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시월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네요. 시월 말엔 들어야 할 노래가 많습니다. 우선 내일은 신해철을 들어야 하는 10월 27일입니다. 남겨진 노래는 정해져 있는데 매년 다른 노래를 듣게 됩니다. 재작년엔 유독 <영원히>를 자주 들었던 거 같고요. 작년에는 <안녕>을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플레이리스트를 쭉 내리다 멈추게 되는 식이라 미리 뭘 들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건 의미가 없더라고요. 내일 아침 뭘 듣고 있을지 저도 궁금하네요.

며칠간 신해철을 듣다 보면 <잊혀진 계절>을 들어야 하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 찾아오겠지요. 고등학교 때부터 <잊혀진 계절> 알림을 자처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용 선생님 덕분에 10월이면 연락의 샘이 마를 날 없네요.
유독 들을 게 많은 시절이라 운을 노래로 띄웠지만 오늘 보낼 편지는 사실 과자 이야기예요. 영화 <가능한 사랑>을 보면 안 먹으려야 안 먹을 수가 없는 ‘C콘칲’ 이야기를 구독자님께 보냅니다.
한국인의 대표 간식, 옥수수!

콘칲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보니, 한국엔 옥수수 맛 과자가 참 많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감자칩도 그렇고 쌀과자도 그렇고 식사 대용 음식이 스낵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게다가 옥수수는 그 자체가 오랜 시간 한국인의 간식이었으니 새로운 간식으로 만들어 보자는 영감이 쉽게 떠올랐을 거 같기도 해요.

1988년, 크라운제과에서 콘칲을 출시하기 전에도 옥수수 맛 과자는 많았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과자로 1983년 출시한 롯데제과의 꼬깔콘이 있습니다. 미국 제너럴 밀스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한 꼬깔콘은 미국의 옥수수 스낵 뷰글스(Bugles)와도 관련이 있는 과자로, 출시한 때부터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장수 과자이지요. 꼬깔콘을 비롯한 여타 옥수수 과자와 콘칲이 달랐던 점은 두께에 있습니다. 옥수수 분말을 얇은 피처럼 빚어 작게 자른 뒤 튀겨 낸 콘칲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출시된 첫해 매출만 50억이었다니 부드럽게 대성공을 거두었네요.
C가 없으면 콘칲이 아닙니다.

콘칲은 상호 디테일이 많은 과자예요. 일단 콘칲 앞에 C가 들어 있고요. 콘칩이 아니라 콘칲입니다. ‘칲’은 외래어 표기법이 자리 잡기 전이라 그렇다지만 C는 뭘까요? 원조 콘칲에만 붙는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첫해 50억을 팔았으니, 아류작이 얼마나 많이 나왔겠어요. 옥수수칲은 물론이고 은색 패키지까지 따라 하는 업체가 많았다고 합니다. 크라운제과에서 우리가 원조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해 Crown Corn Chip, 무려 세 개나 들어가는 C를 대문짝만 하게 앞에 내걸었다네요. 부채표 없는 까스활명수는 까스활명수가 아닌 것처럼 C가 없는 콘칲은 콘칲이 아닌 것이지요.
콘칲은 1996년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1988년 출시 이후로 콘칲이 대대적으로 맛을 바꾼 해가 있습니다. 콘칲 패키지엔 ‘군옥수수맛’이라고 적혀 있지요. 이전까지는 그냥 옥수수맛이었대요. 시즈닝이 가미돼 짭짤한 맛이 나는 요즘 콘칲과는 좀 다른 맛이었다는 후기가 있더라고요. 굳이 따지자면 옥수수맛 꼬깔콘에 가까웠다고 하는데요. 그 시절 콘칲 맛을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먹어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다른지 경험해 보고 싶네요.

새로운 콘칲 맛을 검색하다 보니, 인기를 끄는 초당옥수수맛 콘칲도 나왔더라고요. 옥수수가 바뀌니 콘칲 맛도 바뀌는 게 재밌어요.
철이의 과자가 아니라 호석과 미옥의 과자였다면 아마도

<가능한 사랑> 속 콘칲은 극 중 호석과 미옥의 아들, 철이의 간식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친구가 얘기하더라고요. 만약 철이 과자가 아니라 호석과 미옥이 술안주로 고른 과자라면 오징어땅콩이지 않았겠냐고요. 듣고 보니, 어떤 날 아빠 손에 들려오는 과자는 늘 오징어땅콩이었던 게 떠올라서 공감했어요.

1976년 출시한 오징어땅콩은 과연 어른들의 과자였습니다. 애초에 안주로 인기를 끌던 오징어와 땅콩을 섞어 버리겠다는 취지로 만든 발칙한 과자거든요. 1971년, 해산물 맛 과자에 한 획을 그은 새우깡의 성공에 대적할 만한 해산물 맛 과자를 고민하던 오리온의 선택! 탁월했네요. 영화 속 콘칲과 소주의 여운을 간직하고 나와서도 안주로 오징어땅콩을 떠올리는 우리를 보니 말입니다.
<가능한 사랑>을 본 날, 친구에게 편의점에서 콘칲과 소주를 사 달라고 했어요. 집에서 아빠와 콘칲에 소주를 마셨어요. 화장실도 참으며 봤던 영화 얘기를 하는데 아빠는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텔레비전만 보시더라고요. 그 동상이몽이 어쩐지 또 다른 지점의 <가능한 사랑> 같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달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콘칲 역시 모두에게 공평한 추억을 남기는 것 같은데요. 가장 소박한 진심을 나누며 콘칲에 소주를 마실 수 있다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어요?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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