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대한출판문화협회로부터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열어보니 출간일이 지났는데 납본 제출이 안 됐다는 연락이었다. 납본은 도서관법 제21조에 따라 도서관 자료를 발행(제작)한 자가 발행한 자료를 30일 이내에 법령에서 정한 기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제도로, 납본된 모든 자료는 국가의 지적문화유산으로 영구히 보존된다. 쉽게 말해 ISBN을 받은 내 책이 국립중앙도서관 보존서고에 영원히 보관된다는 의미다.
납본은 출판사 홍보팀 업무 중 하나였다. 물론 직접 한 건 아니었고, 신간 릴리즈 업체에 맡겼던 것이지만. 업체에 언론사에 보낼 도서와 보도 자료를 전달하면서 납본 의뢰서와 도서 2부(1부는 보관용, 1부는 열람용)를 맡기면 알아서 처리해 줬다. 그러니까 배본일~출간일 사이에 납본은 챙겨야 할 일인 줄 알면서도 당장 하루하루 급한 업무부터 처리하고 해야지 하다가 독촉 (?) 메일까지 받게 된 것이다.
내 이름으로 출판사를 등록하고, 책을 만들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잠깐이었지만) 출판업계에 발을 담가본 적 있으니 그때 해본 일은 수월하게 해내고, 안 해본 일은 이번 내 책을 테스트 삼아 하나씩 해보며 경험치를 쌓아보자고. 그 상황 자체에 나를 던져두면 도망가지는 못할 테니까 거기서 스스로 방법을 어떻게든 찾게 될 거라 믿었다. 그런 생각과 믿음의 결과는? 방법을 찾긴 찾는데, 매번 구멍이 있다. 빠뜨린 게 생기고, 잘못해서 다시 하는 게 생긴다. 출간일이 지나서야 온라인 서점 MD를 만난다거나, 도서대금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데 작성일자를 잘못 기재해 마이너스 발행하고 다시 하는 식이다.
계획해 둔 일정도 내 마음대로 재조정한다. 온라인서점 도서 MD와 미팅했을 때, 마케팅 활동 계획서를 만들어 가져갔다. 책을 만든 것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움직이겠다는 말과 함께 보여주고 싶었던 건 나의 실행력. 무명 출판사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계획대로 못 올린 콘텐츠들이 있다. 가고는 있는데 계속 조금씩 미뤄지고 틀어진다.


이런 내가 과연 프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완벽하지 않은 채로 계속 하는 모양이 누군가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물론 지금의 일 자체는 재미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한숨 돌린 뒤 오늘은 이걸 한번 해볼까, 저걸 한번 해볼까 고민하는 시간도 즐기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다가 메타(인스타그램) 광고 승인이 취소되거나 오류에 걸려 다시 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 쉬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어쩐지 계속 해보게 된다. 해봐야 더 할 수 있을지, 다른 걸로 바꿔봐야 할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은 ‘프로처럼 완벽하게 해내는 일’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 있는지도 모른다. 빠뜨린 것이 생기고,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시점을 놓쳐 못 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미디어 릴리즈 같은 것) 뒤늦게 알게 되는 일도 있고, 한 번에 되지 않아 계속 다시 하는 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 결국 어떻게든 끝까지 가보는 것.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프로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바람으로 계속 해보게 되는 것 같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상사 한 명이 있다. PR은 위기관리가 제일 중요하다고도 말했고, 오보 나왔는데 보고 안 하고 기자미팅 갔다가 호되게 꾸짖기도 한 사람. 그렇지만 나를 가장 성장하게 해준 사람. 상사에게 책을 전하려고 회사 앞으로 찾아갔다. 책을 받아 훑어보던 상사는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 책을 왜 낸 거야?
- 초도 물량은 몇 부였어?
- 너와 네 책의 차별화 전략은 뭐야?
- 너의 엔드 이미지는? 그리고 네게 들어왔다는 일(혹은 의뢰자)의 엔드 이미지는?
‘엔드 이미지?’
상사의 마지막 질문이 유독 오래 남았다. 책을 왜 냈는지, 초도 물량이 몇 부였는지 같은 질문에는 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엔드 이미지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책으로 출판 전 과정을 경험해 보고, 어떻게든 한 권이라도 더 읽히도록 애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나의 긴 설명 끝에 상사는 굵직한 조언을 해줬다. 출판 프로세스를 겪어보기 위한 시도는 이제 해봤으니 다음을 생각하라고. 그리고 의뢰 들어온 일로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지, 그 최종 종착지가 어디일지를 그려두고 일을 시작하라고. 상사가 “나라면 아마 이런 걸 목표로 두고 전체를 짜 볼 거야.”라면서 예를 들어줬는데, 아,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감탄한 티 안 내려 노력했지만 티 났을 거다)
돌아오는 길에 ‘엔드 이미지’라는 말을 계속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시작의 모습에 공을 많이 들였던 것 같다. 처음엔 의욕이 넘치다가 금방 꺾이고, 실망했다가 다시 해보는 일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일을 시작할 때 이런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려 한다.
이 일의 끝에는 어떤 장면이 있을까.
📍 오늘 전하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구독자님의 엔드 이미지를 생각해보셔도 좋겠고, 나는 아마추어일까? 프로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주며 답을 찾아가보셔도 좋겠어요.
📕 제가 개설하고 운영 중인 출판사 솔솔솔 인스타그램이 있어요. 계정 팔로우를 해주시고 DM으로 일류여성 뉴스레터 구독자라고 남겨주시면 추첨 통해 세 분께 《시도라 불러야 할 어떤 실패》를 보내드릴게요. 물론 택배비는 제가 부담합니다.😍☺️ (@sol.sol.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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