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땐스의 이해

어떻게 춤을 춰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건가요?

2022.11.28 | 조회 6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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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 주제는 '사교댄스'입니다. 

와언제나 느닷없는 주제였지만 왜 하필 사교댄스인지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주제가 사교댄스로 정해진 프리퀄을 소개합니다.

저 저번 주 되게 힘들었어요.🥲

아날로그를 주제로 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싶었는데요. 아쉽게도 모객이 쉽지 않아 결국 모임은 무산되었답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고 보니, 내가 추구하는 '아날로그'라는 게 대체 뭘까 굉장히 모호하고 고민스럽더라고요. 

'뾰족한 주제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질타하며, 2호선에 몸을 싣고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대림으로 이동하는 길, 창밖으로 '사교댄스'라는 무심한 간판을 발견했어요. 낡은 간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사교댄스는 대체 어느 시대에 성행했던 춤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사교댄스를 배우러 가는 건 용기가 좀 필요하지만, 사교댄스를 알아보는 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니 일단 아쉬운 대로 주제는 '사교댄스'입니다. 

지역의 구도심에 가면 콜라텍과 더불어 종종 발견되는 '사교댄스 학원' 

그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시절은 대체 언제였을까요?

 

🕺🏻사교댄스의 이해💃🏻

사교댄스란 말 그대로 사교를 목적으로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이라고 합니다. 음악에 따라 모던계와 라틴계로 구별이 된다고 하는데요. 모던계는 왈츠, 탱고, 폭스트롯, 블루스가 있다고 하고요. 라틴계는 룸바, 탱고라고 하네요.

'사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살롱 문화를 지녔던 16~17세기 프랑스가 사교댄스의 고향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건 개화기 문물이 마구 들어오던 대한제국 시기였습니다.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황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교댄스를 전수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한반도에 처음 상륙한 사교댄스는 러시아 공사에 의해 '볼룸댄스' 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영국 왕실의 궁전이 돔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그 안에서 춤을 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었다네요. 프랑스에서 시작됐지만, 유럽 전역의 귀족들에게 퍼져나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일반 대중들이 사교댄스를 춘 기록은 1920년대에 발견이 됩니다. 일본과 소련에서 유학을 마치고 온 학생들이 종로 황성기독청년회에서 시범을 보이듯 춤을 춘 게 우리나라 최초의 춤바람(?)의 역사입니다. 춤을 추면서 즐거움을 느꼈던 당시 경성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은 국내에 댄스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었다는데요. 남녀가 한데 어우러져서 춤을 추는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그때, 젊은 피들의 요구사항은 모두 희망 사항으로만 그쳐야 했답니다.

자유부인과 댄스홀👗

광복을 맞이하고 나서도 댄스 욕구는 해방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억압한다고 멈추지 않는 게 인간의 본능이지요. 사람들은 은밀하게 숨어서 춤을 추기 시작했대요. 오히려 좁은 곳에 숨어서 춤을 추다 보니, 더욱 밀착해서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하네요.

광복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벌어지며 나라는 폐허가 되었습니다만, 폐허 속에서도 미군들의 영향으로 댄스홀의 인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댄스홀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문학작품이 있습니다. 정비석이 쓴 <자유부인>인데요. 주부가 댄스홀에 빠져서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내용의 소설이었는데 당시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

인기에 힘입어 <자유부인>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요. 

2시간 분량의 영화가 보고 싶으시다면, 메시지를 클릭해주세요. 🎞영화<자유부인>

교수 부인인 '오선영'이 춤바람이 나서 탈선하는 모습을 그린 <자유부인>이 인기를 끌면서 작품의 인기와는 별개로 사교댄스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대요. 또 이 시기에 댄스홀에서 일어나던 불륜과 밀수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하는데 한몫했답니다. 멀쩡한 직업과 외모를 앞세워 70여 명의 여성들과 무분별한 관계를 맺었던 박인수 사건까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사교댄스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퇴폐, 그 자체로 자리매김합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가는 사교댄스의 흐름

강남개발이 성행하던 70년대에 이르러서 사교댄스가 성행하던 댄스홀과 카바레는 강남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었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상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적었던 지역이 강남이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70년대로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은 남녀가 함께 몸을 맞대는 춤이 아닌 개인으로 춤을 출 수 있는 고고 댄스에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춤을 추는 주류 장소로 나이트클럽이 급부상하게 되었대요. 그러면서 사교댄스는 젊은이들이 아닌 중년을 대상으로 인기를 끄는 철 지난 댄스가 됩니다. 뒤처지는 걸 두고 볼 수만 없던 댄스홀과 카바레는 고급화, 대형화를 하면서 이미지 쇄신을 꿈꿉니다. 이 과정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사교댄스장이 많았대요. 왜냐하면, 새롭게 개발하는 강남은 새로 시작하는 상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편이었기 때문이에요. 장소는 바뀌었지만 사교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뀌지 않습니다. 춤바람, 제비족, 불륜 등 각종 음지의 수식어들을 끌어안고 지금까지 유령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교댄스. 사람을 사귀기 위해 추는 춤. 명랑한 이름의 의미와 다르게 한국에 상륙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음지에서 낡아가고 있는 이름이었습니다. 이번 뉴스를 쓰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어요. 사실 춤은, 사람을 사귀는 춤은 아무 문제가 없지 않나요?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신체접촉에만 크나큰 방점이 찍혔던 이 춤이 우리에게 다르게 전해졌다면 어땠을까요? 가장 인기가 있던 시절에 주류의 문화로 인정받았으면 좀 다르지 않았을까요? 왠지 그랬다면 제가 사교댄스학원에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사교-땐스의 이해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쌓아왔던 사교댄스. 그래서인지 제게도 사교댄스 하면 '퇴폐'라는 단어를 지울 수가 없었는데요. 사람을 사귀는 춤이 사교댄스라면, 그 원형에 가까운 해석을 보여줬던 귀여운 드라마가 있습니다. 몇 년 전 드라마스페셜에서 방영되었던 '사교땐스의 이해'가 바로 그 작품인데요. 함께 보고 싶어 소개합니다.

15분 영상으로 정리된 📺사교땐스의 이해 보러 가기

오늘은 함부로 들추기 어딘가 겁났던 사교댄스를 만나보았습니다.

학원에 가서 배우는 건 여전히 용기가 좀 필요할 것 같지만요.

마구 재롱부려도 괜찮은 사람들과 손을 맞대고 발을 마구 밟으며 사교댄스를 추고 싶어지긴 하네요. (목젖 보이게 웃으면서요😃)

사교의 반대말은 절교라던, 그래서 사교댄스를 계속 추고 싶다던 한 칼럼니스트분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 말씀드렸던 고민은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전 대체 아날로그의 어떤 부분들을 퍼 나르고 싶은 걸까요? (낡은 장아찌의 늪에 빠져 이따금 허우적거려요.) 아무튼 확실한 건, 전 이렇게 길에 유령처럼 있는 공간들,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 숨 쉬고 있는 공간들, 이제 잊혀졌지만 언젠가 반짝거리던 이야기들을 찾아서 나누는 게 좋아요. 더 열심히 고민해서 더 좋은 장아찌 조각들을 담아낼게요!(다짐)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

귤이 많이 보이네요. 손이 노래질 때까지 귤을 먹는 겨울의 낭만을 잊지 마시고요.

저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올게요. 

안녕!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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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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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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