 향수와 레트로의 아이콘인 '교련'은 반공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련'이 정식수업으로 채택된 건 1968년 1.21 사건의 영향이 컸습니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의 무장 공비들이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를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직전의 세검정까지 들어왔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의 침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듬해인 1969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련' 수업이 정규 편성되게 되었습니다. 원인을 통해 알 수 있듯 교련 수업의 목적은 전쟁 시 일반 고등학생들도 병력으로 동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학생들은 실제 총검술 등의 훈련을 배워야 했고 여학생들은 전쟁시 부상자들을 이송하고 처치할 수 있는 구급술 위주의 교육과정이 편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여학생들은 초시계로 시간을 재며 머리에 붕대를 빠르게 두르는 연습을 하는 것이 교련과목 시험 준비였다고 해요. 손재주가 없는 학생들은 주말마다 동생 머리를 앞에 두고 몇 번이고 붕대를 풀었다 감았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집니다. 

1969년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교련은 생각보다 긴 시간 이어졌습니다. 완전한 폐지는 94년이 되어서야 진행되었다고 하니 얼룩무늬 교련복에 향수를 품은 학생들은 제 예상보다 더 많은 것 같네요. 레트로를 타이틀로 내건 여행지에서 의상 체험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옷이 바로 교련복일 텐데요. 모두가 '그땐 그랬지' 하며 떠올리는 향수의 정체성이 반공에서부터 비롯되었다니... 새삼 일상 사이사이 퍼지는 모든 것이 의미를 머금고 뿌려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과목은 이런 이유로 생겨났습니다.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영어 그리고 예체능으로 분류되는 음악, 미술, 체육까지! 과목은 너무 많은데 그 과목이 뭘 배우는지는 이미 다들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저도 잘 몰랐던 그 과목을 그때 왜 배워야 했는지를 알아왔습니다. 그때 여러분을 골치 아프게 했던 그 과목들은 이런 이유로 그렇게도 자주 배워야 했답니다 

나라의 말과 글을 가르치는 교과목, 국어

국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어는 우리나라의 말과 글을 가르치는 교과목입니다. 의사소통과 맞춤법은 물론이고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을 키워내기 위해 배우는 과목이에요. 우리를 머리 아프게했던 비문학 지문을 떠올려보시면 왜 국어가 독해력을 키우는 과목인지 바로 이해되실 거예요. 한마디로 국어는 초면인 글을 읽고 정확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과목이라고 합니다. 

추론하는 능력을 길러라! 수학

장아지 기준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과목, 수학입니다. 저는 달에 가는 꿈을 꾸어도 마땅한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수학을 포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힘들게 구한 답이 다섯 개의 답변 후보 중에 없었어요. 인생 첫 번째 시련이었습니다. 절 시련에 빠뜨렸던 수학은, 추론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워야 하는 과목이었다고 합니다. 정해진 답을 구하기 위해 시기별로 알맞은 코스(공식)을 거쳐야 하는데요. 저길 가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떠올리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는 것이 수학이었다고 하네요. 이유를 듣고 나니 왜 제가 자꾸 이상한 길로 들어서서 우왕좌왕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we are the world, 영어

영어는 국민학교 세대만 하더라도 필수 교과목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가 생겨난 시기부터 서서히 필수 교과목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특정 나라가 사용하는 언어의 영역을 넘어, 만국 공통어로 자리 잡은 언어가 영어였기 때문에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영어교육을 공식화 한 것으로 보입니다. 숱한 팝송과 외계인 친구 지토를 통해 영어를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지토와 웨스트라이프로 영어 따윈 씹어먹을 수 있을 것만 같던 그 시절의 패기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네요... I'm not good at speaking English...haha

세상을 엿보는 창, 사회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이었던 사회는 과목명이 스포일러였네요.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과목이었습니다. 잘 이해해야 하니 과거를 엿봐야 하고(역사) 사회를 살면서 지켜야 하는 규범을 배워야 하고(도덕) 삶과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지리와 계절 등 지역 고유의 정체성도 알아야 하고 (지리)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이념과 법도 배워야 했던 것입니다.(일반사회) 연도부터 사건 이름 사람 이름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달 외워야 했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매니악한 덕후들이 많이 양산되기도 했는데요. 전 도덕을 좋아했는데, 도덕 성적이 잘 나온 저에게 친구가 도덕적이지 않은 애들이 도덕을 잘한다고 말했던 게 갑자기 기억나네요. 

세상을 관찰하는 틈, 과학

과학은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 위해 배우는 과목이었다고 합니다. 기계의 원리라든지 계절이나 기후의 변화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떤 영향으로 발생하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 배워야 했대요. 이 이유를 알고 나니 왜 '사회과학'처럼 과학이 다양한 분야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학문을 또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가 이해됐어요. 하지만 과학은 여전히 이해가 안 돼요. 왕년에 과학 좀 좋아했던 키즈들은 지금 뭘 하며 살고 계시는가요?

당신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예술과 체육

나이가 갈수록 천대받을 수밖에 없던 예체능은 사실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배우는 학문이었습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지친 수업 사이사이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던 교과목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문화 수준이 높은 국가는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는 것이 중산층을 나누는 조건 중 하나라고 하니 어쩌면 교과과정이 모두 끝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예체능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양가집 규수를 만들어냈던 수,우,미,양,가의 출처🔖

시험 기간의 쓰나미가 지나고 나면 1차로 꼬리표 어택이 잔잔하게 우리를 스쳐가고 본격적으로 성적표가 들이닥치는 시즌이 찾아옵니다. 우리의 성적표를 메웠던 다섯 개의 등급을 소개합니다. 

학생들의 성적을 수,우,미,양,가로 나누는 기준은 일본에 의해 들어온 절대평가 기준이라고 하는데요. 정작 일본은 얼마 쓰지 않고 바꾸었지만 우리나라는 제법 오랜 시간 이 방식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매겼다고 합니다. 이유를 고민해보자면,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가 좋아서이지 않았을까요?

전 개인적으로 살짝 감동했습니다.  과거엔 성적표에 유달리 '양'과 '가'가 많은 친구들을 '양가집 규수'라고 놀리기는 짓궂은 농담도 유행했다고 하는데요. 다 좋고 다 괜찮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까요!

아직도 할 말 많은 교과목의 역사 : 교과서 박물관📚

호기롭게 여러분의 교과서 사이사이로 침투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알고 있습니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역사에 맞춰 그토록 자주 테마를 갈아입곤 하던 우리의 교육과정을 이 페이지 안에 제가 얼마나 잘 풀어냈겠습니까. 운만 떼고 찝찔하게 끝난 것 같아 싱거우실 누군가를 위해 이 분야 대가의 좌표를 가져왔습니다.

세종에 있는 교과서 박물관이 바로 그곳인데요. 무려 k-교육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당부터 다루고 있다고 하니 말 다했네요. 낡은 책 사이사이에 흐르는 향수와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그리우신 여러분!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요즘, 교과서 박물관으로 나들이를 가보시는 건 어떤가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사이트에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

미래엔교과서박물관 사이트로 이동!

그 시절 문학소녀가 추천하는 그 작품✏️

초등학교 시절, '말하기.듣기.쓰기'를 좋아하던 저는 중,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비공식적이지만 이따금 문학소녀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시절 제 교과서를 차지했던 작품 중 함께 나누고 싶은 글이 있어 이곳에 남겨 둡니다.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복효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복효근 시인의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학창 시절 제가 좋아했던 시인데요. 전문을 읽어본 건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좋아한다는 말이 머쓱해질 정도로요. 뭔가 스스로를 변호하자면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라는 구절 하나가 제 일상을 시로 만든 날들이 많았습니다.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거기 그렇게 보이고 들리는 순간들이면 '이걸 우리의 마음이라고 부르면 안 되나' 생각하며 추상적인 사랑의 단면을 들여다봤어요. 편지를 들여다보는 오늘, 여러분의 일상에 마음이라 부를 구체적인 순간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학창 시절 배웠던 교과목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짧은 분량이나마 이모저모 들여다보니 배우고 싶은 것이든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이든 골고루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가 분명 인생에 필요하긴 했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 시기 동안 열심히 배우고 사회에 나가 거뜬히 일 인분을 해내고 있는 여러분 멋져요, 멋져!👍🏻 

배우고 시험을 치고 수,우,미,양,가로 대표되는 성적표를 받고 나면 무더운 여름, 매미소리와 함께 방학이 옵니다. 그리하여, 다음 편은 그 시절 여름방학 이야기를 준비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한 주 뒤 다시 만날 때까지 모쪼록 무더운 와중에도 이따금 시원한 그늘이 있는 여름을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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