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일터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나를 망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오래 버티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를 잃지 않는 곳을 찾기로 하다.

2026.10.02 | 조회 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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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다시 [일터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주제로 앞선 레터들을 읽으면서 저도 한참 생각했어요. 일터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든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견뎌야 할까. 상처받더라도 어떻게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그러다가 문득 어떤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구독자님이 보시기에 동의하지 못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도 한번 들어봐 주세요.  

 

어쩌면 나를 잃게 만드는 일터에서는, 잘 견디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그곳을 떠나는 방법을 찾는 게 먼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제 지인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 생각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그 사람은 첫 회사에서 7년을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3년 동안 세 번 회사를 옮겼어요. 그러다 지금의 회사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다시 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이력을 숫자만 놓고 보면 시점마다 여러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첫 회사에서는 7년이나 버텼는데, 그다음에는 3년 동안 세 번이나 옮겼으니까요. 그래서 첫 회사의 동료라면 이 사람이 굉장히 인내심이 강하게 보일 수 있죠. 그러나 이후 세 군데의 회사 동료였다면 잘 참지 않거나 상황 판단부터 실행까지가 매우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매우 상반된 특징이 그 내면에 모두 있었던 겁니다. 당사자에게 물어보니 그런 선택의 이유는 꽤 단순하더라고요. 자신을 망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에서는 오래 일했고,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곳에서는 오래 일할 수 없었던 것 뿐이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사람의 이력이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는 항상 자기 자신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계속 찾아다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 지인과의 대화가 꽤 마음에 남았습니다.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일하면서도 여전히 일터를 그런 관점으로 보는 게 멋있더라고요. 

 

우리는 직장생활을 이야기할 때 ‘버티는 힘’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힘들어도 버텨야 한다, 어딜 가나 힘든 건 똑같다 등

물론 맞는 말도 있습니다. 일하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내 마음과 다른 결정을 따라야 할 때도 있습니다다. 모든 불편함을 ‘나와 맞지 않는 회사’라는 증거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내가 가진 좋은 면을 계속해서 꺼내 쓸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사내 정치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곳, 질문하지 않고 대충 하는 것이 미덕인 곳, 결과만이 중요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뻔한 선택만 해야 하는 곳(어떤 문제는 과감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이라면 무조건 나를 잃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반대로 내가 원래 가진 좋은 면을 자꾸 꺼내 쓰게 하는 곳도 있을 겁니다.

내가 질문하면 반갑게 받아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한번 해보자고 말해주는 곳

각자가 가진 다른 장점을 잘 융합해서 활용하는 곳.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또 막상 일이 잘 되었던 회사를 생각하면 분명 이런 특징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곳간에 돈이 많은 회사만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요. 제 경험상 체계에 집착하는 회사일수록 매출과 일하는 과정 모두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모두가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꺼내게 되고 스스로를 지키는 것마저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계속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거예요. (물론 버티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회사도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회사라는 곳과의 '궁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게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을 만나면 평소의 나 같지 않은 모습이 자꾸 튀어나올 때가 있잖아요.

최근 이효리가 '연애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내 안의 좋은 면을 계속 꺼내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내 밑바닥을 자꾸 드러내게 되기도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직장과의 관계와도 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니까요. 팀의 분위기, 리더의 태도, 조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일을 대하는 방식 같은 것들은 개인 한 명이 노력한다고 쉽게 달라지지 않죠. 조직 문화라는 게 분명 존재합니다. 그것이 나의 밑바닥을 계속 드러내게 만든다면 과감히 벗어나는 것도 분명 한 가지의 방법이죠.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을 하게 됐어요.

‘내가 나로 일할 수 있는 회사인가?’

출판계에서 일해온 저 역시 필요에 따라 회사를 옮겨왔습니다.

물론 매번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을 다 배웠거나 그곳의 방식과 제가 일을 대하는 방식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마다 회사를 옮기는 일이 때로는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나를 잘 갈무리하지 못하고 결국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구나 하는 마음이 생겨났거든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저는 계속 탐색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어떤 곳은 더 빨리 이직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제가 저를 지키는 방식은 그냥 맞지 않는 곳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나이 먹도록 위기 대처 방법이 '원툴'이구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또 이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회사에 맞춰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겠지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도 없고 모든 일이 재미있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좋은 면을 계속해서 깎아내야만 적응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걸 두고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원소윤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서 조금씩 능숙해지는 것이 과연 정말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는데 저도 약간 동의하고 있습니다. 나의 부차적인 면은 조율할 수 있겠지만 나의 코어를 누군가와 타협하고 능숙해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생각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타협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느냐고요. 하지만 한때 '데이터 사이언스(이제는 이런 말 자체를 잘 안쓰지요. ㅎㅎ)' IT 관련 회사에서 입사했다가 '오, 이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내가 끝까지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게다가 그 대안으로 돈이 되지 않는 출판계에 입문한 저같은 사람에겐 여전히 나답게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가진 자체가 저라는 사람의 코어일지도 모르겠어요. 

 

나를 지키기 위해 매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그냥 일하기.  저는 그것이 어쩌면 ‘일터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의 일터에서 자꾸만 내가 싫어지고 있다면 ‘도대체 나는 뭐가 문제지?’라고만 함몰되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지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를 버리지 않아도 되는 곳을 잘 찾아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소연의 <퇴사할게여>를 추천합니다. 

얘가 성규 덕질에 이어 소연 덕질도 시작했나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텐데ㅎㅎ 그건 아니어요. 그래도 이 노래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가 또래라면 익스도 떠올릴 수 있는 반가운 노래일 거예요. 
얘가 성규 덕질에 이어 소연 덕질도 시작했나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텐데ㅎㅎ 그건 아니어요. 그래도 이 노래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가 또래라면 익스도 떠올릴 수 있는 반가운 노래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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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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