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일헥타르
대표 상품 몇개만 있으면 브랜드가 먹고 산다고 하는데 ‘뭘 팔아야할지? 어떤 상품을 개발하는게 좋을지?’ 늘 고민이잖아요.
‘상품 개발’ 때문에 머리 싸매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브랜드, 무인양품 MUJI 의 철학을 파헤쳐보겠습니다.
IDEO적 사고와 MUJI의 상품 개발
무인양품 상품 개발부에서 일했고, 현재 마케팅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마스다 아키코는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과 밀착 인터뷰를 하며 무인양품의 마케팅 비밀을 낱낱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이 애플, 프라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을 혁신하는 IDEO의 디자인 사고와 매우 유사하다고 했는데요.
마스다 아키코는 양품계획의 고문이자 상품 디자이너인 '후카사와 나오토' 가 IDEO 도교 지사장을 역임한 경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IDEO의 디자인 사고가 무인양품에 녹아들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IDEO의 디자인 사고에 입각한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 총 9가지 입니다. 하나씩 살펴보죠.
MUJI식 디자인 사고 (1)
첫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할 상품을 매일 생각한다’ 입니다. 무인양품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용품을 파는 브랜드인데요. 그에 맞게 생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평소에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합니다.
즉, 내가 그냥 해보고 싶은 것이 아닌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매일 관심 갖고 들여다본다는 거죠. 무인양품은 문제를 찾기 위해 ‘고객이 어떤 일에 곤란을 느끼는지’ 루틴처럼 지속적으로 조사한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동안 마케팅을 해오면서 그냥 내가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과 사람들이 겪는 문제에 관심 갖는 사람의 성과 차이가 엄청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 자신을 존중해주는 브랜드죠. 문제를 해결하는 것. 바로 이것이 마케팅과 비즈니스의 기초 원리입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2)
두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세계인의 생활을 배우고 받아들인다’ 입니다. 혁신을 강조하는 시대에 이는 굉장히 놀라운 사고 방식인데요. 무인양품은 애초에 물건을 만든다기보다 ‘찾아낸다’는 자세로 상품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활용된 일용품들을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 MUJI 답게 약간씩 개량한 후에 출시하는거죠. 무인양품은 이러한 상품 개발 방식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 활동을 Found MUJI 라 부르며,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예술이라 포장하지만, 지나치게 다름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예술적이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마케팅을 망치거든요.
이미 전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는 상품을 자칭 예술가들은 조롱하겠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문제를 오랫동안 탁월하게 해결해온 상품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 상품을 브랜드에 맞게 개량하여 출시하는 건 알맞고, 똑똑한 마케팅 방식이 아닐까요?
MUJI식 디자인 사고 (3)
세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부문 횡단 프로젝트를 성립시킨다’ 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특정 카테고리에 무인양품의 상품을 국한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예요.
무인양품의 가치만 훼손되지 않는다면 공간 박스를 만들다가도, 포도주를 만들 수 있고, 과자도, 전자기기도 만들 수 있는거죠. 매장 한 구석에 카페를 만들어 커피와 와인, 샐러드를 제공해도 괜찮은 겁니다. 실제로 무인양품 매장에 가보면 상품 카테고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브랜드 포지셔닝 방식 중 가장 쉬운게 특정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문구류를 다룰 때 ‘나는 볼펜만 팔겠어. 우리 브랜드는 볼펜 브랜드야’라고 하는건데요. 소비자가 인식하기도 쉽고, 공급자가 브랜딩하기도 쉬운 방식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획의 시작이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는게 흠이죠. 모든 분야가 포화된 지금의 시점에서는 무인양품처럼 브랜드의 가치는 지향하되, 상품 카테고리의 제한은 두지 않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4)
네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사용자와 대화의 캐치볼을 한다’ 입니다. 역시나 고객의 문제에 공감하는 태도를 강조하는거죠. 최고의 공감은 듣기라는 말과 같이 무인양품은 IDEA PARK 라는 프로젝트로 실제 고객의 불평을 듣습니다. 그리고 회의를 거쳐 그 내용 중 실제 상품이 될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개발에 착수하죠.
물론, 무인양품 또한 모든 고객의 불평을 듣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불평을 수용하게 되면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된다는 걸 아는거죠. 보다 많은 고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불평을 가려낼 담당자의 노련함이 필요하며,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고객과 몇번이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상품 개발 자체를 고객과 함께 의논하는 ‘공동 창조’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자원의 낭비가 없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게 모든 생각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5)
다섯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보통 사람의 집을 철저히 관찰한다’ 입니다. 무인양품은 단순히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실제로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브랜드의 고객인 평범한 사람들의 집을 수차례 방문하여 디테일하게 관찰한다고 해요.
꾸며낸 집이 아닌 실제 고객의 집에 방문하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찾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상품에 담아내는거죠. 역시 다릅니다. 어떤 마케팅 담당자가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살아있는 문제를 찾는 일이 다른 모든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만듭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6)
여섯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어떤 편익을 제공했는지 수치로 검증한다’ 입니다. 감성이 있는 무인양품을 정성적인 것만 고집하는 브랜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정량적인 측정과 성과를 매우 중시합니다.
판매 위치, 판매 기간, 왜 예상보다 더 팔렸는지, 왜 예상만큼 팔리지 않았는지 등 마케팅 관련 데이터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원인을 규명하죠. ‘그냥 좋아서’ 느낌만을 강조하는, 자만심이 가득한 브랜드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7)
일곱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형태의 의미를 생각한다’ 입니다.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찾아내고’ 나면, 가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도대체 그 상품이 왜 사랑을 받는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안가는거죠.
마스다 아키코는 현재 무인양품의 대표 상품이 된 ‘직각 양말’을 기획할 때 내부적으로 굉장히 회의적이었다는 당시 상황을 밝혔습니다.
보통 긴 양말의 발목은 곡선이고, 일본에는 단 한 군데의 공장도 발목을 직각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체코의 한 할머니는 양말을 직각으로 만들었죠. 이 상품을 참고하며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무인양품은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에게 더 자연스러운 것은 직각 양말이라는 걸 이해하고 상품 개발에 도입했고, 현재 직각 양말은 무인양품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마스다 아키코는 이처럼 단순히 상품의 주제만을 참고할 것이 아니라 ‘찾아낸’ 상품의 형태를 하나하나 뜯어가며 ‘왜 그렇게 고안되었는지' 분석하는 것이 그 상품이 사랑받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8)
여덟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제약을 넣어 상상한다’ 입니다. 무인양품은 브랜드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터링 하는 일을 결코 빼먹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브랜드의 존재 가치는 잊고, 더 효율적이거나 경쟁자를 압박할 방법에만 정신이 팔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오직 고객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면, 우리 브랜드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비로소 성장이 일어나는데 무인양품은 이 과정을 늘 상기시킬 수 있도록 상품 개발 철학에 반영해둔거죠. 탁월한 발상입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9)
마지막 아홉번째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다’ 입니다. 인생은 자체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어떤 만남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지 알 수가 없죠.
무인양품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고, 상품 개발을 할 때 내부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자문을 구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상품 개발에 협업이 이루어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 철학은 우리의 삶에 적용해도 될만큼 지혜로운 것 같습니다.
“단순함 뒤에 숨은 고도의 마케팅 전략.”
마스다 아키코는 무인양품의 마케팅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대충 아무거나 떼와서 판매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많은 생각이 담겨있다는 걸 이들의 상품 개발 방식만 보아도 알 수 있죠.
검색량 등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는 데이터에 치중된 우리나라 e-커머스 시장의 상품 개발 방식에 MUJI식 디자인 사고가 반영되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오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셨길 바라면서, 9가지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방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일헥타르 컴퍼니의 일헥타르 였습니다.
MUJI식 디자인 사고
- 늘 고객의 문제가 무엇일지 고민한다.
- 0에서 시작하기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 좋은 사례를 찾아낸다.
- 상품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
-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며 고객의 문제를 이해한다.
- 고객을 직접 만나 고객의 문제를 찾아낸다.
- 고객의 문제에 도움이 되었는지 정량적으로 철저히 파악하고 개선한다.
- 참고한 상품의 형태 등 모든 기획을 뜯어보며 의미를 파악한다.
- 브랜드다움을 어떻게든 지킨다.
-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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