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움의 미학 : 카세트테이프와 플레이어

얽힌 이어폰 줄을 풀고 카세트테이프를 되 감던 시절

2022.08.29 | 조회 1.5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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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직접 공수한 케케묵은 낭만 장아찌를 잔-뜩 퍼서 댁의 편지함에 보내드려요.

구독자 안녕하세요.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저는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지난 한 주를 보냈어요. 추석이 워낙 빨리 와서 내심 이번 처서엔 모기 입도 비뚤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만에 밤낮으로 선선하고 가을 냄새가 가까워지더라고요! 가을에 입을 셔츠를 둘러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계절의 변화를 직감하는 신호 중 하나는 빳빳한 햇볕이에요. 과학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제게 여름 햇살은 액체 같고 가을 햇살은 고체 같아요. 가을 햇살은 짱짱해서 오래 맞아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오늘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오래 이동할 일이 있었는데요. 그 안에서 빳빳한 햇볕을 받으며 이제 정말 가을이라 불러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가을이면 가을마다 듣는 '주윤하 - 가을의 시작'을 들었습니다.

노래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자 '띠링'하고 블루투스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는데요. 뭐랄까 너무 최첨단의 느낌이라 제 맘 같지는 않다 싶었어요. 거슬리는 것 하나 없는 무선이어폰은 너무 편리하지만 얽히고 설킨 유선이어폰을 풀어헤쳐 귀에 꽂는 유선이어폰의 낭만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장아찌 조각은 유선이어폰과 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입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카세트테이프의 모양은 본래 제각각이었다? 

카세트테이프는 1960년대에 처음 세상에 등장하는데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카세트테이프의 모습과는 좀 달랐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가 아는 카세트테이프의 모양도 있지만 구멍이 한 개인 카세트테이프도 있고... 모양이 제각각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굳혀진 카세트테이프의 모양은 '필립스' 사에서 선보인 카세트테이프 디자인이었다고 하는데요. 필립스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카세트테이프 재생 기계를 만드는 소니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테이프 모양이 제각각이다 보니, 재생호환이 되는 기계를 찾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 당시 재생기계 제작에 가장 앞서가던 소니가 필립스의 규격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면서 필립스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요. 자연스럽게 필립스 규격으로 카세트테이프의 기본 형태가 맞춰지면서 오늘날 모든 카세트테이프는 필립스사의 모양과 같아졌다고 합니다. 

휴대용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 열풍📻

카메라, 음악플레이어, 핸드폰, 계산기(?) 

생각해보면 과거의 기기들은 1을 제대로 해내는 것들이었습니다. 계산기는 계산만, 카메라는 사진만, 음악플레이어는 음악만, 핸드폰은 전화만! 갈수록 핸드폰이 다른 기기들의 역할까지 해내며 이젠 폰 하나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요. (그래도 패드니 워치니 여전히 사들이는 건 많은 현실이네요😅) 

핸드폰이 흔하지 않던 시절, 학생들이 애착을 가졌던 기기는 휴대용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였습니다. 브랜드마다 대표하는 플레이어가 달랐다고 하는데요.  그때 그 시절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플레이어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1. 삼성 마이마이(mymy)

삼성이 '갤럭시'라는 모델명으로 핸드폰을 대표하기 전, '마이마이'라는 상호로 카세트플레이어 시장에서 힘을 깨나 썼다고 합니다. 1981년부터 2000년까지 십여 년간 생산되던 마이마이는 많은 중고등학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 보면 덕선이가 마이마이를 타기 위해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2. LG전자 아하

마이마이와 함께 인기를 끌던 제품은 LG전자의 '아하'입니다. 이름이 참 귀여운 거 같아요. 아하 역시 '아하프리'로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명맥을 이어갔고요. mp3플레이어의 보급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으로 2002년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추억의 가수 소방차가 찍은 아하 cf가 있어서 공유해봅니다 :)

오토리버스 두 번만 했다가는 사람 잡을 것 같은 CF의 일부
오토리버스 두 번만 했다가는 사람 잡을 것 같은 CF의 일부

3. 대우전자 요요

이름이 참 귀엽다, 했는데 국내 삼대장이던 마이마이, 아하, 요요 중에선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이 당시에도 당대에 핫한 연예인이 전자기기 광고에 등장 했던 모양인데요. 아하의 모델인 소방차라면 요요의 모델은 변진섭이 맡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내구성으로 인한 부진한 성적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4. 소니 워크맨

미제와 일제라면 모두가 쌍수를 들고 반기던 시절, 국내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 비하면 두 배 가량 비싼 금액이었기 때문에 워크맨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워크맨의 명성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인데요. 역사상 소니 워크맨은 lp에 밀리고 있던 카세트테이프의 명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서 필립스와 손을 잡았던 것이 소니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과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편히 재생할 수 있는 기계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급이 쉽지 않았지만, 규격이 맞춰지면서부터 작은 크기로 휴대가 편하고 값도 싼, 카세트테이프는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실과 바늘처럼 카세트테이프의 인기가 많아지는 건 자연스럽게 이를 들을 수 있는 기계의 인기를 보장했습니다.

대중음악의 명과 암, 길보드 차트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불법복제 테이프를 파는 노점상들이 늘어났습니다. 엄연한 불법이었지만 떨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일단, 금액이 너무 쌉니다.

카세트테이프 한 개를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금액이 5,000-6,000원 선이었던 반면, 불법 복제 테이프는 이 금액에 1/2, 1/3의 가격으로 구매를 할 수 있었다고 해요.

다음으로, 20세기 에센셜 수준의 플레이리스트 구성 능력을 갖추었어요.

오늘날이야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원하는 가수의 노래를 내 맘대로 듣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땐 아니었어요. 김동률을 듣고 공일오비를 들으려면 테이프를 한번 바꿔야 하잖아요? 이런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길거리 불법 노점상 주인들은 발라드 톱텐, 가요 톱텐 등의 혹하는 제목을 붙이고 당시 가장 유행하던 발라드 / 댄스 음악의 조합을 직접 구성한 테이프를 판매했습니다. 근데 이제 그 가격이 단돈 2,000원... 원하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조합해둔 테이프들에 그 시절 청춘들의 주머니는 번번히 봉인해제였습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불법은 불법이죠?

아티스트들의 많은 정규앨범은 판매량을 올리지 못해 전전긍긍해야 했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는 매번 노래가 나오는데 정작 앨범 판매 순위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였다고 해요. 

저작권 의식이 없는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아날로그 기기에서 디지털 기기로 옮겨가는 과정을 지나며 길보드 차트는 역사의 뒤안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길에서 나오는 음악, 길에서 팔리는 음악은 시대를 풍미하는 가수를 알 수 있는 확실한 자료였다고 합니다.

+ 길보드가 낳은 가수, 김종환 / 김현정

노점상 리어카 피플들에 의해 자라난 가수하면  '존재의 이유'를 부른 가수 김종환 씨의 일화가 빠질 수 없습니다. 김종환 씨는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노점상 사장님들의 픽으로 길보드에서 노래가 울려퍼지면서 차츰차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첫사랑의 ost로 '존재의 이유'가 선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로 다시 태어납니다.

롱다리 미녀로 인기를 끌던 가수 김현정 씨 역시, '그녀와의 이별'은 1996년에 발매되었으나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리어카 노점상에서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서 2년 뒤인 1998년 역주행 곡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번거롭지만, 낭만적이었던 카세트테이프와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희도(김태리)가 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를 쓰는 모습을 보고 최근 플레이어의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카세트테이프가 드르륵 감기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 사이트를 뒤적였습니다. 

다음 주 찾아올 땐 조금 더 완연한 가을이기를 바라며,

이번 주 장아찌는 이쯤에서 뚜껑을 닫아요!

다음 주에 케케묵은 이야기로 또 만나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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