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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플레이브 이후 버추얼 아이돌, 그리고 2.5D라는 가능성

플레이브 이후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온라인은 버추얼 아바타로, 오프라인은 실물로 활동하는 2.5D 포맷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2025.12.31 | 조회 6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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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레이브 이후의 버추얼 아이돌 시장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는 바로 "플레이브 이후에 성공하는 버추얼 아이돌은 어떤 모습일까요?"입니다. 제가 K-pop 전문가도 아니고 업계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라 조심스럽긴 한데, 그래도 나름 의견을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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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플레이브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는 좋아하진 않지만, 적어도 어떤 의도를 갖고 기획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스터디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2023년 블래스트가 플레이브를 기획할 당시,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이미 두 가지 큰 흐름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실사풍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니지산지, 홀로라이브 같은 2D 버추얼 유튜버들이 수백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블래스트는 이 두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요. 2023년 언리얼 페스트에서 블래스트의 이현우 CTO님이 이 기획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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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블래스트가 실사가 아닌 만화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실사 스타일을 배제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소비자 심리입니다. 버추얼 휴먼이 실제 사람과 너무 비슷해지려 할수록 오히려 어색하고 거부감이 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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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풍 버추얼 아이돌은 결국 BTS나 뉴진스 같은 실제 아이돌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고, 팬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실제 사람보다 부족한 점을 먼저 느끼게 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실제와 비슷해지겠지만, 완벽한 특이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가치가 늘어나기보다 거부감이 줄어드는 과정에 가깝다고 본 거죠.

다른 하나는 기술 투자 대비 효율 문제입니다. TV 화질로 비유하자면 SD에서 HD로 올라갈 땐 누구나 "와 완전 다르네!" 하는데, 4K에서 8K로 올라가면 솔직히 차이를 잘 못 느낀다는 것이죠. 사람과 99% 똑같이 만들려고 엄청난 돈과 기술을 쏟아부어도, 사용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그만큼 커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블래스트는 실사화에 집착하기보다는, 확실하게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고 다른 매력 포인트를 키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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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만화 스타일은 일정 임계치만 넘어서면 기술 개발에 투자한 만큼 만족도(가치 증가)가 계속 올라가는 영역입니다. 표현이 정교해지고 연출이 화려해질수록 가치가 계속 커지는 구조죠. 작은 기술 개발도 팬들에게는 즉시 큰 만족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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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등 서브컬처에 익숙한 층에게는 멈춰 있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고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에 좋아하던 콘텐츠를 더 깊이 즐기는 경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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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웹툰 스타일과 K-POP 시스템의 결합입니다. 만화 스타일로 방향을 정한 후, 다음 문제는 이제 어떤 만화 스타일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이미 니지산지, 홀로라이브 같은 버튜버들이 선점한 상태였고, 특정 매니아층에 집중되어 있었죠.

블래스트는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한국인들에게 일상적인 웹툰 스타일의 비주얼을 선택했습니다. 웹툰은 이미 한국 대중문화의 일부였으니까요.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K-POP 아이돌의 육성 방식을 결합했습니다.

고민 끝에 완성된 블래스트만의 K-POP 버추얼 아이돌 모델
고민 끝에 완성된 블래스트만의 K-POP 버추얼 아이돌 모델

기술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뒀습니다. 지금이야 3D가 흔하지만, 2023년만 해도 2D 버튜버가 주류였었죠. 블래스트는 2D와의 차별화를 위해 언리얼 엔진 기반의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전신 움직임과 섬세한 표정을 3D로 구현했습니다. 웹소설이나 만화에 나오던 캐릭터들이 실제 아이돌과 흡사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는 거죠.

초기에 기획되었던 2D 버전 플레이브로 추정
초기에 기획되었던 2D 버전 플레이브로 추정
최종적으로 확정된 3D 버전 플레이브의 외형
최종적으로 확정된 3D 버전 플레이브의 외형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것, 바로 기술 뒤에 있는 진짜 아티스트의 매력입니다. 블래스트가 가장 강조한 건 이 부분인데요. 기술은 멤버들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는 도구일 뿐, 본질은 아티스트의 재능에 있다는 것입니다.

플레이브 멤버들은 작사, 작곡, 안무 창작 능력을 갖춘 실력파들이었습니다.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하는 그룹이라는 정체성이 확립되면서, 팬들은 기술적인 신기함을 넘어 아티스트로서의 플레이브를 사랑하게 됐죠.

결과적으로 블래스트는 기술(언리얼 엔진), IP(웹툰 스타일), 휴먼(재능 있는 멤버), 그리고 여기에 자체 제작 서사와 라이브 방송 중심의 소통 방식까지 결합한 독보적인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구분매출액영업손익당기순손익
2022년약 7억 5,445만 원 약 -11억 9,498만 원 약 -11억 9,379만 원
2023년약 114억 2,283만 원 약 18억 6,485만 원 약 18억 9,757만 원
2024년약 453억 9,204만 원 약 99억 4,226만 원 약 112억 520만 원

이렇게 치열한 고민 끝에 기획된 플레이브는 2년 만에 대박을 쳤습니다. 2024년 블래스트의 매출은 453억 원, 2025년에는 그 두 배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가치로 따지면 이미 수천억 원대에 달할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플레이브의 성공은 당연히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4년 이후 비슷한 스타일의 버추얼 아이돌 그룹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죠. 웹툰풍 3D 비주얼에 라이브 방송 중심 소통, K-POP 스타일의 퍼포먼스까지. 겉보기엔 플레이브 공식을 그대로 따라한 것처럼 보이는 팀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제대로 성공한 케이스는 없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서는 유독 '아류(짭)'라는 비판이 가혹하게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일반 아이돌은 비슷한 컨셉이 여럿이 공존할 수 있는데, 버추얼은 왜 안 될까요? 아마도 시장이 이걸 '장르'가 아닌 '포맷'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팬덤의 배타적 방어 기제가 엄청나게 강하고요.

플레이브 이후 데뷔한 K-POP 형태의 버추얼 아이돌들이 블래스트의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단순히 플레이브의 성공 공식을 복제하는 구조인 거죠. 플레이브 모델을 따라가려면 최소한 어딘가는 더 뛰어나야 합니다. 웹툰 스타일 비주얼을 더 잘 만들거나, 노래와 춤 실력이 더 뛰어나거나, 기술력이 더 우수하거나. 그런데 그런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는 거죠.

실제 아이돌은 데뷔 초부터 "이 친구들이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도 그게 오히려 애정의 출발점이 되죠. 반면 버추얼 아이돌은 이미 선발주자인 플레이브가 높은 기준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성장 가능성을 봐주기 전에 "왜 플레이브만큼 안 돼?"라는 완성도 비교에서 먼저 탈락하는 구조인 거죠.

무엇보다 버추얼은 '기술'과 '기획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실제 아이돌은 소속사가 작아도 멤버 개인의 매력으로 승부할 수 있지만, 버추얼은 제작 퀄리티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퀄리티가 낮은 그룹들을 보면 "돈 없으면서 왜 만들었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기 쉽습니다.

결국 후발주자들은 플레이브와 직접 비교당하는 걸 피할 수가 없습니다. 플레이브가 선점 효과로 너무 큰 벽을 쌓아놓은 거죠. 웹툰풍 3D 아바타에 자체 서사를 깔고 라이브 방송 위주로 소통하는 이 방식은, 이제 플레이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 버추얼 아이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플레이브 이후에 성공하는 K-POP 버추얼 아이돌은 더 이상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요?


2️⃣ 2.5D 포맷의 등장

저는 이 질문의 답을 2.5D 포맷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5D, 즉 2.5차원은 일본 미디어 믹스에서 쓰는 용어로, 2D 원작(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실사 무대로 구현한 것을 말합니다. 평면의 캐릭터를 실제 배우가 연기하고,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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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5D 장르는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영역인데요. 비현실적인 외모를 갖고 있는 2D 캐릭터를 실제 배우나 사람이 연기했을 때, 환상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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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숏츠에서 AI 영화 촬영장 실사화 등이 인기를 끈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실제 배우의 한계를 넘어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비현실적인 비율과 외모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팬들은 '환상이 깨지지 않는' 실사화를 보며 "이게 진짜 실사화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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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한 2.5D의 사례는 많은 분들이 숏츠의 알고리즘으로 접하고 계신 러브 라이브! 시리즈입니다. 러브 라이브!는 일본의 대표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로,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하기 위해 학생들이 스쿨 아이돌이 되어 활동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10년에 처음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서브컬처의 대표적인 아이콘 중 하나입니다.

러브 라이브!의 핵심 슬로건은 "모두가 함께 이루어가는 이야기"이며, 팬들의 참여와 캐릭터-실제 성우 간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즉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캐릭터와 성우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팬들이 지켜보고 응원하는 거대한 커뮤니티형 콘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러브 라이브!의 성우들은 단순히 목소리만 연기하는 게 아닙니다. 캐릭터의 외모, 습관, 안무까지 완벽하게 재현합니다. 대형 경기장에서 애니메이션 속 안무와 동선을 그대로 소화할 때, 팬들은 2D 캐릭터가 눈앞에서 3D로 구현되는 경험을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성우들이 본인 이름보다 캐릭터 이름으로 불린다는 겁니다. 캐릭터의 상징색을 입고, 캐릭터의 말투를 쓰고, 스스로를 캐릭터와 동일시하죠. 신인 성우가 큰 무대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아이돌로 성공하는 스토리와 겹치면서, 팬들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독특한 몰입을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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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성우 개인의 성장 스토리가 캐릭터 서사와 겹치면서 강력한 팬덤이 만들어집니다. 신인 성우가 큰 무대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아이돌로 성공해가는 이야기와 포개지면서, 팬들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독특한 몰입을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러브 라이브!의 성우들은 단순한 목소리 연기자가 아니라, 가상의 존재를 현실에 실체화하는 2.5D 아티스트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이러한 2.5D 방식을 버추얼 아이돌에 대입시키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온라인에서는 버추얼 아바타로 활동하지만, 오프라인 공연이나 팬미팅에서는 실제 사람으로 활동하는 형태죠.

2.5D 방식을 도입하면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온라인에서는 버추얼 아바타로,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실제 아이돌로 활동하면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그게 될까?" 싶은데, 일본에는 이미 이 방식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3️⃣ 2.5차원 아이돌 성공 사례, 스토푸리(스트로베리 프린스)

다양한 2.5D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다양한 2.5D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음악 시장이자, K-POP 아이돌이라면 반드시 진출하는 핵심 거점입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 시장은 더욱 흥미로운데요.

플레이브의 원형이 된 것도 사실 일본의 버추얼 아이돌 문화였습니다. 게다가 일본에는 우타이테처럼 온라인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공연에서도 가면이나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이 많습니다. 이런 방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적 토양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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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2.5D 아이돌은 바로 스트로베리 프린스, 일명 스토푸리입니다.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우타이테 그룹은 2025년 12월 기준 현재 유튜브 구독자 4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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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푸리의 활동 방식은 독특합니다. 기본적으로는 2D 캐릭터로 활동하고, 언론이나 영상에서도 얼굴을 철저히 가립니다. 하지만 콘서트나 악수회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에서는 실물 얼굴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곡 발매, 게임 플레이 영상, 심지어 지상파 출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토푸리는 버튜버처럼 Live2D로 표정이나 동작을 실시간 캡처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화면 한쪽에 고정된 캐릭터 이미지를 띄워두고 활동하는 방식이죠. 물론 공연이나 특정 콘텐츠에서는 3D 아바타로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스토푸리의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스토푸리의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보통은 이렇게 얼굴을 본인들의 캐릭터로 갈음하는 방식
보통은 이렇게 얼굴을 본인들의 캐릭터로 갈음하는 방식

버튜버처럼 아바타를 사용하지만 엔터테인먼트보다 음악에 집중하고, 우타이테처럼 커버곡을 부르지만 오리지널 곡과 라이브 스트리밍까지 활발하게 진행하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푸리 외 STPR에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 총집합, 모두 본인들의 캐릭터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스토푸리 외 STPR에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 총집합, 모두 본인들의 캐릭터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스토푸리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회사인 STPR은 스토푸리 외에도 나이트A, AMPTAK, 메테오라, 스니커스텝 등 여러 2.5D 아이돌을 기획하고 있으며, 회사의 매출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이브 공연 횟수와 음반 판매량 등을 계산해보면 연 수백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보여지는 실적도 무시 못 할 수준인데요. 2024년 6월에 발매한 1st 싱글은 초동 50만 장을 넘겼는데, 같은 시기 NCT DREAM의 일본 오리지널 싱글이 34만 장 정도였다는 걸 감안하면 꽤 인상적인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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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토푸리: 시작의 이야기>는 52만 명을 동원했고, 모바일 게임까지 출시되었습니다.

스토푸리의 리더이자 주식회사 STPR의 대표인 나나모리가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성장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데요. 위 영상의 내용을 AI로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스토푸리란?

  •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온라인 활동, 얼굴을 공개하고 오프라인 활동하는 2.5차원 하이브리드 엔터 아이돌 유닛
  • 유튜브 구독자 206만명(2년 전), VTuber와 실제 아티스트의 중간 형태

나나모리는 누구?

  • 원래 장기 프로 지망생 → 고3 때 니코니코 동화 크리에이터로 전향
  • 어필리에이트 홍보 명목으로 게임 실황 시작
  • 생방송이 재미있어서 이벤트 MC → 노래가 반응 좋아서 음악 활동 시작
  • "인터넷판 요시모토(일본 최대 연예기획사)"를 만들고 싶어 그룹 활동 시작

성장 과정

  • 초기엔 개인 방송 3천명 → 그룹 시작하자 절반 이하로 감소
  • 폭발적 성장 없이 지속적으로 천 명씩 꾸준히 증가
  • 2017년 유튜브 시작 (초기 생방송 플랫폼 활용)
  • 24시간 릴레이 생방송 등 팬과의 거리를 좁히는 기획

비즈니스 전략

  • 라이브는 30명 → 50명 → 150명 → 1만5천명으로 단계적 확장
  • 수익의 2.5배씩 재투자하며 규모 확대
  • 2018년 6월 법인 설립, 대표이사 취임
  • 수익원: 라이브, 굿즈, CD, 음악 저작권 등 360도 엔터테인먼트
  • 다른 아이돌 유닛 소속 + 음악 저작권 사업도 운영

철학

  • "팬들이 기뻐하는 것만 한다"
  • 기존 엔터 업계의 폐쇄성과 돈 중심 구조에 문제의식
  • 크리에이터와 팬 모두를 지키고 싶음
  • 모든 디테일(굿즈 디자인, 사이트 문구 등)까지 직접 관여

해외 진출

  •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자연발생적 인기
  • 현지 팬들이 자발적으로 자막 제작
  • 일본어 그대로 진출 (현지화 불필요, 좋은 콘텐츠는 어디서든 통한다는 믿음)

최종 목표

  • "엔터테인먼트 천하통일"
  • 5년 후(2028년)까지 계획 수립 완료
  • 음악 + 영상 + 게임까지 모든 엔터 영역 장악
  • 일본 IP의 잠재력으로 세계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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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버튜버 씬에서 "만날 수 있는 버튜버"라는 콘셉트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콘텐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남자 버튜버 그룹인 싸이코드의 감제이님도 2024년부터 오프라인에서 가면을 쓰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식으로 팬들과 직접 만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완벽한 버추얼보다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2.5차원 존재를 원하는 팬들의 욕구가 반영된 트렌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2.5D 포맷의 장점과 전략적 의미

플레이브 같은 순수 버추얼 아이돌과 스토푸리 같은 2.5D 아이돌은 만화 스타일을 전략적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만화 스타일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표현력이 계속 좋아지기 때문에,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도 함께 올라갑니다. 두 모델 모두 기술 개발을 통해 정지된 이미지에 불과했던 캐릭터를 생생하고 역동적인 존재로 업그레이드하며, 팬들에게 차별화된 몰입감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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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 모델이 순수 버추얼 모델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시장 진입 전략에 있습니다. 플레이브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며 버추얼 아이돌의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동시에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성공해도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여전히 대중에게 심리적 거부감을 만들어내거든요. 실제로 플레이브 팬들조차 이런 선입견과 계속 싸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5D 모델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뚫고 가는 대신 우회합니다. 온라인에서는 버추얼 아바타로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거죠.

"어차피 가상 아니야?"라는 선입견이 나올 때 "아니요, 실물도 있어요"라고 답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완전히 가상도, 완전히 실물도 아닌 중간 지대를 선점하면서 버추얼에 거부감 있는 일반 대중과 버추얼 콘텐츠를 즐기는 팬층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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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단순히 두 가지 형식을 섞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콘텐츠 유연성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는 현실 물리 법칙에 구애받지 않는 판타지 세계관과 초현실적 연출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진짜 사람이 흘리는 땀과 열기로 실재감을 채울 수 있습니다. 하나의 IP로 두 가지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포맷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5D 모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버추얼 캐릭터와 실제 아티스트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서사의 힘입니다. 캐릭터와 안의 사람의 관계를 기획 방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캐릭터 뒤에 사람이 있다"를 넘어서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를 아티스트의 이상적 페르소나로 설정하거나, 반대로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을 캐릭터 서사와 병행시키는 등 다양한 내러티브 전략이 가능합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온라인 캐릭터를 좋아하다가 오프라인에서 실제 아티스트를 만났을 때, 둘 사이의 관계성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정적 임팩트를 받게 됩니다. 이런 정체성의 기획은 순수 버추얼이나 일반 아이돌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2.5D만의 독특한 크리에이티브 영역입니다.

결국 2.5D 모델은 플레이브보다 나은 전략이라기보다는, 아예 다른 판을 만드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플레이브가 2년 넘게 싸워온 "버추얼이라는 선입견"의 벽을 처음부터 우회하면서, 순수 버추얼의 확장성과 실물 아이돌의 실재감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포맷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전략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실물 공개할 거면 왜 버추얼로 데뷔해? 그냥 실물로 하면 되잖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게 이 포맷의 핵심입니다.

그냥 데뷔하면 '수많은 아이돌 중 한 명'이지만, 이렇게 하면 '현실로 튀어나온 만화 주인공'이 됩니다. 버추얼이라는 밑밥을 깔아두고, 실물을 공개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을 100배로 키우는 전략입니다. 일종의 빌드업이자 스토리텔링입니다.


5️⃣ 현실적 과제와 실행 조건

2.5D 모델이 매력적인 전략으로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작동시키려면 몇 가지 현실적인 과제를 넘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정체성 설계의 난이도 문제가 있습니다. 캐릭터와 안의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인데, 이게 애매하면 팬들도 혼란스럽고 마케팅도 일관성을 잃게 됩니다. 캐릭터를 안의 사람과 동일시할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존재로 볼 것인지에 따라 팬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온라인 페르소나와 오프라인 실물의 괴리가 크면 환멸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이 관계성을 잘 설계하면 독특한 서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비용 대비 효율성도 잘 따져봐야 하는 부분인데요. 스토푸리처럼 버추얼 콘텐츠의 퀄리티를 포기한다면 모를까, 버추얼 콘텐츠 제작과 실물 관리까지 동시에 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플레이브처럼 순수 버추얼에 올인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고, 차라리 일반 아이돌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죠. 자칫 어정쩡한 포지션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과제들을 넘어서기 위한 실행 조건은 무엇일까요. 먼저 처음부터 명확한 세계관과 관계성을 설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합니다. 캐릭터와 안의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를 모호하게 두면, 앞서 말한 정체성 혼란이라는 가장 큰 리스크를 피할 수 없거든요. 이 설정이 명확해야 팬들도 혼란 없이 몰입할 수 있고, 마케팅 방향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캐스팅입니다. 캐릭터 이미지에 맞는 외모와 실력은 기본이고, 온라인 페르소나와 오프라인 페르소나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단순히 연기력이나 퍼포먼스 능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체성 설계에서 정한 캐릭터와 안의 사람의 관계를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무엇보다 캐스팅의 핵심은 멤버 자체의 매력이 버추얼 캐릭터를 이길 만큼 좋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빌드업 과정이 아무리 탄탄해도, 결국 실물이 공개된 시점에서 "이 정도면 버추얼 벗을 만하네"라는 반응이 나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 완성도도 담보되어야 합니다. 플레이브가 이미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줬기 때문에, 2.5D 모델이라고 해서 버추얼 파트의 퀄리티를 낮춰도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스토푸리처럼 기술 투자를 최소화하고 실물 중심으로 가는 방식도 있긴 하지만, 버추얼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온라인에서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습니다.

Live2D를 쓰더라도 퀄리티가 높아야 하고, 동시에 실물 공연의 완성도도 보장되어야 하는데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결국 양쪽 모두에 충분한 투자를 하면서도 그게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2.5D 모델의 성공은 이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가능합니다. 명확한 정체성 설계를 바탕으로 비용 효율성을 증명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캐스팅과 기술력을 갖추며, 나아가 글로벌 확장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하죠.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 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포맷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플레이브의 가장 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결국 "2D로만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2.5D는 이를 정면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버추얼의 신선함도 챙기고, 실물 공개로 얻는 이점도 누릴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순수 버추얼도, 일반 아이돌도 아닌 중간 지대를 먼저 차지하면, 이후에 들어오는 경쟁자들은 '2.5D의 원조'라는 타이틀을 넘어서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먼저 들어가서 기준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전략적 가치를 갖는 거죠.

내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리얼라이브, JYP의 블루개러지 등 대형 기획사의 기술 자회사들이 버추얼이나 AI 아티스트 관련하여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2.5D라는 포맷이 하나의 가능성 있는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더 논리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모델이긴 합니다. 하지만 플레이브가 보여준 버추얼 아이돌의 성과와 동시에 드러난 한계를 고려하면, 2.5D가 기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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