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버튜버와 기업세(기업형 버튜버)의 미래
여러 갑론을박이 있지만, 사실상 K-버튜버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이세계아이돌(이하 이세돌)입니다. 국내 버튜버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스텔라이브는 일본식 버튜버를 표방하는 반면, 이세돌은 한국식 버튜버의 대표 주자라고 생각되는데요.
대표적인 K-버튜버의 특징으로 RP(Role Playing)를 덜 드러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캐릭터를 내세울뿐, 사실상 기존의 스트리머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을 합니다.
특히 이세돌은 버튜버이면서도 K-POP 아이돌 콘텐츠를 통해 2가지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요. 여기에 왁물원의 지지(팬덤 및 기술 지원 등)를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버튜버로 자리메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버튜버 산업에서 애니컬러(니지산지)나 커버(홀로라이브)와 같은 기업세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2가지 데이터를 보여드릴 수 있는데요.
첫 번째 데이터는 2023년과 204s년에 진행한 굿즈 크라우드 펀딩의 규모입니다. 이세돌 IP를 기반으로 카카오웹툰을 통해 만들어진 마세돌과 차세돌의 스페셜 굿즈를 출시했는데요.
2023년에 진행한 마세돌의 펀딩 규모는 약 42억 원, 올해 진행된 차세돌의 펀딩 규모는 약 88억 원입니다. 올해 이세돌의 생방 시청자 및 평청자, 뷰어십 등의 데이터가 작년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펀딩 규모는 약 50% 이상 상승했죠. 상대적으로 차세돌보다는 마세돌의 인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상품 구성의 가격 인상(약 2배)이 크긴 하겠지만 1) 플랫폼 이적을 통해 구매력이 매우 강한 30대 팬들의 증가, 2) 유튜브를 통해 인방 시청자뿐만 아니라 라이트한 팬덤이 크게 증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버튜버를 소비하는 팬들의 구매력이 상당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데이터는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 매출입니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2021년에 100여 개, 22년 210여 개, 23년 440여 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였습니다.
2024년에도 많은 팝업스토어가 열렸으며, 올해 2월에 이세계아이돌(이세돌팝업봤?), 스텔라이브(Milky way), 플레이브(WAY 4 LUV) 등 3개 팀의 팝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약 6주 동안 다녀간 방문객의 수는 약 10만 명이며, 매출로만 따졌을 때 이세돌이 38억 원, 스텔라이브가 12억 원, 플레이브가 34억 원을 기록하며 최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굿즈의 가격 정책이나 입장 및 초대 방식, 재고 등에 따라 매출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구매력을 보여주는 데이터인데요.
2023년 팝업 매출 순위 데이터와 비교하면 버튜버 팬들의 구매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국내 버튜버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진 않으나, 이와 같은 구매력과 서브컬처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코어 팬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시장 규모로 봤을때 여러 기업세가 난립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압도적인 1위가 탄생하여 독식하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애니컬러와 커버의 2025년 매출이 약 4,000억 원을 기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일단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뻔하게) 예상해볼 수 있는 것은 1) 대기업에서 버튜버 사업에 진출하거나, 2) 패러블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포텐있는 사무소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업의 경우, 전통적인 엔터사(하이브, SM) 혹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숲, 네이버)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엔터사는 플레이브와 비슷한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생각되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 기업세 혹은 버튜버와 관련된 플랫폼 사업을 확장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브와 숲이 더 공격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이브는 전통적인 엔터 외에도 게임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이미 자회사 수퍼톤을 통해 AI 버츄얼 걸그룹 '신디에잇(SYNDI8)'을 론칭한 바 있습니다. 당장의 데뷔 결과야 어쨌든 막강한 자본력, 그리고 여러 자회사를 통한 공격적인 움직임이 가능할 것 같고요.
두 번째는 현재 버튜버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플랫폼 중 하나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특히 숲)에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숲(구 아프리카TV)은 과거 e스포츠 구단인 '아프리카 프릭스'를 직접 운영한 바 있고, 최근에 태국 e스포츠 기업 'FSP Thailand'을 인수하여 공격적인 e스포츠 콘텐츠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e스포츠 다음으로 뷰어십이 커지고 있는 버튜버 분야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립을 지켜야 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 버튜버 MCN을 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향성을 가져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정 MCN을 밀어준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
전략적으로는 기존 버튜버 MCN을 인수하거나, 이세돌과 스텔라이브를 제외한 나머지 인기있는 버튜버를 한번에 끌어 모은다거나 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 같네요.
후자가 더 강력한 전략일 것 같은데, 이미 홀로라이브는 자사의 강점 중 하나를 '데뷔하면 다른 홀로라이브의 팬들을 통해 바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마블 유니버스와 비교하면 설명이 쉬울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마블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면:
- 기존 팬들이 자연스럽게 새 캐릭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됨
- 새 캐릭터를 좋아하게 된 신규 팬들이 기존 세계관까지 함께 소비하게 됨
- 캐릭터들 간의 상호작용이 늘어나면서 전체 스토리의 깊이가 더해짐
이런 식으로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전체 프랜차이즈(유니버스)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홀로라이브 역시 새로운 버튜버가 데뷔하면, 데뷔 방송과 함께 다양한 콜라보 방송을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 팬들이 새로운 버튜버의 팬이 되기도 하고, 서로를 언급하면서 각자, 그리고 홀로라이브 전체의 방송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네이버 역시 치지직을 보유하고 있으나, 전통적으로 플랫폼과 인프라에 집중하는 기업 특성상 기업세 플레이보다는 기반 기술이나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15년 대만에서 설립되어 일본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17Live는 Re:Ac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Mikai를 최근에 인수했는데요. Re:Act가 엄청난 메이저는 아니지만,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사무소입니다. 또 Re:AcT KR라는 이름으로 현재 국내(치지직)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패러블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홀로라이브와 잦은 협업을 보여주며, 국내 활동을 대행해주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세돌을 효과적으로 레버리지하거나, 이외에 다양한 버튜버 그룹을 키워낼 수만 있다면 한국의 애니컬러나 커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패러블은 우왁굳이나 이세돌 외에도 싸이코드, 아이리제를 비롯해 다양한 버튜버들을 매니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세돌과 '동일한 포맷', 그리고 '성공 경험'은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합니다.
앞서 니지산지와 홀로라이브를 기업세의 예시를 들긴 했지만, 이들이 과연 미래에도 이상적인 기업세의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몇개월 새 발생한 연이은 '졸업 이후 환생' 논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니지산지나 홀로라이브 소속 버튜버들이 몇 년간의 계약을 마친 후 '졸업'하고, 이후 개인 활동으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팬베이스를 그대로 가져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죠. 이런 구조가 계속된다면 현재 기업세의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버튜버의 '껍데기'가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키즈나 아이 사례에서 성우 다변화에 대한 팬들의 반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요.
만약 국내에서 기업세 플레이를 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러한 일본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한국 시장에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버튜버의 대중화와 애니송(음악)
서브컬처 용어로 표현하면, 버튜버는 기본적으로 '음지'의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피스나 귀멸의 칼날 등 이제는 대중들에게 잘 열려져 있는 콘텐츠는 양지라 하고요. 보통 라이트 노벨이나 버튜버, 서브컬처류 게임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풍이 짙은 콘텐츠를 보통 음지라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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