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어제저녁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달이 참 둥글고 밝더라고요. 한가위에 떠오른 둥근 달처럼 남은 올가을과 겨울도 정답고 알찬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 편지의 주제는 차오른 보름달만큼이나 정보를 그득그득 담은 ‘잡지’입니다.

⟪여자계⟫부터 ⟪여학생⟫까지, 한국 잡지의 역사
![여자계 [출처: 현담문고]](https://cdn.maily.so/du/zizikzizik/202609/1790579404994526.png)
잡지를 뜻하는 magazine은 본래 아랍어로 ‘창고’, ‘저장소’를 뜻하는 표현이라고 하는데요. 한국 잡지사에 중요한 초기 잡지는 여성 잡지인 ⟪여자계⟫입니다. 여성 문맹률이 높던 1917년에 나온 잡지인 만큼, 신여성을 타깃으로 한 여성의 계몽, 사회적 위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었고요. 문학 작품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여자계⟫2호에 소개된 나혜석 작가의 <경희>가 있습니다.
![여학생 [출처 : Yes24]](https://cdn.maily.so/du/zizikzizik/202609/1790579436156038.png)
1970년대에 인기를 끈 잡지는 여성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여학생⟫입니다. 10대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연예계 소식이 담겨 있었고요. 익명의 상대와 편지를 주고받는 펜팔 친구를 구하는 코너가 있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예전 펜팔은 꼭 ‘미지의 그대에게-’라는 상용구로 시작했다고 하죠? 그러고 보니, 이 뉴스레터를 처음 쓰기 시작하던 때, 펜팔의 역사를 다루면서 관련 내용을 보내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전까지의 잡지가 이미 유명한 연예인의 소식을 들려주는 용도였다면, 90년대 잡지는 이를 뛰어넘어 잡지 스타를 낳기도 했습니다. 대표 잡지로는 ⟪쎄씨⟫, ⟪키키⟫ 같은 하이틴 패션 잡지가 있습니다. 신선한 마스크의 학생 스타들을 잡지 모델로 세우면서 오늘날의 인플루언서처럼 일반인이 유명해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요. 잡지 모델은 스타 등용문이라는 공식까지 생겨났습니다.

90년대 패션 잡지 모델 출신 연예인으로는 신민아, 김효진, 임수정, 전지현 등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인기를 끄는 연예인이 대부분인 걸 보니 유명할 만했다 싶네요.
원조 웹툰, 만화잡지
![보물섬 [출처 : 나무위키]](https://cdn.maily.so/du/zizikzizik/202609/1790579568603039.png)
앞서 ⟪여자계⟫에서 나혜석의 소설 <경희>가 발표되었다던 이야기, 기억하시지요? 80년대부터는 만화 작품을 메인으로 하는 잡지가 대거 생겨납니다. 유명 만화잡지⟪보물섬⟫은 인기 만화가를 영입하여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기공룡 둘리>를 집필한 만화가 김수정, <식객>과 <타짜>를 그린 만화가 허영만,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이현세 등 걸출한 만화가가 총집합했으니, 인기를 끄는 건 당연했습니다.
![윙크 [출처: 알라딘]](https://cdn.maily.so/du/zizikzizik/202609/1790579607204247.png)
만화잡지의 인기는 90년대까지 이어지며 ⟪윙크⟫, ⟪파티⟫ 계보로 이어지는데요.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등의 작품으로 10대 청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만화가 천계영이 이때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네이버 웹툰에서 <언플러그드 보이> 특별판을 연재하더라고요. 스크롤을 내리며 만나는 명대사 ‘난 슬플 때 힙합을 춰...’는 묘했습니다.

궁금하실 여러분을 위해 링크를 넣어 둘게요!
제게 특별한 만화는 김정은 작가의 <지그재그>,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이빈 작가의 <안녕 자두야>인데요. 어릴 때 다니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만화 잡지를 구독하셔서 피아노는 핑계고 만화 보러 학원에 다녔던 기억이 나요. 인기 많은 잡지는 원생들의 손과 손을 거치며 금방 닳고 찢어졌는데요. 월초가 되어 새로운 잡지가 오면 유독 선생님 옆에 붙어 애교를 부리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다름 아닌, 잡지 부록을 얻기 위해서요.
제사보다 잿밥! 잡지 부록 변천사
![만화잡지 부록 [출처 : 콜리]](https://cdn.maily.so/du/zizikzizik/202609/1790579694005902.png)
만화 잡지 부록으로는 주로 잡지에 수록된 만화 일러스트가 그려진 작은 소품이 많았어요. 손거울, 스티커, 파우치, 엽서 같은 것들 말이에요. 한편, 패션 잡지 부록은 좀 더 다양했습니다. 브랜드와 협업해서 나온 특별 굿즈 부록은 잡지 가격보다 부록 가격이 훨씬 고가라 제사보다 잿밥을 원하는 독자를 양산하기도 했지요.

지난주 <가레스 게이츠>편에서 언급했던 청소년 잡지 <미스터케이>는 특이하게 부록이 내지였어요. 잡지가 발행된 달에 인기가 있던 연예인, 영화, 과자 패키지 이미지를 이용해서 만든 편선지가 잡지 페이지로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초코파이를 사도 과자 집 만들기가 있던 낭만의 시대, 소녀들은 저마다 오려 만든 편선지로 우정과 사랑을 고백하기 바빴습니다. 2000년도 ⟪미스터케이⟫발행 부수만 20만 부였다고 하니, 웬만한 소녀들은 편선지 한 번씩은 다 만들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D.I.Y편선지 패드 [출처 : 11번가]](https://cdn.maily.so/du/zizikzizik/202609/1790579767398686.png)
가끔 중고장터에 하나도 손상되지 않은 미스터케이가 올라오더라고요. 판매자분은 분명 2부 이상 구매하셨을 거예요. 1부 사서 그대로 간직하는 건 제 기준으론 변태입니다. ⟪미스터케이⟫에 삽입된 편선지가 인기를 끌면서, 나중엔 문방구에 만들어 쓰는 편선지만 찢어쓸 수 있는 패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버리지 못해 모아둔 편지 보관 박스를 보면 그 시절 잘라 만든 편지지가 심심치 않게 나오더라고요.
종이책을 고집하는 종이잡지클럽
![종이잡지클럽 [출처 : 엘르]](https://cdn.maily.so/du/zizikzizik/202609/1790579795763094.png)
스크롤을 내리며 온갖 정보를 얻는 요즘. 만화도 기기를 이용해서 보고 매거진도 인스타 매거진이 대세라지만 여전히 손끝으로 넘기는 종이잡지를 고집하는 매장이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과 제주에 있는 ‘종이잡지클럽’입니다. 공간에 판매하는 음료를 주문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종이잡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옆 사람과 맞장구치며 시간여행 하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함께 패션잡지를 보는 <국내 패션잡지 감상회>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오는 10월 8일이 감상회 날이라 저도 별일 없으면 가보려고 해요.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니, 오늘의 우리를 패션리더로 만들 답이 지난 잡지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왁뿌볼과 슬랑이 등 촉각에 자극을 주는 장난감이 유행하는 요즘입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물성 있는 것과 감각으로 대면하는 자극이 부족해진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더라고요.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싶었어요. 온갖 주제와 정보가 손끝에서 넘어가던 감각을 떠올려 봅니다. 잡지 특유의 냄새도 나는 거 같고요. 총천연색 색감도 어른거리는 거 같네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마시마로 궁둥이에서 나던 싸구려 꽃향기도 나는 거 같고 종이 잡지 특유의 냄새도 쓱 지나갑니다. 눈가에 퍼런 섀도를 칠한 잡지 스타의 당돌한 인터뷰가 보고 싶은 오후, 편지를 마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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