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의 상반기 인센티브
“어떤 인센티브는 통장보다 기억에 더 오래 머무른다.”

콘서트 시작 전, 플로어에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생각보다 소름끼치게(?) 가깝진 않지만 ㅎㅎ 확실히 좀 더 함께하는 공연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제 상반기 인센티브는 통장에 들어온 돈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받았습니다. 작년에는 성규 콘서트가 한 번도 없어서 아쉬움을 곱씹으며 보냈는데, 올해는 3월 앨범 활동에 이어 27일, 28일, 29일 3일 동안 올림픽홀에서 열렸습니다.
게다가 진짜 티켓팅 서버 운이 좋았어요. 덕분에 3일을 모두 플로어석에서 보게 된 겁니다. 첫날 공연을 보면서도 "이 자리에 내가 또 온다고?" 싶었고, 둘째 날에는 "내일도 오는데 왜 벌써 아쉽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마침 제 주변 팬들이 정말 ‘잘 노는’ 친구들이어서요. 공연의 절반은 스탠딩으로 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3일 연속, 그것도 플로어석에서 본다는 건 제 덕질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큰 행운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타이밍이 좋아 5월 해외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공연 없다고 아쉬워 하면서도 공연용 적금을 부어두길 잘했죠.
콘서트는 제게 진짜 큰 동력이어서 올해 상반기는 정말 보상을 몰아서 받은 기분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받은 성과급처럼, 한동안 기다리고 응원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 한꺼번에 돌아왔어요. 그래서 올해 상반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숫자가 아니라 공연장의 함성과 무대 조명입니다. 어떤 인센티브는 통장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
🎈부유하는 유부의 상반기 인센티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Deadline Artist!”

몇 학년 때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개학 전날 밤, 방학 숙제였던 수학 익힘책을 울면서 풀었던 기억이 있다. 방학 내내 별거 없이 빈둥거리다가 개학이 다가오면서 어찌저찌 탐구생활은 마무리했는데, 수학 익힘책이라는 복병을 잊고 있었다! 당시 나는 감히 숙제를 안 하는 어린이는 될 수 없었기에 꽤 늦은 새벽까지 꾸역꾸역 숙제를 했더랬다. 그 어린이는 이제 마흔이 넘어 기말고사!를 하루 앞두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재수강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문제은행을 푸는 어른이 되었다.
지난 주 2주간의 방송통신대 기말고사가 우여곡절 끝에 끝났다. ‘미래의 내가 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전공과목을 18학점을 신청했는데 나란 인간은 밀림의 왕이라 시험 삼일 전에서야 수업을 다 듣고, 허겁지겁 문제은행을 꺼내 들었다. 그 와중에 수목원 출근을 하며, 독서모임 준비도 하고, 한달에 한 번 풋살 모임도 가야 했다. 시험 전날 한번도 보지 못한 과목이 있는 상황 풋살 모임을 나가는 나란 어른. 참 대책이 없었다. 여튼 후회와 실소를 반복하며 시험은 봤다. 벼락치기를 한 것을 감안하면 감지덕지인 결과였다. 그러고 보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조상들의 지혜는 진리다. 늘 ‘미리미리 해야지’라는 다짐은 가장 바쁠 때만 하고 까먹는다.
사실 올해는 매일이 벼락치기였다. 수목원의 해설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예약이 없는 날도 있었지만, 언제든 해설을 할 수 있기에 늘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분명 시나리오를 작성했어도 어제 핀 꽃이 오늘 지고, 어제 없던 꽃이 하필 오늘 피며, 또 방문객이 물어볼 수도 있기에 매일의 시험범위는 조금씩 달라졌다. 매일 초치기 하는 학생처럼 해설 전 급하게 정원을 둘러보며 낯선 식물은 없는지 찾곤 했다. 그리고 바로 써먹을 수 없지만 급하게 정보를 검색했다. 운 좋은 날은 당일 찾은 정보를 활용할 때도 있었지만, 자주 놓치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잦은 시험은 어쩔 수 없이 날 공부하게 만들었고, 시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한 학기와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날 위한 선물을 주문했다. 한 출판사에서 서울국제도서전 굿즈로 만든 ‘Deadline Artist’라는 모자를. 예약 주문했던 모자는 타이밍 좋게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틀 뒤 도착했다! 고작 모자 하나가 상반기 인센티브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Artist’라는 자조 섞인 별명으로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그래도 ‘놓지 않고 하긴 했네!’ 라고.
🐻곰자자족의 상반기 인센티브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나를 부르면 된다.”

상반기 제게 가장 큰 사건은 책을 만든 일이었습니다. 판매량보다 더 기뻤던 건 예상치 못한 사람들에게 깊이 이해받는 경험이었어요. 독립출판 입문자로서 100일 동안 300부 가까이 판매한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이것이 상반기 인센티브냐 묻는다면 아닙니다.
올해 저의 모토가 ‘나를 낯선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던 걸 기억하시나요? (뉴스레터 [나의 레퍼런스]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들 참고) 4월엔 ‘책’을 매개로 동네책방을 탐방을, 5월에는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경력 인정 프로그램 ‘위커리어’ 워크숍에 참여했어요. 돌봄과 일의 여정을 함께 바라보며, 지금의 나의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일의 전환과 방법을 안내한다는 창고살롱의 문구에 끌렸고, 경력 전환이나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될 거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위커리어’는 돌봄 때문에 커리어가 중단됐다는 인식 대신, 오히려 돌봄을 통해 얻은 역량과 능력을 언어화하도록 도와주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도망치지 않고 성실히 수행한 나는 잘 알고 있는 것들을 말입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선배들의 이야기와 그룹 코칭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그려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일이 없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나를 부르면 된다.
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로구민 백일장에 참여했다가 입선을 했는데요. 올해 시상식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일반부 대상 수상자와 청소년부 대상 수상자가 모녀 사이라는 것. 저는 너무 궁금했어요. 어떻게 엄마와 딸이 둘 다 글을 잘 쓸까. 그래서 생각했죠. ‘인터뷰해보자.’ 예전 같았으면 마음속에만 남겨뒀을 생각을 실제로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느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저의 태도나 마인드가 달라졌다는 걸.
그렇게 망망대해에 그물을 던지는 어부처럼 세상에 저의 그물을 던지던 어느 날, 입사 제안을 받게 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로부터요. 면접을 두 차례나 봤지만, 한 번도 떨리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일은 제가 아이를 낳고 가장 오랫동안 취미 삼았던 일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동네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듣고, 독서 동아리에 가입했던 시간들이요. 느슨하게 사람들을 만나, 책을 읽던 시간들. 동네를 사랑하게 된 그 시간. 자괴감이 들 때도 물론 있었어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죠. 일하지 않으면서 취미생활만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싫었고요.
그런데 두 번의 면접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아이를 낳고 마냥 노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도서관에 발도장을 찍고 다닌 그 시간이, 이렇게 나에게 유용한 경험이자 경력이 되어주는 구나. 무용하다고 여겼던 시간, 무쓸모하다고 여겼던 시간이 조용히 나를 만들고 있었구나. 꼭 지난 시간의 마일리지를 한 번에 적립 받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니까 다시 직장인이 된 것은 제게 상반기의 가장 크고도, 가장 예상치 못한 인센티브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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